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남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
대니얼 키팅
2018. 06. 11
16,000원
140*210/ 310페이지
9791156757498

불안은 어떻게 몸에서 몸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될까?

생후 1년의 삶이 평생의 불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과학으로 증명하다


유난히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있다. 일단 감정이 폭발하면 진정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상과 담을 쌓고는 한없이 위축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 그게 주변 사람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나일 수도 있다. 이들이 스트레스 조절에 실패하는 공통의 이유, 이들의 마음속에 도사린 공통의 감정은 바로 ‘불안’이다.

우리 몸은 위험에 처하면 스트레스를 느끼도록,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릴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안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위기가 닥쳤을 때 스트레스 반응을 작동시키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불안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로 ‘유난히’ 심한 불안을 느끼는 걸까?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시작되며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걸까?

이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연구자가 있다. 바로 발달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40년간 인간의 발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을 연구해온 미시간대학교 심리학 교수 대니얼 키팅이다. 그는 《남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심심 刊, 원제: BORN ANXIOUS)》에서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임신부가 지속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기가 불안을 안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즉 임신부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로 ‘유전’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전자가 기능하는 방식’이 몸에서 몸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아기가 태어난 후, 1년간의 보살핌이 평생의 불안을 좌우한다는 사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태어나 1년간 충분히 보살핌을 받으면 나아지지만, 반대로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생물학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저자는 발달심리학을 기초로 사회적 후성유전학, 사회역학, 신경과학, 영장류 동물학 등의 과학 연구를 통섭해 강력한 스트레스가 몸속에 들어가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고, 그것이 평생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강력한 스트레스는 폭력, 전쟁, 굶주림 같은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 실직, 이혼, 주거비 상승,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 역시 몸에 ‘생물학적’으로 각인되고 이것이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임신한 순간부터 생후 1년의 경험이 평생의 불안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나약함, 처한 환경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니얼 키팅

저자 : 대니얼 키팅

발달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미시간대학교 교육대학원 심리학, 정신의학, 소아학 교수이다. 40년 동안 인간의 발달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을 연구해왔다. 특히 청소년의 인지 발달과 뇌 발달 과정이 위험 행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와 발달 건강의 관계를 비교해 어떤 환경이 발달에 유리한지를 수십 년 동안 연구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메릴랜드대학교,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북아메리카대학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서 발달 건강에 관한 여러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다학제 연구를 지원하는 싱크탱크인 캐나다고등연구소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에서 20년 동안 인간 발달 연구 프로그램HUMAN DEVELOPMENT PROGRAM을 이끌며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역학, 신경과학, 영장류 동물학자들과 함께 유전되는 불안과 스트레스의 메커니즘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프롤로그 | 만약 우리가 불안을 안고 태어났다면
서론 | 장롱 안에 호랑이가 산다

1장. 생애 초기의 불안이 결정짓는 삶: 심화되는 불평등은 생물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관점에 혁명을 일으킨 세 가지 연구 | 나도 모르게 내 몸에 각인된 그 무엇 |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다

2장. 창창한 운명과 암울한 운명의 갈림길 : 임신한 순간부터 생후 1년까지 시기
후성유전적 변화: 환경은 유전자를 어떻게 바꿔놓는가 | 인생의 결정적 시기 |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아기, 잭 | 어느 정도를 너무 심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는가 | 다정함과 따뜻한 반응의 중요성 | 안정적인 애착 관계 | 자기 위로 능력 기르기 |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다  


3장. 둥지를 벗어나 경기장으로 나온 아이들: 학교와 또래의 세계에서 겪는 위기의 근원
독립을 향한 첫걸음 |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1: 선택하기 |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2: 말 걸기 |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3: 규칙적으로 일과 지키기 |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4: 한계와 기대치 설정 | 세상 속으로 | 회복탄력성 문화 | 학교에 간 잭이 마주한 위기  


4장. 기회와 위험이 가득한 무대 위로: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변화들
10대의 뇌 | 테니스공 치는 법과 니코틴 중독 | 뇌 혁명: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모든 것이 다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는 재니스 | 우정은 축복인가, 독인가 | 또 다른 종류의 독립  


5장. 가족, 일, 사랑,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사람들: 고장 난 인생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가
불안과 분노의 생물학적 공통점 | 집어삼킬 듯 위협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줄리 | 바꾸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 | 남부러울 것 없었던 애그니스 | “사랑하는 것과 일하는 것” | 스트레스는 전염된다 | 삶이 언제든 매우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 


6장.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이 만들어내는 감춰진 비용
가장 가파른 사다리: 세계의 불평등 | 무엇이 사회적 불평등을 불러오는가 


7장. 불평등은 운명이 아니다: 악순환을 끊는 법
사회 분위기 바꾸기 | 소득 불평등 줄이기 | 인간 개발의 투자 | 국가의 서사 | 개인을 돕기 위한 준비 | 임신한 순간부터 생후 첫 1년까지 | 초기 아동기와 청소년기 | 성인기: 스스로 돕지만 혼자는 아니다 | 나쁜 고리 끊기 


