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친구가 안 되는 99가지 방법
김유
2018. 05. 25
9,000원
165*225 / 84페이지
9791156751649

 
“난 너랑 친구가 될 거야.”
유머와 유쾌함이 가득한 생쥐와 고양이의 친구 되기 대소동!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겁보 만보》,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등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또렷한 서사, 풍성한 재미를 함께 버무려 냈던 이야기 요리사, 김유 작가의 새 동화가 출간되었습니다. 선명하고 힘 있는 캐릭터와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어우러져서 읽는 맛과 유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친구가 안 되는 99가지 방법》은 고양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생쥐와 그럴수록 귀찮고 괴로워지는 고양이가 아옹다옹하며 친구가 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 동화입니다. 생쥐와 고양이, 너무나도 다른 둘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지요. 친구란, 한쪽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마음을 주고받으며 이해해야 하는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일러 주며,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네가 ‘쥐랑 친구가 된 최초의 고양이’면 좋잖아!”
“말도 안 돼. 우리 아빠가 쥐는 고양이 밥이라고 했어.”

어느 날, 생쥐 한 마리가 마당에 있는 빈 개집으로 이사를 와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해서 생쥐와 고양이의 악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관계가 시작되었지요.
당연하게도 고양이는 말도 못하게 까칠했습니다. 생쥐가 친구가 되겠다고 조그만 머리를 한껏 굴려 ‘선물 주기’, ‘손님 놀이’, ‘소풍 가기’ 등 온갖 방법을 쓰는 동안 단 한 번도 흥미를 보이거나 웃어 주질 않았어요.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얘기하지 않으면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내내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걸로 모자라 도리어 화를 내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생쥐는 전혀 기죽지 않았어요. 고양이가 엄청나게 뾰족한 성격이었다면, 그와 정반대로 생쥐는 엄청나게 무디고 뻔뻔했거든요. 생쥐는 과정도, 결과도 엉망진창인 일을 잔뜩 벌이면서도 아주 당당했습니다. 파리에서 가져온 선물이라고 한껏 기대하게 만든 상자 안에는 ‘지우개 똥’이 들어 있지를 않나, 퐁뒤를 핑계로 고양이의 치즈를 야금야금 다 먹어 버리기도 하고, 꽃밭을 만든다며 흙과 나뭇가지, 썩은 열매들을 집안 곳곳에 뿌려 놓고는 홀랑 내빼서 고양이만 억울하게 난장판의 범인으로 몰려야 했지요. 그리고는 다음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나타나 고양이의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다른 사고를 쳤습니다.

허풍 가득하고 뻔뻔한 생쥐, 매사 까칠하고 시큰둥한 고양이
그 뒷면에 똑같이 감춰 놓은 슬픔과 외로움

개집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생쥐의 하루는 그날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고 하룻밤을 보낼 만한 하수관과 빈집을 전전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세계 곳곳을 가 봤다고 허풍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어느 곳도 가 본 적 없고, 다른 동물들을 만난 적도 없었지요. 겉으로는 누구보다 밝고 쾌활하지만 사실은 꿈속에서도, 눈을 떠서도 혼자인 모습이 한없이 외롭고 슬펐습니다.
반면에 고양이는 애지중지 귀하게 자랐습니다. 무엇인가 필요하면 때맞춰 주어졌고, 뭔가를 얻기 위해 고생한 적도 없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말만 믿고 지키면 위험할 것도, 힘들 것도 없었고요. 하지만 그래서 고양이의 세계는 집 앞 마당에조차 나가지 못할 만큼 아주 좁았어요. 커다란 문 앞에서 내딛지 못하는 한 발짝이, 텔레비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넓고 다양한 세상이 역시나 한없이 외롭고 슬펐습니다.
오랜 시간 지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같은 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던 생쥐와 고양이에게도 겉으로는 보이지 았던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둘 다 오랫동안 혼자였고, 외로웠고,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들이 말이지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아는 생쥐 같은 아이
변화를 위해 용기 낼 줄 아는 고양이 같은 아이

