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백제의 신검 칠지도
손주현
2017. 12. 26
10,000원
규격외 변형 / 120페이지
9791156751557

“칠지도는 단순한 칼이 아니다!”

주는 사람은 깊은 신뢰를 담을 수 있고,

받는 사람은 감히 뜻을 거스르지 못하게 되지.

화려한 무공과 드넓은 식견으로 전성기를 연 근초고왕

백제에서 가장 똑똑하기로 소문난 오경박사 왕인

쇠와 싸울 때는 세상이 무너져도 꿈쩍 않는 철기 장인 탁소

얼떨결에 대장장이의 조수가 되어 버린 귀족 소년 근차

잘 만든 검 한 자루가 수만 군사 안 부럽다!

삼국 시대 최고의 외교 강국 백제를 만나다!

손주현

저자 손주현은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교육 및 미학을 공부했어요. 어린이들이 옛것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옛날을 담은 책을 쓰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 동화 《조선 과학수사관 장선비》와 MBC 창작동화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은규의 꽃범》, 어린이를 위한 역사 교양서 《흠흠신서》 《위기 탈출 조선 119》 《경국대전을 펼쳐라!》 《조선 건국의 진짜 주인공을 찾아라!》 등이 있어요.

그림 : 윤정미
그린이 윤정미는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다가 뒤늦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늦깎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어느 멋진 날》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김구의 봄》 《고구려를 넘어서》 《후루룩후루룩 콩나물죽으로 십 년 버티기》 등이 있어요.

감수 :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자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은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활동하는 교과 연구 모임이에요. 어린이 역사, 경제, 사회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하며, 아이들과 박물관 체험 활동을 해 왔어요. 지금은 초등 교과 과정 및 교과서를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대안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추천의 말
작가의 말

북적북적 한나루
쇠펭이 마을 아이들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다
나와 꼭 닮은 아이
신물을 내려 주소서
가락지를 찾아야 해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
신물을 노리는 자
짚신의 주인
하늘이 내린 선물, 칠지도

《백제의 신검 칠지도》 제대로 읽기

쇠펭이 마을 아이들
아버지를 따라 철제 무기와 농기구를 만든느 쇠펭이 마을로 간 근차. 물놀이를 하다가 쇠펭이 마을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근차더러 쇠사리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장난을 건다. 영문을 모르는 근차는 귀족의 자제답게 목소리를 죽 깔고 호통을 쳐 보지만, 이들은 눈 하나 꿈쩍 않는데……. 도대체 왜 근차더러 쇠사리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놈들! 누구더러 자꾸 쇠사리라는 거야? 난 쇠사리가 아니란 말이다!”
근차가 정색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야, 재미없거든.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제 이름을 가지고 아니라고 빡빡 우길 건 또 뭐야? 가자, 가! 저렇게 시답잖은 농담에는 모른 척하는 게 장땡이야.”
아이들이 우르르 물 밖으로 나갔다. 그 바람에 너른 바다에 혼자 남게 되자 근차는 더럭 무섬증이 일었다. 그래서 물가로 어기적어기적 따라 나가다가, 물이 무릎쯤 닿는 곳에서 우뚝 멈춰 섰다.
이대로 물밖에 나갔다가는 발바닥에 펄이 잔뜩 묻을 터였다. 근차는 아이들을 큰 소리로 불러 멈춰 세우고는, 평소에 배운 대로 굵고 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그냥 가지 말고 이리로 와서 나를 업거라. 거기, 가장 덩치가 큰 너! 네놈이 업으면 되겠구나.”
덩치 큰 아이가 입을 밉살스럽게 삐죽대며 대꾸했다.
“누가 누굴 업어? 이 녀석이 갈수록 헛소리가 심해지네? 우리가 대장 대접 좀 해 주니까 이젠 귀족 행세까지 해? 옜다, 이놈아! 한번 된통 당해 봐라.”
아이는 두 손 가득 펄을 퍼 올려서는 근차 얼굴에 마구 문질렀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냐?”
다른 아이들도 두 손 가득 펄을 퍼서는 근차에게 마구 던졌다. 그러더니 저희끼리 깔깔대며 쏜살같이 도망쳤다. -28~30쪽에서

