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나의 이슬람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저 ·구정은 역
2009. 04. 30
16,000원
339페이지
9788996023944

이슬람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담다!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나의 이슬람』.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인도네시아. 중동 인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무슬림이 사는 이슬람 인구 대국이고, 이슬람 정체성을 가진 나라로 드물게 격정적인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 속에서 이슬람의 다양한 얼굴을 소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사회학자로, 여성학자로, 저널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율리아 수리야쿠수마는 가부장 사회에서 사는 중산층의 여성 지식인이다. 또한 이슬람을 모태 신앙으로 갖고 있으면서 상당 기간 서구에서 살며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여러 겹의 정체성 덕에 이슬람 사회 안에서 외부를 향해, 또 외부의 시선으로 이슬람 내부의 문제를 해석하고자 한다.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율리야 수리야쿠수마 JULIA SURYAKUSUMA

인도네시아의 사회학자. 여성학자. 저널리스트. 사회평론가. 인도네시아대학(UNIVERSITY OF INDONESIA)에서 심리학을, 런던 시티대학(CITY UNIVERSITY)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헤이그 사회학연구원(INSTITUTE OF SOCIAL STUDIES)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에서 살며 공부했지만 평생 모태 신앙 무슬림으로 살아왔다. 본격적인 작가로 활약한 1979년부터 2003년까지 발표했던 글에서 가려 뽑은 《성, 권력 그리고 국가(SEX, POWER AND NATION: AN ANTHOLOGY OF WRITING 1979-2003)》를 펴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정당 연감(ALMANAC OF INDONESIAN POLITICAL PARTIES)》(1999), 《인도네시아 의회 가이드(INDONESIAN PARLIAMENT GUIDE)》(2001) 등을 편찬했다. 율리아는 스스로 여성학자, 사회과학자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운동가로 오해하곤 한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유력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 언론자유투쟁의 상징인 주간 시사지 <템포> 등에 글을 쓰면서 세계 곳곳의 초청을 받아 종교, 제도, 관습, 법이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억압하고 차별하는 권력이 되는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옮긴이: 구정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문화일보를 거쳐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사담 후세인 체제하의 이라크를 취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현지 취재했다. 아프리카, 토고, 가나,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난민 문제와 기후변화 등을 취재했다. 중동?아프리카 등 흔히 서방의 변두리 정도로 취급해온 지역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이슈를 보는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자본?노동의 이동으로 빚어지는 세계적인 흐름과 난민 인권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개관
저자의 말 - 모두의 평화, 그 먼 꿈을 향하여

1장코란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알라의 첫 계시, “읽어라”
라마단을 끝내며 올리는 기도
예언자가 할랄을 시작한 뜻은
표현의 자유와 이교도에 대한 예의
내가 다시 신을 믿는 이유
동일한 수의 낮과 밤을 할애해야 한다
선지자의 결혼
아들딸을 차별 안 하면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내가 질밥을 쓰지 않는 이유
경건한(?) 남성은 섹시한 여성이 무섭다
립스틱은 무죄!
기도를 올리기 전에
섹슈얼 데모크라시
이슬람은 섹스는 ‘예스’라고 말한다
무슬림 청년 아즈와르가 발견한 또 다른 천국
우리가 서로를 돕는 태도

2장 국가는 바보인가

가난은 불법이다
투잡, 쓰리잡 그리고 야간 아르바이트
도둑의 소굴, 갱들의 공화국
운전사 토모와 인도네시아식 친절
권력을 물려받은 여성들
팔지 못할 것은 없다
포르노금지법안이 노리는 것
서양인들은 방귀도 안 뀐다?
무슬림 청년 하산이 발견한 또 다른 천국
누구 엉덩이가 더 깨끗한가
강한 나라가 되고 싶다고?
총 든 자들은 언젠가는 쏜다
독재자의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지하철 표를 사면 산소통도 같이 주나요?
유니폼으로 이루는 화합
대통령의 저글링
지금 당장 바퀴벌레 박멸!
국가의 미래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3장 약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정말로 종교가 문제인 걸까?
가난한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연인 같고 새엄마 같은 도시, 자카르타
정통 혹은 전통을 구하는 우리의 자세
역사의 희생양,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독재자가 떠난 자리
묻어버려야 하는 역사적 진실은 없다
누가 우리의 영웅인가
너무나 먼 결혼의 자유
게이 민주주의
고통만은 함께
숲을 잃고 우리가 얻는 것
함께 녹아내리거나 앉은 채 당하거나
약한 자들의 무기
강도짓도 생계 수단
섹스로 정치를 말한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 편일까
안나에게는 안나의 무대를

