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라임 어린이 문학 025] 빨리빨리 모범생
박서진
2019. 01. 21
9,000원
100 페이지
9791189208134

뭐, 우리 반만 시험을 친다고?!
 
다른 반 애들은 수행 평가만 하고 놀기 바쁜데,
우리 반에만 시험 폭탄이 떨어졌다!
심지어 빨리빨리 공부 작전 때문에
메트로놈이라는 요상한 기계까지 나타났다.
박자에 맞추어 고개를 까딱까딱, 눈을 깜빡깜빡!
메트로놈이 몰고 온 숨 가쁜 속도에
아이들이 자꾸만 이상해지는데…….
 
날마다 시간에 쫓기며 숨 가쁘게 지내던 아이들이
자기만의 속도와 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
 
 
간략한 소개
시험이 사라진 학교에 불어닥친 ‘불안’이라는 후폭풍!
아직도 시험에 관한 악몽에 시달리곤 하는 어른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소식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몇 해 전부터 전국 대다수의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로 불리던 일제식 지필 평가가 폐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문제 풀이 실력으로 점수를 내고 등수를 매기는 대신, 학생 개인의 학업 성취도와 공부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 서열화를 막고자 하는 취지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다시 시험을 치르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낄 불안과 혼란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와 선생님의 재량, 또는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아이들의 학업 수준이 들쭉날쭉해지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빨리빨리 모범생》은 이처럼 시험이 사라진 학교의 현실을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연결지어 풍자적으로 그린 동화이다. 아이의 성적을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해하는 부모들의 걱정, 중·고등학교와 대입 등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시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담임 선생님의 교육관, 아이들에게는 시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장 선생님의 철학 등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어른들의 요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아이들은 남들보다 빨리, 더 많이 배우기 위해 마련된 ‘메트로놈’이라는 박자기의 빠른 속도감에 짓눌려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흡사 공부하는 기계처럼 변해 간다. 이를 통해 어른들이 제시하는 방향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강박 증세를 조금 과장되게 보여 줌으로써, 이러한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넌지시 경고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며 숨 가쁘게 지내는 아이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다!
구민이는 요즘 엄마와 함께 특별훈련 중이다. 엄마는 느긋하고 느린 구민이를 빠릿빠릿하게 만들기 위해 집 안의 시계를 빠르게 설정해 놓는 것도 모자라 타이머까지 들고 쫓아다닌다. 구민이는 화장실까지 들이닥치는 타이머 공격에 변비까지 생겨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데 있었다. 전교생이 한꺼번에 치는 중간·기말 시험이 없어져 기뻐한 것도 잠시, 담임 선생님이 과목별 단원 평가를 실시할 거라는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반 아이들은 수행 평가만 하고 놀기 바쁜데, 시험을 치는 것도 모자라 매일 아침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풀고 틀리면 오답 노트까지 만들어야 하다니……. 한숨이 푹푹 쏟아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거기에다 공부를 더 빨리, 많이 하기 위해 ‘메트로놈’까지 등장하면서 교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처음엔 불평이 많던 아이들도 이젠 메트로놈 소리만 들리면 자동으로 기계처럼 문제를 풀게 되었다. 구민이는 메트로놈 소리가 24시간 내내 쫓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보낸다.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뭐든지 빨리빨리 하는 습관이 생긴 아이들은 수업 시간은 물론이고,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조급해하며 서두르느라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급식실에서 새치기를 하다가 다른 반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기 일쑤였고, 밥을 급하게 먹고 체하는 바람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쉬는 시간을 다 보냈으며, 책도 대충 읽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자꾸만 예의 없이 끼어들었던 것이다.
급기야 교실에서 키우던 새싹을 빨리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손을 쓰는 바람에 화분의 싹이 절반 가까이 죽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선생님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빨리빨리 공부 작전을 하느라 참을성과 집중력을 잃고 늘 긴장하면서 조급증에 시달리는 구민이와 반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빨리빨리 모범생》은 학교에서 공식(?) 시험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욱 잦은 시험과 공부에 내몰리게 되는 아이들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시험과 성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공부 말고도 채워 나가야만 하는 수많은 경험이 있으며 그것을 흡수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 또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자기만의 속도로 옹골차게 자라는 아이들
교실 창가에 놓인 화분 속의 새싹은 저마다 물을 주는 주기와 성장하는 속도가 다 다르다. ‘반 아이들처럼 어떤 꽃은 빨리 자라고, 어떤 꽃은 마디게 자라’며, ‘물을 많이 먹는 꽃도 있고, 적게 먹는 꽃도 있’는 것이다.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는 속도를 하나로 통일하고 보다 빠르게 조절하려고 했던 어른들의 욕망과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박자의 음표와 쉼표가 어우러져야 멋진 음악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저마다 삶의 속도와 방향이 다른 개개인들이 어우러져 영향을 주고받아야 보다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사람들은 다 다르고 이것은 무척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까지 생각을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물과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만의 속도로 시간을 온전히 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속도와 시간, 시험 그리고 공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 : 박서진
2002년에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2009년에 대전일보와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2014년에는 푸른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와 인연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고민 있으면 다 말해》《숙제 해 간 날》 《마지막 퍼즐 조각》 《남다른 상을 드립니다》 《건수 동생, 강건미》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오윤화
만화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고, 지금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시간 사용법》 《악당의 무게》 《푸른 사자 와니니》 《완벽한 가족》 《고민을 들어주는 선물 가게》 등이 있습니다.

