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라임 청소년 문학 030] 오, 나의 푸드 트럭
제니퍼 토레스
2017. 08. 25
9,800원
규격외 변형 / 188페이지
9791185871790

오늘도 푸드 트럭과 함께 학교 앞에 떡하니 나타난 아빠!
“흑, 나도 이제 웬만한 건 알아서 할 만큼 다 컸다고요.”
 
스테프는 방과 후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로 데리러 오는 아빠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할라페뇨 냄새와 식용유 냄새가 진동하는 아빠의 푸드 트럭이
친구들 앞에서 부끄럽기만 한데……. 낯선 나라로 이민 와 고생고생 끝에
겨우 자리를 잡은 아빠는 불안한 마음에 스테프를 한시도 혼자 두지 못하며 안달을 한다.
 
아메리칸드림을 가슴에 품고 미국에 온 이민자 가족의 애환과
부모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고픈 사춘기 소녀의 귀여운 일탈!
 
 

이 책의 특징
 
오늘도 손님 찾아 삼만 리! - 푸드 트럭의 희로애락
“대국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맛 UP! 비주얼 UP! 사업성 UP!” “뛰.뛰.빵.빵 병아리 장사꾼 나가신다!” “겁 ZERO! 열정 BOOM!” “소자본으로 CEO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창업 아이템!”
바로 푸드 트럭을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문구들이다. 누가 뭐래도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 얼마 전에 모 방송국에서 먹방 프로그램을 개편해 방영하기 시작한 <○○○의 푸드 트럭> 역시 시청률 상승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구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놓고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래저래 푸드 트럭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푸드 트럭으로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손님을 찾아서 이리저리 이동을 하면서 요리를 하고 장사를 해야 하는지라, 한마디로 운빨(?)이 어마어마하게 작용하는 직종이다. 날이 궂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장사를 접어야 하고, 손님이 눈에 띄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이곳저곳으로 떠돌며 ‘손님 찾아 삼만 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라는 핸디캡이 보태진다면? 언어와 피부색에서 불리함을 떠안아야 하기에 삶이 훨씬 더 팍팍해지기 십상이다. 《오, 나의 푸드 트럭》은 바로 이렇게 언뜻 핫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갖가지 사연과 남모를 애환이 식용유 냄새처럼 찐득하게 배어 있는 푸드 트럭을 배경으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스펙트럼처럼 다채롭게 펼쳐진다.
 
