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하우스 오브 카드 3
마이클 돕스 지음/ 박산호 옮김
2016. 10. 28
14,800원
632페이지
9791156756675

 
 
“날 편법이나 쓰는 개자식이라고 불러도 좋아.
칭찬으로 들을 테니까.”

인간 어카트의 폐허 위에 세워진 정치가 어카트
평생에 걸쳐 벼려온 권력의 종말을 목도하다
역대 최고의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의 마지막 이야기!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시진핑 등 세계 정치가들의 극찬을 받은 정치 스릴러의 고전 『하우스 오브 카드』 3부작이 드디어 완간되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1(HOUSE OF CARDS)』이 프랜시스 어카트가 사악함을 발휘해 총리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데 이어 『하우스 오브 카드2(TO PLAY THE KING)』는 마침내 총리가 된 어카트가 권력에 해가 되는 유일한 존재인 왕을 짓밟고 대영제국의 일인자가 되려는 욕망의 여정을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3(THE FINAL CUT)』에서는 마가렛 대처를 제치고 ‘최장 기간 재임한 영국 수상’이라는 기록을 앞둔 어카트가 자신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궁극의 승부수를 띄우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론은 『하우스 오브 카드』의 재미와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을 쏟아냈는데, 「타임스」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소설. 어카트가 벌이는 놀라운 게임들의 매력은 압도적이다”라고 환호했고,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등장인물이 아주 정력적이고, 캐릭터가 면도날처럼 예리하게 묘사되었다. 정치가들에 대한 풍자는 가시 돋쳤지만 지극히 정확하다. 성공적인 컴백이다”라며 어카트의 마지막 귀환을 반겼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1권 출간 이듬해인 1990년, BBC가 4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영국 아카데미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2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미국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웹 컨텐츠 최초로 에미상 9개 부문 노미네이트, 3개 부문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2014년, 2015년 골든글로브를 연속 수상하며 매 시즌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들의 원작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1, 2, 3』은 영국을 넘어 미국을 휩쓸고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아직 밀려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권력자보다 오래 기억될 이름,
프랜시스 어카트가 펼치는 궁극의 수!

“때가 되어도 그는 조용히 가지 않을 것이다.
몇 세기 동안 메아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아주 요란하게 퇴장할 것이다.
프랜시스 어카트는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이다.”


6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은퇴 발표는 언제 할 건가요?”, “연금은 받을 겁니까?”라는 질문을 하며 “이제는 정말 새로운 피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위기를 부추기는 사람들. 다우닝 가에서 11년을 넘게 보낸 어카트 부부는 그런 압박을 뒤로한 채 마가렛 대처보다 더 오래 해먹겠다는 포부로 3개월 뒤 대선을 욕심낸다. 한편 어카트는 차기 수상으로 정열이 넘치는 원칙주의자, 토머스 메이크피스가 주목받는 걸 지켜보며 점차 자신의 노쇠에 불안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수십 년 전 장교 시절 은밀히 저지른 과오가 시한폭탄처럼 정치 생명을 조여오고, 외교 문제까지 얽혀 대영제국의 일인자라는 위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보다 거대한 권력, 보다 지속적인 권력, 보다 절대적인 권력을 얻고자 멈출 줄 몰랐던 어카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3』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물론 후회나 뉘우침은 없다. 단지 권력으로도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게 원통할 뿐.