옮긴이의 말

무슬림이 라마단 한 달을 굶는 까닭
- ‘전투’의 의미를 지닌 사움은 알라께 순종하고 은총에 감사함을 표시하고자 내 안에 있는 욕망과 싸우는 정신적 훈련이자 실천이다. 아울러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들과 고통을 함께함으로써 무슬림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사회적 훈련이기도 하다. p. 35

(금식월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하고 이슬람력의 새해를 맞는) 르바란 축제일이 되면 여유 있는 집들은 요리를 넘치도록 차려 놓고 손님, 친구, 친척들을 맞는다. (중략)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은 너에게 고칼로리, 고지방, 고당분으로 보답하겠노라.”
여기 어디에 영적인 수련과 성장이 있단 말인가? 낮 동안 끼니를 거르는 대신 새벽에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저녁에 화려한 만찬을 즐기는 것은 탐욕과 지나침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내가 보기에 요즘 들어 르바란은 서양의 크리스마스처럼 점점 더 상업화되고 있다. 신앙이 아니라 종교에 따르는 의례 그 자체가 르바란의 목적처럼 보일 때도 많다. (중략) 르바란과 관련된 좋은 전통들, 예를 들면 이슬람의 5대 의무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희사금 자캇이 과연 순수한지도 한번 짚어보자. 요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사업 상대에게 ‘르바란 꾸러미’라며 선물 보내기가 관행이 되고 있다. p. 32-33 
종교적 형식주의가 상식, 공감, 관용, 타인에 대한 존중, 진실, 통합과 연대, 신과의 일체감보다 우위에 서고 결국은 종교의 본질마저도 가려버리는 때도 종종 있다. 역사적으로 식품을 준비하고 조리하는 유대교 관습 코셔(kosher)에 뿌리를 둔 이슬람의 할랄은 예언자 무하마드가 청결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위생 개념이 없던 7세기에 이슬람의 엄격한 위생규칙들은 생존을 위해서 분명 아주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달라졌다. p. 40

자신이 ‘공정하고자’ 한다면 율법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정’ 할 수 있다. 유산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아들에게 3분의 2를 주고 딸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한 이슬람의 율법은 딸에게 전혀 주지 않던 과거나 다른 문화에 비해 공정한 처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고, 가계를 부양할 책임을 지고 똑같이 돈을 버는 시대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율법이 신경 쓰인다면, 아들에게 3분의 2를 물려주는 대신 딸에게는 다른 선물을 남기는 식으로 율법도 지키면서 자녀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p. 68 
다름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려는 신의 축복이다
- 우리가 힘들게 일궈낸 민주화가 더 큰 분열과 종교, 민족 분쟁으로 귀결된 현실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슬픈 일이다.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애쓰는 대신, 신이 주신 다름을 이유 삼아 증오와 분열을 키우고 있다. 종교는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한 바탕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p. 97

무엇보다 (성적 소수자들과 함께한 ‘젠더, 섹슈얼리티와 국가’라는) 강좌에 참여하면서 ‘다름’을 관용으로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 신이 주신 선물로 여겨 축복해야 한다는 <꾸란>의 가르침을 새삼 돌이켜보게 되었다. 우리가 이상적으로는 ‘서로 다름 가운데 하나 됨’을 이루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왔지만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점점 더 분열되어왔다는 사실, 특히 도덕과 종교를 앞세우면서 더욱 편협해져왔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꾸란>은 이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의 언어와 피부색이 다양하다는 것을 신이 내려준 경이로움으로 찬양하고 있다.

천지와 갖가지 언어와 피부의 빛깔을 창조한 것은 알라의 징표다. 진실로 그 가운데는 지식 있는 자에의 징표가 있다.
- '꾸란' 30장 22절

심지어 이렇게도 말한다.

