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늑대를 지키는 밤
하네스 크루그
2017. 07. 28
9,800원
규격외 변형 / 192페이지
9791156751465

청소년 소설 『늑대를 지키는 밤』은 도시를 떠도는 늑대와 그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유를 빼앗기고 인간의 사치품으로 전락한 늑대, 그리고 친구들의 따돌림 속에 차라리 고독해지기로 마음먹은 소년! 이들 두 주인공의 교감을 그리는 속에 동물의 생존권이라는 묵직한 이슈까지 던지고 있다.

친구도 없이 늘 혼자 노는 외톨이, 빅터. 어느 날 폐허가 된 화물역에서 늑대 한 마리를 맞닥뜨린다. 늑대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차분하게 빅터를 바라보다 먼저 몸을 돌려 사라진다. ‘왠지 그 녀석과 함께라면 말 한마디 없이도 마음이 잘 통할 것’ 같다고 생각한 빅터는 다음 날에도 또 화물역에 갔다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늑대를 발견하고 돌보아 준다. 그리고 늑대에게 ‘떠돌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얼마 못 가 떠돌이는 한 소년을 습격했다는 누명을 쓰고 야생 공원 출입 금지 구역인 검역소 우리에 갇히고 만다. 날마다 야생 공원으로 가 먼발치에서나마 떠돌이를 지켜보던 빅터는 사육사인 콘라드 아저씨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도시에서 포획된 야생 동물은 본래의 서식지가 밝혀지지 않는 한 방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떠돌이의 안락사 찬반 논쟁으로 술렁대는 가운데, 빅터는 홀로 떠돌이의 정체를 추적해 나간다. 녀석이 어디서 살다가 어떻게 도시로 흘러들었는지 알게 된다면, 원래의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으리라는 간절한 믿음 때문이다. 빅터는 마침 유기 동물 보호소에 접수된 상담 내역을 작은 단서로 삼아 ‘잃어버린 늑대’를 찾고 있다는 남자를 찾아가게 된다.

하네스 크루그
저자 하네스 크루그는 1966년에 독일 에슬링엔에서 태어났다. 뮌헨의 독일 언론 학교를 졸업한 뒤,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북아메리카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베를린 신문〉 등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영화와 문학, 음악에 관한 칼럼을 기고해 왔다. 영화 《리키, 어제는 정상이었다》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이를 소설 《나, 시 라오 펭과 내 형의 사건》으로 가다듬으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늑대를 지키는 밤》은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전은경
역자 전은경은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엔 대학교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 문헌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화장실 몬스터》 《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 《악어 도둑》 등 다수가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폭풍우가 지나간 뒤 … 7
첫 만남 … 10
사냥감 찾기 … 17
떠돌이, 안녕? … 22
떠돌이의 행방을 찾아서 … 33
우리 안에서 … 42
빅터와 늑대 … 45
긴급 상황 … 60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 … 71
떠돌이의 전 주인 … 76
슬픈 소식 … 84
분노의 눈물 … 103
늑대 지키기 대작전 … 111
불길한 냄새 … 125
수상한 친구들 … 129
때로는 밤이 낮보다 아늑하다 … 153
인간은 교활하다 … 157
아주 특별한 초대 … 158
어떤 그리움 … 162
친구 만들기 … 164
적과 친구 … 166
아름다운 밤 … 168
뜻밖의 소식 … 170
악몽 … 172
동물 매매업자의 소굴 … 174
회귀 … 182
숲속으로 가는 길 … 183
아름다운 자유 … 187
생명의 숨소리 … 190

어느새 해가 지붕 위에 나지막이 걸려 있었다. 5월 말이라 낮이 한층 길어졌다. 빅터는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쐐기풀을 툭툭 쳤다. 자작나무 줄기들이 석양에 주홍색으로 빛났다.
그때 빅터의 눈에 그 동물이 들어왔다. 늑대였다.
덩치는 다 자란 셰퍼드와 비슷해 보였지만, 몸매가 훨씬 더 늘씬하고 다리가 길었다. 몸 전체가 재색과 갈색 털로 뒤덮여 있었는데, 목 부분의 털만 희끄무레한 빛을 띠었다. 뺨은 석양빛을 받아서 그런지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돌았다.
제 딴에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양쪽 귀가 납작하게 누워 있는 걸 보니, 잔뜩 경계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늑대는 자작나무 숲과 선로 사이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빅터와는 겨우 6~7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늑대는 차분한 눈빛으로 빅터를 바라보았다.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호기심 어린 눈길로 보아 새끼 늑대인 것 같았지만, 왠지 옛이야기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이 어른스러워 보이는 구석도 있었다.
빅터는 온몸에 짜르르하게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손은 저릿저릿하고, 팔뚝과 등줄기에는 소름이 돋았다. 늑대는 갑자기 몸을 휙 돌리더니 총총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나타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불쑥 사라져 버렸다.
(중략)
그날 밤 빅터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아까 그 늑대가 자꾸만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정말 개를 보고 늑대라 우기는 걸까? 그렇다면 왜 그런 느낌이 들었지? 그 순간에 벼락을 맞은 것 같았는데…….
신기한 일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는 거다. 왠지 그 녀석과 함께라면 말 한마디 없이도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았다.
--- p.14~16

“안락사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엄마는 초록색 스크랩북에서 늑대 구조 센터에 관한 기사를 꺼내 아저씨 앞에 내밀었다. 그 기사에서는 구조 센터가 그 어디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한 늑대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콘라드 아저씨는 힘겹게 입을 떼었다.
“구조 센터에도 연락을 해 봤어요. 자리가 다 차 버렸다더군요.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안타깝지만 다른 방법은…….”
아저씨는 눈물을 글썽이는 빅터를 보고서 말을 멈췄다.
“미안하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세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후, 엄마는 빅터가 제일 두려워하는 질문을 꺼냈다.
“그럼 언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이틀 뒤가 될 수도 있고, 며칠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거니까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농부와 사냥꾼은 늑대가 서식하는 걸 반대합니다. 농부는 가축이 공격을 당할까 봐 불안해하고, 사냥꾼은 늑대와 사냥감을 나누기 싫어하지요. 만약 시장이 농민 단체나 사냥 협회와 만날 예정이라면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단체 측의 환영과 지지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환경 보호 단체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면 일단은 그때까지 기다리겠지요. 골치 아픈 일을 겪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 p.101~102

셋째 날 밤, 빅터는 전날과 같은 자리에 쪼그려 앉아 쇠창살 사이로 팔을 내밀었다. 떠돌이가 곧장 달려와 사포처럼 거친 혓바닥으로 손바닥을 마구 핥았다.
그러자 웃음이 터지는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빅터는 한 손으로는 떠돌이의 털을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고, 대지에는 풀 냄새와 흙냄새가 향긋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듯, 머릿속이 맑게 갠 느낌이었다.
그때 떠돌이가 나지막한 소리로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억눌린 슬픔을 길어 올리듯 구슬프게 들리는 소리였다. 그 울음소리는 점점 격렬해지는가 싶더니 토악질을 할 때처럼 쿨럭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빅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다.
그때 갑자기 숨을 꿀꺽 삼킨 떠돌이가 하늘을 향해 주둥이를 추켜세웠다. 하울링이었다. 빅터의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노래를 빅터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떠돌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긴 호흡으로 이어졌고, 빅터의 목소리는 점점 더 그 소리를 닮아 갔다. 마침내 둘은 한목소리가 되어 울부짖었다. 이 울부짖음은 야생 공원 전역으로, 또 공원 밖으로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 p.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