“아니. 하지만 뭐가 또 있어? 이거 말고는 없어. 그래서 토머스 메이크피스와 싸울 거야, 다른 놈들과도 싸울 거고. 내가 숨을 쉬는 한 말이야.” 모티마에게 어카트의 말은 모두 묘비명처럼 들렸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남편을 꼭 껴안고 축 늘어진 얼굴에 코를 비비면서, 노쇠라는 공허하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지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_『하우스 오브 카드3』 본문 중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3』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악, 그렇기에 누구보다 강한 주인공 어카트조차 손 쓸 수 없는 위기들이 펼쳐지며, 절대 권력자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충성을 다하며 발이라도 핥을 것 같던 어카트의 사람들은 그가 칼날을 목전에 두자 모두 일제히 등을 돌린다. 우리는 그동안 어카트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면서,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악이 응징당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왔다. 그래야 바르고 정의롭게 살 당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야 결국 어카트는 몰락할 것인가. 그는 지금까지 경험치를 총 동원해 어떤 최후의 수를 던질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3』 서문의 마지막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프랜시스 어카트의 사악함은 변치 않을 거라고.” 『하우스 오브 카드3』을 읽은 독자들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정치를 들여다보는 소설”, “마지막 챕터들은 전체 시리즈를 완벽하게 묶는 역할을 했다”, “3부작에 걸맞은 최고의 결말이다”라며 이야기 전개에 전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끝을 알 수 있는 『하우스 오브 카드』 3부작의 충격적인 결말을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약자를 존중하는 사람은 스스로 약자일 뿐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는 권력에 대한 통찰
마음속을 깊게 찌르는 어카트의 말말말


“지도력은 변화를 주는 것이네.
현 상황을 박살내고 사람들을 박살내지.
그들의 심장과 허리를 박살내고. 필요하면 목숨까지도!”


언제부턴가 중상모략이 판을 치는 형국을 빗대어 ‘『하우스 오브 카드』 같다’는 수식이 언론의 정치면에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이 책은 어떤 실제 사건이나 정치 상황보다 신랄하게 권력, 욕망, 조직, 인간의 실체를 담고 있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1, 2, 3』마다 각 장 시작 첫머리에 어카트의 혼잣말 같은 짧은 문장들이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 마이클 돕스는 힘의 본질, 권력의 정체, 인간의 민낯을 날카롭고 세련되게 표현한다. “위인은 대개 나쁜 사람들이지. 난 아주 대단한 위인이 될 생각이야”, “외교의 근본 기술은 주고받는 것이 전부라네. 그리고 받고 받고 또 받는거지”, “충성은 개들이나 하지”, “웨스트민스터는 가끔 휴양지로 체르노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곳이지”, “타협하자는 소리는 상어에게 먼저 핥아달라고 하는 것과 같네” 등등, 이는 단지 악랄한 정치가 어카트의 생각이 아니라 누구도 간과할 수 없는 권력의 본질이기에 우리의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이로써 마이클 돕스는 어쩌면 평생 실체를 알 수 없는 현실 정치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곳은 모든 이가 권력을 향해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잔혹한 세계다.

“저는 3,000년간 정치인들이 무엇을 했는지 지켜봅니다. 뭐든 간에 3,000년이나 한결같이 해온 일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하우스 오브 카드』는 대부분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호령한 최강의 사나이지만 결국은 의사당 계단에서 친우들에게 죽임을 당한 남자. 뭐,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_마이클 돕스

권력자의 파워 게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카드의 집House of Cards’과 같다. 또한 조직 속 개인은 이런 상황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한 장의 카드에 불과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사전적으로 놀이용 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 탑처럼 쌓아올리는 구조물이란 의미다. 카드로 얼기설기 만든 집이다 보니 구조가 엉성하고 불안하며 무너지기 쉽다. 이 모습을 빗대어 일반적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나 불안정한 계획이란 뜻으로 쓰인다. 또한 ‘House’는 우리의 의회 격인 하원을, ‘Cards'는 배팅이 필요한 도박을 은유하기도 한다.

독수리조차도 바람이 불 때 날아야 한다. 그는 노련한 정치인이었지만, 또 한편 남자로 태어났고, 남자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 메이크피스의 뺨은 따끔따끔했고, 그의 생각은 만족을 요구하며 짙어져가는 정체 모를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만족. 하원에서 공개적으로 받은 굴욕에 보복함으로써 얻는 만족을 위해, 손에 쥐고 있는 편지로 인한 사적인 모욕에 보복함으로써 얻는 만족을 위해, 어카트가 마리아 부녀의 요구를 거부한 것에 보복함으로써 얻는 만족을 위해, 그리고 클레어를 훔쳐 간 것에 보복함으로써 얻는 만족을 위해. 이 모든 것에 대한 만족을 위해. 지금 당장! _『하우스 오브 카드3』 본문 중에서