‘서로 다른 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쥐와 고양이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친구를 사귀려는 아이, 다가오는 아이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고 매사 시큰둥한 아이, 사람을 대할 때 진실하지 못하고 자신을 꾸며 내는 아이, 주변의 뜻에 휘둘리기만 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우리는 보통 나와 너무 다른 사람과는 쉽게 가까워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생쥐와 고양이는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로 내가 친해지고 싶은 그 친구는 나와 다르기만 할까?’ 그리고 ‘다른 점만 있는 그 친구와는 친해질 수 없을까?’라고요.
아이들이 겪는 ‘새 학기 증후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귀고 사이를 유지하는 일’은 어른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친구를 쉽게 사귀는 법이나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이 아닌,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생각하게 합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내민 손을 계산하지 않고 잡아 주는 것, 때로는 먼저 용기를 내는 것의 중요함과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김유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동화책겁보 만보》라면 먹는 개》읽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도서관》《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대단한 콧구멍》을 썼고, 《걱정 먹는 우체통》걱정 먹는 도서관》을 함께 썼습니다.
 
그린이 안경미
법학을 공부하고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영국 킹스턴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과정을 마쳤고, 2015년과 2018년에 볼로냐 어린이 국제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지우개 똥 쪼물이》초록 토끼를 만났다》돌 씹어 먹는 아이》 등이 있습니다.

만남
오해
선물
소풍
싸움
위로

초대
친구

작가의 말

만남
어제는 하수관, 그제는 굴다리, 그끄제는 빈집을 전전하며 잠을 청하던 떠돌이 생쥐의 눈앞에 멋지고 따뜻한 빈 개집이 나타났어요! 게다가 쥐구멍으로 연결된 주인집에는 맛있는 것도 가득했고요. ‘음식이 넘쳐 나는 주인집이 친구네 집이면 좋겠다.’라고 생쥐는 생각했습니다.

“안녕.”
“우리 집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주인집이니 인사를 하러 왔지.”
“인사?”
“이사를 잘했다고 말이야.”
“어디로 이사를 왔는데?”
고양이가 눈을 껌벅였습니다.
“저기 마당에 있는 개집. 개가 떠난 뒤로 집이 비어 있었다지 뭐야. 그래서 내가 세를 들기로 했어. 아, 한 달 집세로 콩 세 알을 내기로 했고.”
생쥐가 주절주절 말하는 사이,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실로 갔습니다.
“인사도 나누었으니 우리 친하게 지내자.”
생쥐가 고양이를 쫓아가 말했습니다.
“왜 친해야 하는데?”
“바로 옆집에 살잖아.”
“우리 엄마가 고양이랑 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어.”
고양이가 생쥐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쥐랑 친구가 된 최초의 고양이’면 좋잖아!”
“말도 안 돼. 우리 아빠가 쥐는 고양이 밥이라고 했어.”
고양이가 불쑥 내뱉은 말에 생쥐가 눈을 치켜뜨며 쏘아붙였습니다.
“넌 그런 끔찍한 고양이가 되고 싶니?”
“아니. 우리 집에는 맛있는 게 많아서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일은 없을 거야.”
“맛있는 걸 이웃과 나눈다면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는 일도 없을 거야.”  (13~14쪽에서)

선물
첫 만남 이후, 쥐는 고양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쥐구멍이 닳도록 주인집을 들락거렸습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까칠하고 뾰족해서 ‘털 찾아 주기’, ‘수염 뽑아 주기’, ‘꼬리에 리본 달아 주기’, ‘뽀뽀로 잠 깨워 주기’ 등등 어느 방법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요. 도리어 생쥐가 뭔가를 할수록 고양이의 기분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더니, 결국은 화만 돋우고 말았답니다.

“내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때였어.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갔는데, 예술가들이 줄지어 앉아 있더라고.
그곳에서 왼손잡이 화가 고양이를 만났지 뭐야! 그 고양이가 내 초상화를 그려 줬거든.”
생쥐가 들려주는 그럴싸한 이야기에 고양이는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였어. 대화가 참 잘 통했는데. 이건 그때 기념으로 가져온 거야.”
〔……〕
드디어 ‘선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선물이 너무도 작아서 눈을 바짝 대고 살펴봐야 했습니다.
킁킁 냄새를 맡고, 쩝쩝 맛을 보고, 쓱쓱 문질러 본 다음 고양이는 얼굴을 팍 찡그렸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지우개 똥’이었습니다!
“예술가의 땀방울이 담긴 선물이야. 넌 돈 주고도 못 살걸. 그걸 주워 모으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쥐는 엄청 으스댔습니다.
“이게 진짜 선물이라고?”
“부담 갖지 마.”
생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그 모습에 고양이는 가르릉 소리를 내며 발톱을 세웠습니다. 물론 선물은 쓰레기통으로 날아갔고, 생쥐는 쥐구멍으로 줄행랑을 쳐야 했습니다.  (28~29쪽에서)