에필로그 |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이끈다
부록 1 | 연구의 배경
부록 2 | 각 단계별로 도움이 되는 책들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임신한 엄마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엄마들은 당연히 아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 바라지만 임신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몹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상적인 수준의 스트레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임신부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앞에서 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학대를 당하거나 폭력에 노출되거나 직장을 잃는 극단적인 상황이 그러한 변화를 촉발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일반적인 걱정들, 이를테면 이혼이나 직장 내 갈등 또는 ‘경쟁적인 이 세상에서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등이 과도해질 때도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이유로든 임신부가 어느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기가 불안을 안고 태어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최근 그 메커니즘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6쪽)


우리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나온 결과를 종합하여 알아낸 촉발 기제는 ‘생애 초기에 겪은 불리한 사회적 경험에 대응해 모종의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이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변한다’는 것이다. (22쪽)

 

도무지 달랠 수 없는 아기, 간신히 잠들었다가도 20분 만에 경기하듯 깨어나는 아기, 끊임없이 짜증 내고 떼쓰는 아이, 학교에서 공격성을 드러내며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 세상이 너무 위협적으로 느껴져 자기 안으로 움츠러드는 청소년, 스트레스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인. 이들 모두의 공통분모는 조절되지 않는 스트레스 시스템이다. 위험에 처했을 때는 코르티솔을 방출하고 위험이 지나갔다는 신호가 오면 코르티솔 방출을 중단하는 일을 맡은 핵심 유전자가 스트레스 반응을 멈추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그 유전자가 항상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삶의 초기에 받은 메시지에 따라 행동한 결과다. (29쪽)

 

미니의 연구에서 갓 태어난 새끼 쥐들이 엄마 쥐에게 보살핌을 충분히 또는 아예 받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경험하자 코르티솔 분비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즉 계속 방출하게 하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이런 과정이 바로 후성유전적 변화다. 다시 말해 유전자의 기능이 외부적 요인 때문에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지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 경우 외부적 요인은 어려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이며, 그 결과 ‘스트레스 메틸화stress methylation’라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 (60쪽)

 

어떤 아기들은 글자 그대로 ‘불안을 안고’ 태어난다. 이는 임신 기간에 엄마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결과 태아에게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난 경우, 즉 스트레스 유전자가 ‘켜진’ 상태로 잠겨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난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기의 스트레스 시스템은 생애 첫 1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도 변화한다. 집중력과 끈기를 갖고 깊이 감정을 이입해 보살피는 슈퍼양육Supernurturing은 이미 일어난 스트레스 조절장애를, 심지어 유전된 경우에도 이겨내게 하여 초기에 겪은 역경의 악영향을 경감시키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반대 역시 참이어서 심한 스트레스나 고난을 겪으면 후천적으로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서는 부모나 주 양육자가 핵심 역할을 하지만 더 넓은 사회적 환경(가혹한 환경이든 이로운 환경이든) 또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68쪽)


스트레스 조절장애가 있는 성인들, 특히 성인기가 되기 전에 회복탄력성을 키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은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를 힘들게 한다. 무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뢰감이 없으며, 폭발적으로 화를 터뜨리거나 뒤로 움츠러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피하고 싶은 지뢰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족과 직장 내 인간관계도 쉽게 풀리지 않고 부정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데 그 때문에 스트레스의 악순환이 더욱 가속화된다. 이렇게 가정과 직장에서 스트레스 유행병이 발생한다. 그들의 과열된 스트레스가 일반적인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지닌 이들에게까지 전염되기 때문이다.(173쪽)

 

성인기에 이르면 행동 패턴과 감정적인 반응 패턴(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의 촉발 요인과 대처 기제를 포함해)이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되었다고 봐야 한다. 비교적 쉽고 유연하게 변화를 꾀하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면 수정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성인기에는 변화가 더 어렵지만 그렇다고 돌에 새긴 것처럼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183쪽)

 

스트레스 유행병 퇴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핵심은, 사회적 불평등이 일상생활에서 성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메틸화를 통한 생물학적 각인으로 자녀들의 몸 안에까지 스트레스를 물려주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사회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다시 말해 사다리가 가파를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순식간에 사다리 저 아래로 미끄러질 경우 나타날 결과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222쪽)

 

태아의 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을 막는 두 가지 조치가 있다. 바로 출산휴가 중의 급여 지원과 휴가 후의 고용 보장이다. 공정하고 유연한 육아 휴가는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로 널리 간주된다. 육아 휴가는 새내기 부모와 이 시기에 스트레스 메틸화에 취약한 아기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 그런 육아 휴가 정책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하는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258쪽)

 

강력한 사회적 연결과 의식적 마음챙김의 조합이 치명적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해독제다. 성인기에는 자기 인식 역량이 강해져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된다. 이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그 인식을 활용한다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력한 사회적 연결은 이 시기에도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다. 친구와 연인이 대리 애착 대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관계를 맺도록 기회를 만들고, 스트레스가 심해질 만한 상황을 최소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 이 모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