느림보 탈출 훈련
빨리빨리 메트로놈 작전
노는 게 더 힘들어
같은 걸로 시켜요!
삼 분이면 할 수 있어요
누가 쫓아오는 것만 같아
해답지를 보고 베끼면 돼요
자기만의 속도
천천히 해도 괜찮아
작가의 말

느림보 탈출 훈련
구민이는 요즘 집에서 빠릿빠릿해지기 위한 특별훈련을 받는 중이다. 엄마가 느림보 구민이의 행동 개조를 한답시고 타이머까지 들고 다니며 닦달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에서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전교생이 함께 치는 중간·기말고사가 없어졌는데도, 담임 선생님이 우리 반만 단원 평가를 실시할 거라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다른 반 아이들은 수행 평가만 하고 노는데, 이 억울한 마음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구민이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아이들은 불길한 예감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반은 2학기부터 단원 평가를 실시할 생각이다. 배운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시험 보는 연습도 하는 거지.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평상시
에 예습과 복습을 꾸준히 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테니 그리 걱정할 것 없어.”
그때 나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진짜다!
다른 반 아이들은 수행 평가만 하는데, 우리 반만 시험을 친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제라도 다른 학교로 전학 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단원 평가 이야기를 꺼내자, 엄마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래서 전학 얘기는 쏙 들어가 버렸다.
단원 평가와 문제집 생각을 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근데 세 권이나 되는 문제집을 언제 다 풀지?”
“빨리빨리 풀어야지. 돈 아깝잖아.”
내가 중얼거리는 걸 듣고 다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12~13쪽에서
 

빨리빨리 메트로놈 작전
각자 평균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 작전의 일환으로 교실에는 ‘메트로놈’이라는 박자기까지 등장한다. 아이들은 메트로놈 박자에 맞추어 조금씩 더 빠른 속도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이 메트로놈 소리만 들리면 자동으로 기계처럼 문제를 풀면서 공부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구민이는 24시간 내내 메트로놈 소리가 들리면서 시간이 쫓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만, 빨리빨리 작전 덕분에 이전보다 성적도 오르고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자 답답한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마침내 1교시 수업 준비종이 울렸다.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와 보니, 쉬는 시간인데도 메트로놈이 틱톡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빨리 뛰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스트레스! 집에서도 모자라 이젠 학교에서까지 빨리빨리 하라고 난리네.”
대수는 먹을 게 없어서인지 자기 손톱을 찍 깨물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불평이 많던 아이들도 이젠 틱톡틱톡 소리만 들리면 자동으로 문제를 풀게 되었다.
다해는 손가락에 머리카락을 돌돌 만 채 메트로놈 박자에 맞추어 연필을 열심히 움직였다. 나도 똥구멍에 힘을 꽉 주고 문제를 훑어 내려갔다.
문제를 다 푼 뒤에는 선생님에게 일일이 검사를 받았다. 선생님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사인을 해 주었다.
틱톡틱톡, 찰칵찰칵, 철컥철컥!
박자에 따라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메트로놈 소리는 하루 종일 날 따라다녔다. 누가 녹음기라도 튼 것 같았다. 학교나 학원에 갈 때, 집에 올 때, 심지어 잠을 잘 때까지 따라왔다. ―26~27쪽에서
 

자기만의 속도
하지만 빨리빨리 작전이 좋은 결과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조급해하면서 뭐든지 서두르게 된 구민이 반 아이들은 체육 시간에도 무리를 하다가 지쳐서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급식실에서 새치기를 하며 다른 반 아이들과 다투기 일쑤였으며, 밥을 급하게 먹어서 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크고 작은 문제가 연이어 일어나던 그때, 교실에서 키우던 화분의 싹들이 절반 가까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원인이 빨리빨리 작전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선생님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화분들이 다 왜 이렇게 됐지?”
선생님이 화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배가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화초들이 다 죽었잖아?”
놀란 아이들이 창가로 우르르 몰려갔다. 나도 잽싸게 뛰어갔다. 화분의 싹들이 절반 가까이 죽어 있었다. 살아 있는 싹들도 영 시들시들해 보였다.
“잘 자라던 싹들이 왜 갑자기 죽었을까?”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것만 같았다. 혹시 그 일 때문일까? 며칠 전의 일을 생각하자 배가 다시 싸하게 아파 왔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들었다.
“이구민, 무슨 일이지?”
“사실은…… 제가 싹을 조금씩 뽑아 올리기는 했는데요.”
“뭐라고? 왜 그랬는데?”
“빨리 크라고요…….”
내 화분은 다른 애들 것보다 싹을 일찍 틔웠지만 키가 잘 안 자랐다. 그래서 위로 살짝 뽑아서 올려 준 것뿐이다. 대수랑 다해 것도 작아 보여서 위로 조금 뽑아 줬다. 이렇게 다 죽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우리 셋의 화분에는 말라비틀어진 싹만 조금 남아 있었다.
“선생님, 제 화분은 빨리 자라라고 물을 많이 줬는데도 죽었어요.”
“저도요.”
나라가 머뭇거리며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손을 들고는 자기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게 다 새싹이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선생님은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말없이 자리로 돌아가서는 한참 동안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75~7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