 
아빠, 나도 이제 다 컸다고요 - 과잉보호는 이제 그만!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스테프는 부모님의 과잉보호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빠가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이 끝나는 시각에 맞춰서 푸트 트럭을 타고 스테프를 데리러 학교에 오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가슴에 품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스테프네 가족은 푸드 트럭에서 타코와 부리토, 토르티야 등 멕시코 음식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푸드 트럭의 이름은 ‘티아페를라’. 처음에는 스테프도 티아페를라를 가족처럼 소중히 여겼지만, 지금은 푸드 트럭을 몰고 다니는 아빠가 친구들 앞에서 조금 창피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팝 스타 비비아나 베가의 콘서트 소식이 퍼지면서 온 학교가 술렁거린다. 스테프와 앙숙인 줄리아는 제일 좋은 좌석으로 입장권을 구했다며 의기양양해하고, 스테프의 단짝 친구 어맨다는 라디오 이벤트에 당첨되어 입장권 두 장을 공짜로 받게 된다. 어맨다는 스테프와 함께 비비아나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 하지만, 하나뿐인 딸을 한시도 혼자 두지 못하는 엄마 아빠의 불안 심리 때문에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설상가상으로, 아빠는 스테프를 태운 푸드 트럭을 콘서트장 입구에 떡하니 주차한 뒤 멕시코 음식 파는 일을 돕게 만든다. 스테프는 혹시라도 친구들이 볼까 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지만,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서 아빠가 버거워하자 부지런히 일손을 거든다.   
다음 날, 학교는 다시 한 번 시끌벅적해진다. 지역 신문에 비비아나 베가가 티아페를라에서 타코를 사 먹는 사진이 실렸기 때문. 콘서트가 열리기 직전, 아빠가 특별히 개발해 둔 채식주의자용 타코를 사 간 사람이 바로 비비아나였던 것이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다가, 스테프가 비비아나와 절친이라는 유언비어로 와전된다. 스테프는 아빠에게 신문 기사를 내밀며 푸드 트럭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아빠는 시의회에서 길거리 음식 판매 규제 법안을 새로 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심란해한다.  
한편, 미술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미술 재료가 거의 떨어졌다고 하면서 부족한 재료를 구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학교에서 축제를 열어 모금하자는 줄리아의 의견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 예전에는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앙숙이 돼 버린 줄리아에게 묘한 라이벌 의식을 느낀 스테프는 비비아나를 축제에 초대해 달라는 친구들의 말에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한다. 그 바람에 축제 때 비비아나가 온다는 소문이 쫙 퍼지면서 스테프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이처럼 《오, 나의 푸드 트럭》은 막 중학교에 입학한 스테프의 파란만장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의 허상과 이민자 가정의 불안한 삶, 길거리 음식 판매업자의 애환 등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민자 가족이면서도 (부모님과는 다르게) 별다른 이질감 없이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스테프에게서 사춘기 소녀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의 고민과 갈등을 만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은 세계 어디서나 엇비슷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고나 할까. 덕분에 공감이 팍팍 되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이민자 가정이면 어때요? - 뭐니 뭐니 해도 우리는 다정한 가족!
작가는 작품 속에 ‘티아페를라’라는 푸드 트럭을 등장시켜 다소 무겁고 복잡할 수도 있는 소재를 솜씨 있게 갈무리해 낸다. 여기서 ‘푸드 트럭’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아빠가 학교로 스테프를 데리러 오는 수단이자 스테프를 보호하는 공간이며,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까닭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아빠의 생계 수단인 동시에,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다른 식당의 영업을 방해한다는 명목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공간이다.
스테프는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다는 이유로 이 낡은 푸드 트럭을 애물단지 취급하지만, 막상 트럭이 퇴출될 위기에 놓이자 누구보다 앞장서서 보호를 한다. 또 자신이 준비한 축제가 실패할 위기에 처했을 때는 푸드 트럭을 이용하는 기지를 발휘해 극적으로 성공을 이루어 낸다.
결정적으로 스테프는 푸드 트럭을 내다 팔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긴 세월 동안 자신의 가족과 동고동락해 온 티아페를라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 결국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 다 낡아 빠진 트럭에 새로 칠을 하고 ‘타코 여왕’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 재탄생시키는 길을 택한다.
이 대목에서 낯선 나라로 이민 와 정착하느라 뼈가 빠지게 일하면서도 차별과 냉대에 시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던 스테프네 부모님 역시 생각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스테프가 어느새 자기 몫의 일을 거뜬히 해내는 청소년으로 훌쩍 자랐다는 깨달음과 보호라는 미명하에 스테프를 끊임없이 통제해 온 일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온 삶과 스테프 앞에 열린 세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기꺼이 딸의 성장을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지켜보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노력을 해 보려 애를 쓴다. 비록 첫 걸음은 미미하지만, 스테프의 부모님이 세상의 편견을 떨치고 마음의 빗장을 풀며 세상을 향해 조금이나마 문을 열게 되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성싶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스테프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걱정으로 언제나 전전긍긍하는, 하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다정다감한 스테프 아빠가 만들어 내는 멕시코 요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조리대 앞에만 서면 이민자로서의 위축감은 저 멀리로 날려 버리고 순식간에 최고의 요리사로 변신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절로 따스한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다양한 음식과 요리법이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어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이런저런 갈등을 빚지만,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똘똘 뭉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스테프네 가족! 이것이 바로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스테프와 부모님 가운데 어느 한쪽 편에 서서 누군가를 응원하기보다는 양쪽의 입장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상한 경험과 맞닥뜨리게 된다.   
 

추천의 말
부모님의 무모한 간섭을 떨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테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십 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내려치면서 공감할 내용이 책장마다 빼곡하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과 갈등 중인 청소년에게 적극 추천한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푸드 트럭 문화를 정감 있게 담아낸 매력적인 이야기. 다양한 음식과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어서, 문학적인 감동을 넘어 길거리 음식에 관한 정보를 알아 가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커커스 리뷰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스테프네 가족. 낯선 나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겨운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놓치지 않고 찬찬히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이 매우 따뜻하게 와 닿는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 : 제니퍼 토레스
저자 제니퍼 토레스 JENNIFER TORRES는 고등학교 시절, 가족과 함께 멕시코 전통 음식 ‘타말레스’를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신문에 실리면서 이야기의 강력한 힘을 깨달았다. 노스웨스턴 대학과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신문사 리포터로 일하면서 교육과 이민, 가족 관련 주제를 담당했다.
그 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녀작 《음악을 찾아서》는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 등 여러 곳에서 선정 도서로 뽑혔으며, 《오, 나의 푸드 트럭》은 그의 첫 청소년 소설이다.