사람이 둘 이상만 모이면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셋 이상이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 그런데 조직이 흘러가는 데 꼭 정치가 필요할까.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건 역설적으로 모두가 카드의 집에 영향을 받는 한 장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선 인식 차이만 있을 뿐 다들 각자의 정치를 하고 있다. 이에 어카트가 벌이는 갖은 공작들은 암투나 권모술수라는 단어만으론 함축할 수 없다. 상대의 욕망과 두려움을 파악하고 정확히 그곳에 당근이나 칼을 찔러 넣는 것이야 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힘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본성을 목도했던, “아기의 얼굴을 한 청부살인업자”라고 불린 정치가 마이클 돕스이기에 가능한 통찰의 결과이다.
 

 
 
저자 : 마이클 돕스
저자 마이클 돕스는 와일리 돕스 남작. 영국 상원의원. 1987년 영국 <가디언>지가 “웨스트민스터의 아기 얼굴을 한 청부살인업자”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수완이 좋았던 정치가이자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외에도 《처칠의 승리Churchill‘s Triumph》, 《처칠의 시간Churchill‘s Hour》, 《포기란 없다Never Surrender》, 《윈스턴의 전쟁Winston’s War》 등 20여 권의 소설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1984년 보수당 전당대회 때 IRA가 벌인 브라이튼 폭탄테러에서 살아남은 대처 정부의 일원으로 마가렛 대처의 핵심 참모로 활약하며 정치 인생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한순간 권력의 자리에서 비참하게 밀려났고, 그런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투영해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세 권을 집필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1》이 출간되자마자 1990년 BBC에서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영국아카데미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2개 부문을 수상했다. 20여 년이 지난 2013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케빈 스페이시 주연, 데이빗 핀처 연출로 다시 리메이크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드라마는 2013년 에미상 9개 부문 노미네이트, 3개 부문 수상, 2014년 2015년 미국 골든 글로브 연속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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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박산호
역자 박산호는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와 한양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루넬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제이슨 매튜스의 《레드 스패로우 1, 2, 3, 4》, 로렌스 블록 의 《무덤으로 향하다》, 《아버지들의 죄》, 《어둠 속의 일격》, 《살인과 창조의 시간》,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 시리즈, 《얼음 속의 소녀들》,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 페터 회의 《콰이어트 걸》, 알렉스 어빈의 《퍼시픽 림》, 마이클 코넬리, 제프리 디버 등 스물두 명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들의 글을 엮은 《라인업》, 《페이스 오프》, 존 코널리의 《다크 할로우》, 마크 빌링엄의 《슬리피 헤드》, 애슬리 페커의 《수플레》, 매튜 퀵의 《러브 메이 페일》 등이 있다.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사람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해.” “나는 그 일을 맡으면 좋아할 거야, 알잖아. 하지만 운명은 내게 아직 손을 내밀지 않았어.” “기대만 하고 있으면 결코 열매를 얻을 수 없어.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싶다면 운명의 불알을 꽉 잡은 채로 놈을 타고 가야지.” --- p.49

“참을 수가 없어, 모티마. 이들은 살아 있을 때는 끝도 없이 괴롭혀놓고 막상 세상을 뜨면 눈물 바람으로 티슈를 집어 들면서 망자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그의 죽음으로 인해 어떻게 이 나라와 문화와 문명이 위기에 처했는지 증명하려고 애를 쓰잖아. 내가 지금까지 프레더릭을 자르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그 인간이 양처럼 순종했기 때문이야. 모두 그걸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죽은 양인 프레더릭을 모두 사자라고 말하고 있어. 그의 혈관이 피가 아니라 술로 가득 차 있었다는 언급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고. 셰퍼드 시장에서 매춘부들과 싸움이 나서 여자들이 바지와 지갑과 다우닝 가 출입증까지 모두 가지고 튀었단 소리도 하지 않았고.” “그 사람은 당신에게 충성을 바쳤어요, 프랜시스.” “내가 그 인간 불알을 휘어잡고 있었으니까!” --- p.81