아, 믿는 자들이여, 우리는 너희를 남녀로 나누어 창조하였다. 너희들을 부족과 종족으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너희들 서로가 알도록 하기 위함이다. 너희들 중의 가장 존귀한 자는 보다 알라를 공경하는 자이니라. 알라께서는 전지하시고 통찰하신 분이다.
- '꾸란' 49장 13절

(중략)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애쓰는 대신, 신이 주신 다름을 이유 삼아 증오와 분열을 키우고 있다. 종교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한 바탕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p. 96-97 
그 가운데서 우리를 가장 먼저 규정짓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별, 섹스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성별에 마땅한 일을 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근거라기보다 권력을 쥔 사람들과 정치적 역학관계다. p. 86

인도네시아에는 지금도 여성들을 물리적으로 남성들과 격리시키는 풍습이 남아 있고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가혹한 이슬람 지역규칙 프르다를 적용해 여성의 활동을 제한한다. 여성들은 이러한 억압 밑에서 숨 죽인 채 통제, 지배, 학대를 통해 착취당해 왔다. 남성들은, 성인 여성뿐 아니라 어린 여자 아이들까지 강간, 근친상간, 성희롱, 구타, 성매매 대상을 삼아 성적 쾌락과 경제적 이익을 챙겨왔다.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를 지배하는 가부장적 종교에는 이런 위선이 널리 퍼져 있다. (중략)
도덕성은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 신앙 깊고 정숙한 옷차림을 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우리는 성적 유혹뿐 아니라 다양한 유혹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스스로 도덕성을 단련하는 길뿐이다.
(발리를 테러한 폭탄보다 벗은 여성이 도덕적으로 다 위험하다는) 아부 바카르의 주장은 그와 그 추종자들이 지저분한 마음을 지녔고, 신앙심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래서 총으로 다른 이들을 개종시키려 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신앙은 진실하지 않다. p. 80-81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사회이니 당연히 소수집단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게다. 하지만 종교적, 민족적 소수집단뿐 아니라 성적 소수집단도 권리를 똑같이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이들이 많다. 인구의 2퍼센트를 차지하는 중국계 소수민족의 권리가 마땅히 인정되어야 하듯이, 그보다 많은 동성애자의 권리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 다수파가 소수파를 어떻게 대접하는가는 그 사회가 정의로운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p. 283 
인도네시아의 ‘개혁’는 국가의 통제와 폭력, 사회적 억압으로 지탱했던 수하르토 신질서 체제가 만든 사슬을 푸는 작업이다. (중략)
하지만 사실 ‘새로운 엘리트’에 ‘낡은 엘리트’도 끼어 있다. 30년 전 신질서 체제가 시작될 때 수하르토 쪽에 붙었던 많은 엘리트가 ‘개혁세력’이라는 가면을 쓰고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대개 남성이며, 관습법이나 종교 같은 전통적인 장치에 기대어 권위를 누린다. 쉽게 말하면 새로 뽑힌 지방 지도자들 역시 그 전의 지배층처럼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가치관을 빌어 정통성을 주장한다. 그들이 내세운 보수적 가치관은 대개 전통으로 내려온 ‘지역의 종교적 정체성’과 이어져 있다. 과거에 자카르타 중앙 정부에서 파견한 지방 관리들이 민족주의와 국가 현대화를 내세웠던 것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개혁세력 역시 보수적이다.
그래서 겉보기엔 새롭지만 실제로 이들은 구태의연한데, 이 ‘낡은 새 엘리트들’은 자기가 맡은 행정구역을 넘어서 전국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수하르토 정권 시절 공작 정치를 펴던 이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이슬람 집단 같은 보수파의 환심을 사려고 보수 이슬람 입맛에 맞는 사회적 아젠다를 내걸기도 한다. 그래서 관습법이나 샤리아에서 끌어온 보수적 도덕규범을 주州나 군, 구 등 지역 차원의 규범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아체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생활규범들은 여성을 눈에 띄게 차별한다. 특히 자카르타 외곽 탕그랑과 치안주르(Cianjur), 파당(Padang), 남 술라웨시처럼 종교적?사회적 다양성이 강한 지역에서 새로 적용한 이슬람 규범이 더 심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p. 17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