애써 준비한 선물도, 집 안 가득 꾸며 놓았던 꽃밭도 고양이에게는 화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생쥐 때문에 혼난 것이 억울할 때는 언제고, 생쥐의 발소리에 왜 고양이의 귀가 쫑긋 서는 걸까요? 괜히 시큰둥하게 대했지만 고양이도 생쥐를 조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손님이 찾아 온 날, 생쥐가 고양이를 대신해서 못된 개를 혼내 주었고, 고양이는 생쥐를 아주 약간 다시 보게 되었지요.

개가 코를 씰룩이며 고양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더니 고양이의 생선 모양 과자를 반이나 먹어 치웠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고양이의 밥그릇을 통째로 물고 갔습니다. 고양이는 화가 났지만 개가 무서워 덤빌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몸을 웅크릴 뿐이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요, 생쥐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뿔테 안경을 쓰고, 두꺼운 책(신문지를 조각조각 찢어 끈으로 묶은 것)을 옆구리에 끼고,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있었습니다.
개가 생쥐를 훑어보았습니다. 겉모습으로 봐서는 무시할 상대는 아닌 듯했습니다.
“넌 누구야?”
“내 이름은 ‘선생님’이야.”
“가르치는 일을 하니?”
“가르침이 필요할 때만.”
〔……〕
개는 ‘가르침’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입에 주머니를 대고 탈탈 털어 넣었습니다.
개의 입 안으로 알갱이들이 쏟아졌습니다. 개는 와그작 와그작 씹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소리쳤습니다.
“웩!”
생쥐는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뭘 준 거야?”
개가 물었습니다.
“썩은 콩알. 내 일 년 치 집세가 네 배 속으로 한꺼번에 들어갔어.”  (57~60쪽에서)

친구
생쥐와 고양이가 만나고 100일의 시간, 안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여러 사건들은 도저히 생쥐와 고양이의 거리를 좁혀 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 속의 고양이 마을을 보던 중에 고양이가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던 바람을 툭 내뱉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처음 말했고, 생쥐는 고양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요.

고양이는 앞발로 리모컨 단추를 눌렀습니다. 그때마다 텔레비전 화면이 바뀌었습니다. 생쥐는 파티를 미루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잠시 뒤 푸른 바다와 하늘이 화면 가득 펼쳐졌습니다.
눈부시게 환한 풍경이 둘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파란 세상 여기저기에는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고양이는 지붕에 누워 볕을 쬐었고, 또 어떤 고양이들은 여유롭게 차를 마셨고, 또 어떤 고양이는 바람을 가르며 두발자전거를 탔습니다. 요리사 고양이는 안내판에 오늘의 메뉴로 ‘고등어 피자’를 적었습니다.
“고양이 마을이네.”
생쥐가 아는 척을 했습니다.
“저기 알아?”
고양이가 생쥐를 힐끔 보았습니다.
“물론이지. 난 이 세상에 없는 곳 빼곤 다 가 봤거든.”
생쥐가 큰소리쳤습니다.
〔……〕
“가고 싶어.”
생쥐는 과자 부스러기가 목에 걸려 꽥꽥댔습니다.
“뭐라고?”
“나도 가 보고 싶다고. 고양이 마을에도 가고 싶고, 뭐였더라, 그래, 네가 처음에 얘기한 아프리카 밀림에도 가고 싶고, 선물 줄 때 얘기한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도 가고 싶고, 또 뭐였더라, 그래, 주먹만 한 벚꽃이 있었다는 일본 메구로강에도 가고 싶고, 퐁뒤를 먹었다는 스위스 루체른에도 가고 싶어. 나도 다 가 보고 싶어.”
고양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생쥐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버무렸습니다.
“음, 그래, 그러니까, 음, 그럼 좋지…….”  (73~7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