클레어는 싫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긴장하면서 밤까지 일해야 하는 날이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남자들이 노골적으로 한 번 하자고 들이대는 일은 흔했고, 무릎에 손을 올리거나 노골적으로 몸을 탐하면서 허리에 팔을 두르는 동료들을 다 내치면 남은 동료는 몇 안 될 것이다. 이건 남자들만의 클럽 규칙이었고, 애초에 여기 끼워달라고 요구한 쪽은 자신이었으니까. --- p.192

정의라, 와틀링은 혼자 생각했다. 저 자식이 정의를 논하고 있군. […] 로댕이 입심 좋게 정의를 말했으니 저 프랑스놈은 정의라는 말뚝에 찔리게 될 것이다. 이 와틀링이 꼭 그렇게 만들겠다. 숭고한 원칙에 따라.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 pp.227-228

“다우닝 가예요.” 아내가 부엌 창문에서 경외심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부자-피트는 너무 서둘러 달려가는 바람에 넘어져서 발가락이 부러지고 무릎 쪽 바지가 찢어졌지만 어떤 역경이 몰려와도 전화를 받고야 말 터였다. 수상 사무실에서 건 전화였다. 그가 도울 수 있는지 물어오기에 말했다. 물론입니다, 물론 도울 수 있습니다! --- p.235

부자-피트는 정신없이 지껄이고 있었다. 불안할 때는 침묵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수다를 떨었다. 대화할 때 틈이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자신의 불행한 팔자에 대해 끝도 없이 늘어놓는 한탄을 들으며 자란지라 그런 침묵은 고문과 같았다. 그래서 방어 수단으로 어떤 대화의 어떤 주제에 대해서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 p.258

“여자들도 손톱에 매니큐어 칠하는 시간을 빼서 투표를 한답니다, 제프리. 여자라고 다 갱년기에 시달리면서 꽃꽂이나 하러 다니는 건 아니에요.” --- p.312

클레어는 왜 밀실공포증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은 그냥 한 남자가 아니라 역사책에 아주 큰 글씨로 행적들이 기록될 거물 정치인 옆에 서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카트와 함께하는 데 동의한 것 아닌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될 남자 옆에서 경험을 쌓아가고 스릴을 느끼며 그의 그늘에 있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동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막상 이토록 내밀하게 수상을 접하게 되자 크나큰 경외심이 생겼다. --- p.316

하지만 수상의 피를 식게 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정치인 프랜시스 어카트는 인간 프랜시스 어카트의 폐허 위에 만들어졌다는, 마음을 갉아먹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간 어카트는 아이도 가질 수 없을뿐더러 불멸의 존재도 아니다. 사막같이 황량한 육신에 영혼이 오염되었고, 결과적으로 진정 사랑한 유일한 여자인 모티마를 괴롭게 했다. 다른 여자들은 모두 정력을 과시하고 증명하려고 만났지만 결국엔 방음된 방에서 지르는 비명처럼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언제든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앞에 서 있는데 어카트는 이제 언성을 높일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인간 프랜시스 어카트는 끝난 것이다. --- pp.318-319

어카트는 웃었고, 그 허허로운 소리에 그녀는 같이 웃을 수 없었다. “우린 반드시 한 번 더 승리해야 해요. 한 번 더 이겨야 한다고요. 어카트란 이름, 당신과 나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돼야 해요. 20세기에 가장 오래 재임한 수상으로. 그리고 가장 위대한 수상으로.”--- p.326

“어떻게 할 거예요? 프랜시스.” 모티마는 그의 믿음을 요구하면서 다시 물었다. “싸울 거야. 내가 가진 모든 것, 내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가지고 싸울 거야.” “어떤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 잘못할까 봐,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가지. 그래서 두려움에 가득 찬 삶을 살다가 쓸모없는 인간으로 죽어.” 어카트의 눈은 경멸과 반항심에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난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 거야. 내가 가는 소리를 온 세상이 들을 거야. 그리고 기억할 거야.” --- p.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