나와 꼭 닮은 아이
아버지가 계신 태수의 집으로 숨어든 근차는 그곳에 자신과 똑 닮은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바로 쇠사리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하지만 제대로 따져 묻고 상황을 바로잡기도 전에 병사들이 들이닥쳐 근차를 쫓아낸다. 그러는 사이, 한양에서 온 심부름꾼이 첩자가 신물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잠시 뒤, 연못이 있는 정원이 나왔다. 연못가에는 비단옷을 입은 남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근차는 눈에서 불이 확 이는 것 같았다!
‘내 행세를 하고 있는 놈이잖아!’
근차는 다짜고짜 달려가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네 이놈! 감히 내 옷을 훔쳐 입고 내 행세를 해? 네가 쇠사리지?”
목덜미를 붙잡힌 아이의 눈이 순식간에 왕방울만 해졌다. 그 순간, 놀란 건 근차도 마찬가지였다. 생김새뿐 아니라, 키도 몸집도 자기를 쏙 빼닮았다. 사람들이 착각할 만했다.
“너, 너, 너는…….”
쇠사리가 근차의 손을 뿌리치고 뒷걸음질을 쳤다.
바로 그때, 집 밖에서 다급하게 말발굽 소리가 울리더니, 대문이 부서져라 큰 소리를 내며 화르르 열렸다.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병사의 안내를 받아 급히 안채로 달려 들어왔다. 하인들도 무슨 일이 났나 궁금한 모양인지 우르르 뒤쫓아 왔다.
근차는 쇠사리를 붙잡고 얼른 벽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좌평 어르신! 한성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안채 문이 열리며 방 안에서 생기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아버지!’
근차는 저도 모르게 입속으로 웅얼거렸다.
“신물에 관해 정보가 새났는지 북쪽과 동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여기, 서찰이옵니다!” -50~52쪽에서

신물을 노리는 자
쇠펭이 마을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은 단지 신물, 즉 칠지도를 만드는 일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어딘가에 첩자가 숨어 있기 때문! 첩자는 대장간에 숨어들어 동태를 엿볼 뿐 아니라, 근차의 소중한 보물인 어머니 가락지까지 훔쳐 갔다. 신물을 만드는 대장장이 탁소 장인도, 어머니의 유품을 도둑맞은 근차도 시름이 깊어만 가는데…….

대장간 뒤편 수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오다가 근차하고 턱 부딪쳤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근차는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찧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 역시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금세 벌떡 일어섰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었다.
그림자가 근차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러더니 짧은 칼을 꺼내 근차의 목에 겨누었다. 복면 위로 보이는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근차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 있다 눈을 떠 보니,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근차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 목 주위를 손으로 더듬었다.
‘어머니 가락지! 가락지가 사라졌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물이 쏙 들어갔다.
“괜찮으냐?”
탁소 장인이 다가와 근차를 일으켜 주고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다행히 사라진 것은 없구나. 덩이쇠도 그대로 있고. 만약 그놈이 고구려나 신라의 첩자라면 신물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올 것이다. 큰일이로구나. 날짜를 맞추려면 쇠하고 싸우기도 바쁜데, 방해하는 놈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61~63쪽에서

짚신의 주인
마침내 칠지도가 완성된 순간! 그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눈부시지만 어쩐지 평범한 칼처럼 보이지가 않다. 탁소 장인에 따르면, 전쟁 때 쓰라고 만든 무기가 아니란다. 이 칼은 세상의 모든 나쁜 것을 물리칠 수 있는 부적이나 다름없다는데…….

숫돌로 갈고 다듬을수록 칼에서는 점점 신기한 빛이 났다. 때마침 들창으로 석양빛이 들어와 신물을 비추었다. 칼은 마치 신이 내려앉은 나뭇가지 같기도 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깃든 사슴뿔 같기도 했다.
‘대단해. 저 칼을 들고 있으면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보일 거야. 아버지도, 어라하도 충분히 흡족해하시겠어.’
탁소 장인이 하얀 비단을 가져다 펼쳤다. 천에는 칼 위에 새길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제 칼에 하늘의 목소리를 담아낼 차례다.”
탁소 장인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이윽고 숨을 천천히 고르고는 칼의 앞면에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근차는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어스름 속을 거닐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발자국이 선명히 찍힐 정도로 모래가 쌓이려면 바람이 얼마나 불어야 할까?”
그때 누군가 근차의 어깨를 툭 쳤다.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는데?”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쇠사리, 너 또 빠져나왔냐?”
“몸이 근질거려서 말이야. 바람도 쐴 겸해서. 뭐, 네 소식도 궁금하고. 참, 가락지는 찾았어?”
“아직……. 일단 신물을 지키는 게 더 급한 일 같아.”
“그거야 태수 어르신께 병사를 요청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 아니야?”
“글쎄……, 탁소 어르신 말씀대로 진짜 노련한 첩자한테는 그깟 병사쯤이야 열이건 백이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 병사 중에 첩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그럼 어쩌면 좋지?”
“왕인 박사님께서 차라리 먼저 선수를 치라고 귀띔해 주셨나 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선수를 쳐?”
근차는 지난 하루 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생각을 차근차근 털어놓았다.
“대장간과 일꾼들 방 앞, 그리고 마을 입구에 마른 흙을 이불처럼 얇게 깔아 놓는 거야. 새벽에 누군가 대장간을 다녀간다면 발자국이 남아 있겠지? 그 발자국 주인이 바로 첩자일 테고.”
순간, 쇠사리 눈이 반짝 빛났다.
“이야! 너, 놀고먹는 귀족인 줄만 알았더니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데?” -86~87쪽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