옮긴이 : 김선영
역자 김선영은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식품 영양학과 실용 영어를 공부했다. 영어 문장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요모조모 바꿔 보며 즐거워하다가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했다. 옮긴 책으로 《형, 내 일기 읽고 있어?》 《휴대폰의 눈물》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학교 주차장의 타코 트럭
하룻밤의 꿈
원래 시작이 어려운 거야
일생일대의 기회
제발 저 좀 믿어 주세요!
불편한 편지
희망 고문
최악의 하루
혼자만의 시간
천국과 지옥 사이
색색깔의 푸드 트럭
헛소문
어색한 침묵
결전의 날
축제가 끝난 뒤
새로운 타코 여왕

학교 주차장의 푸드 트럭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스테프는 부모님이 자신을 너무 과잉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빠는 수업이 끝나는 시각에 맞춰서 푸트 트럭을 타고 스테프를 데리러 학교에 온다. 아메리칸드림을 가슴에 품은 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아빠는 푸드 트럭에서 멕시코 음식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푸드 트럭의 이름은 ‘티아페를라’. 스페인어로 ‘페를라 이모’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스테프도 티아페를라를 매우 소중히 여겼지만, 지금은 푸드 트럭을 몰고 다니는 아빠가 친구들 앞에서 조금 창피하다. 
 
아빠는 분명히 ‘티아페를라’가 스콜라스티카 중학교에 나타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단단히 약속했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를 뒤로하고 밖으로 달려 나가 보니……,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티아페를라가 주차장에서 떡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또 티아페를라! 하교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티아페를라는 부릉부릉 엔진 소리도 요란한 데다, 아무리 세차를 해도 어딘지 모르게 지저분해 보였다. 심지어 가까이 있다가는 할라페뇨와 식용유 냄새가 고스란히 옷에 배었다. 한번 배고 나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냄새…….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했다.
티아페를라가, 그러니까 지금 우리 아빠의 타코 트럭이 멋대로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원래대로라면 훨씬 작은 차가 서 있어야 했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차가! 흰색이나 까만색 승용차가! 문 네 짝에 버튼을 눌러서 유리창을 내리는 차가! –7~8쪽에서
 
 
최악의 하루
팝 스타 비비아나 베가의 콘서트 소식이 퍼지면서 온 학교가 술렁거린다. 스테프와 앙숙인 줄리아는 제일 좋은 좌석으로 입장권을 구했다며 의기양양해하고, 스테프의 단짝 친구 어맨다는 라디오 이벤트에 당첨되어 입장권 두 장을 받은 뒤 스테프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데……. 한시도 스테프를 혼자 두지 못하는 엄마 아빠의 불안감 때문에 콘서트에 가지 못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테프는 콘서트장 입구에 주차한 아빠의 푸드 트럭에서 멕시코 음식 파는 일을 돕게 된다. 
 
얼마쯤 더 달리고 나서야, 나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맙소사!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큰 바윗덩이가 쿵 내려앉는 듯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빠가 티아페를라를 세운 곳은 4층짜리 주차동과 경기장 사이의 길가였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비비아나 베가가 모든 사람을, 그러니까 나를 빼고 모든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를 바로 그곳 앞이었다.
“아빠,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스테프, 미안하다. 그렇지만 장사를 해야 해. 새로운 조례가 통과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장사를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해. 그나마 다른 트럭이 오기 전에 먼저 자리를 잡았으니 운이 좋은 거야.”
우리 엄마와 아빠가 생각하는 ‘운이 좋다’는 말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이건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악몽이었다. 콘서트에 올 친구들이 티아페를라와 거기에 붙들려 있는 나를 본다면……. 못 보고 지나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그런데 우리를 어떻게 못 볼 수가 있을까? -91~92쪽에서   
 

색색깔의 푸드 트럭
다음 날 학교는 다시 한 번 떠들썩하다. 지역 신문에 비비아나 베가가 티아페를라에서 타코를 사 먹는 파파라치 사진이 실렸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빠가 스테프의 친구 아서를 위해 만든 채식주의자용 타코를 사 간 사람이 비비아나 베가였다. 소문은 점차 퍼져 나가서 스테프와 비비아나가 사실은 친한 사이라고까지 와전된다. 이를 이용해서 푸드 트럭을 홍보할 생각을 하는 스테프와 달리, 아빠는 별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시의회에서 길거리 음식 판매 규제 법안을 세 가지나 새로 제정한다며 공청회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보내 왔기 때문이다.
 
아빠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때는 밀가루나 콩 같은 곡류, 혹은 포크나 냅킨 같은 소모품들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은 양동이를 엎어 놓고 걸터앉아 있거나 몇 명씩 둥그렇게 모여 서 있었다. 다들 아주 심각한 얼굴이었다. 주아빠는 창고 뒤쪽에 자리를 잡은 다음, 팔짱을 끼고 벽에 붙은 선반에 기대어 섰다. 나는 양동이를 하나 끌고 와서 걸터앉았다. 그때 부리토 파라다이스의 베라 아줌마가 앞으로 나섰다.
“제 목소리, 뒤쪽까지 잘 들립니까?”
분명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데, 여기 뒤쪽에서는 아주 가느다랗게 들렸다. 그때 마침 누군가가 외쳤다.
“더 크게 말씀하세요!”
“더 크게 해 보죠.”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애써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잘 들립니까? 시작할까요?”
어떤 아저씨가 피클 유리병을 숟가락으로 두드렸다.
땅, 땅, 땅.
그러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한결 수그러들었다.먹을 꽉 움켜쥔 사람도 보였다. [중략]
나는 아빠와 창고에서 나와 픽업 트럭 쪽으로 걸어갔다. 아빠가 그런 중요한 자리에 나서서 발표를 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상상이 잘 안 되었다. 아빠에게 앞으로 영영 장사를 못 하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손톱만 잘근잘근 씹어 대고 있었다. 왠지 통역을 부탁받았을 때보다 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가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물류 센터에서 있었던 회의가 떠올랐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았다. 팔짱을 낀 채 아무 말 없이 손톱을 물어뜯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113~116쪽에서   
 

헛소문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미술 재료함을 열어 보이며 부족한 재료를 구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학교에서 축제를 열어 모금하자는 줄리아의 의견으로 최종 결정이 난다. 예전에는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앙숙이 돼 버린 줄리아에게 묘한 라이벌 의식을 느낀 스테프는 비비아나 베가를 축제에 초대해 달라는 친구들의 말에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한다. 급기야 스테프가 비비아나 베가를 축제에 초대한다는 소문이 학교 안으로 퍼져 나가고, 한껏 초조해진 스테프는 애꿎게 어맨다와 아서 탓을 하다가 서먹한 사이가 된다.
 
집에 갈 시각이 되자, 나는 그려 놓은 밑그림을 한쪽에 잘 넣어 둔 다음에 책가방을 챙겼다. 미술실을 막 나가려는데, 줄리아와 매디가 자리를 정리하면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서는 왜 선곡표를 짜느라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비비아나 베가가 올 텐데. 스테프가 비비아나랑 아는 사이라면서?”
줄리아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스테프는 비비아나 베가 몰라. 그냥 어쩌다가 비비아나 베가한테 부, 리, 토를 판 거지.”
줄리아 입에서 튀어나오는 한 음절 한 음절이 마치 고무줄 튕기는 소리 같았다. 나는 재빨리 미술실 문을 닫았다. 그런데 매디는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비비아나 베가 소동은 그냥 소문으로 지나간 줄 알았는데.
나는 미술실 손잡이를 잡았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아니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관두기로 했다. 지금 들어가서 말하면 내가 엿듣고 있었다는 걸 매디에게 고백하는 셈이 되니까.
제아무리 뒤에서 수군거리는 거라 해도 팝 스타와 친구 사이라는 소문이 그다지 나쁠 것도 없었다. 사실 아주 넓은 의미에서 보면 비비아나 베가를 안다고 할 수도 있었다. 뭐, 어쨌거나 우리 학교에서 비비아나 베가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라는 것만은 확실하니까. 어쨌든 줄리아보다는 나랑 더 가까운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한 주가 지나면서 마치 한겨울에 감기가 번지듯 전교로 퍼져 나갔다. 이젠 전교생이 그 소문을 그대로 믿는 것 같았다. 이제는 모른 척하기가 어려웠다. -125~126쪽에서 
 
 
어색한 침묵
길거리 음식 판매 규제 관련 시의회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한 아빠는 스테프에게 영어 원고를 써 달라고 부탁하지만, 학교 축제에 온통 신경이 팔려 있는 스테프는 단박에 거절한다. 스테프는 어맨다, 아서는 곧 화해를 하고, 친구들의 아이디어로 비비아나 베가의 기획사에 편지를 보내지만 의례적인 답장만 받는다. 결국 스테프는 친구들에게 비비아나 베가는 축제에 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자 줄리아나는 그럴 줄 알고 자기 엄마가 이미 디제이를 부르기로 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아빠는 티아페를라 주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아빠 좀 도와줘야겠다.”
아빠 말씀에 따르면, 푸드 트럭 주인들이 시 공청회 때 발표할 원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유창하게 써야 해. 실수를 해선 안 되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빠의 영어 실력으로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나에게 원고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빠가 얼마나 어렵게 부탁하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지금은 나에게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까. 더구나 티아페를라가 또 내 앞길을 막아서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빠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저도 요즘 할 일이 많아요. 학교 숙제도 많고, 축제 준비도 해야 하고요.”
내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티아페를라 주방으로 돌아갔다. 죄책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내가 콘서트에 못 갔을 때처럼, 지금은 이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봉투를 뒷면이 위로 가게 놓은 다음,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공원에서는 하루 종일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아빠는 평상시보다 일찍 티아페를라를 정리하고 물류 센터로 가자고 했다. -136~13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