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라임 청소년 문학 037] 레인보우 프로젝트
질라 베델
2019. 02. 20
11,000원
308 페이지
9791189208165

 
로봇과 드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첨단 과학 시대,
20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지독한 기근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하루에 한 컵씩 배급되는 물로 겨우 연명을 하며, 세계 곳곳에서는 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부 교수인 조나 블룸이 변사체로 발견되자, 블룸의 조카인 오든 데어는 외삼촌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실마리를 추적한다. 얼마 후 오든은 블룸의 연구실에서 ‘레인보우 프로젝트’라 적힌 쪽지를 찾아내고, 창고 밑 지하실에서는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 파라곤이 나타나는데…….
 
우리는 목이 마르다. 하루에 24시간, 일주일에 7일, 일 년에 365일 내내…….
머지않아 도래할 ‘물 부족 시대’를 스펙터클하게 구현해 낸 첨단 과학 스릴러!
 
 
 
출간의 의의
“오염된 물 팔아요!”, 뉴욕 한복판에 나타난 물 자판기
몇 년 전, 미국 뉴욕 유니언 광장에 난데없이 오염된 물 자판기가 등장했다. 자판기에 1달러짜리 동전이나 지폐를 넣으면 맛있는 음료가 아니라, 흙탕물이 담긴 생수병이 톡 떨어져 나온다나? 대도시 한복판에 생뚱맞게도 왜 이런 자판기를 세워 두었을까?
바로 유니세프가 물과 관련된 질병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마실 물이 부족한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일부러 마련한 것이다. 이 자판기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사망 원인이 되고 있는 수인성 질병, 즉 ‘말라리아, 콜레라, 장티푸스, 뎅기열, 간염, 이질, 살모렐라 식중독, 황열병’ 등을 선택 메뉴로 설정해 두고, 또 한켠에는 ‘목마르세요? 매일 4,200명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로 죽어 가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손가락으로 수도꼭지만 건드리면 언제나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고작’ 물 때문에 죽어 가고 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주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 보면, 혹시라도 부족한 일이 생기면 사람을 아주 쉽게 위험으로 내몰 수 있는 것이 바로 ‘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존 자원’, 물을 둘러싼 암투
마실 물이 부족한 곳은 비단 흙탕물을 마시는 아이들이 사는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선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물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불법으로 수도 시설을 장악하고 비싼 값에 물을 팔아먹는, 이른바 ‘워터 마피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비가 내리지 않아 나날이 메말라 가고 있는 중동 지역과 남아메리카의 브라질, 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아우성이 계속 빗발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강우량이 줄어들고 있기에 물 부족 현상은 특정 지역을 떠나 전 세계적으로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인구의 20%인 14억 명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몇 해 전,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석유가 고갈되는 경우에는 대체 에너지 자원이 있다. 원자력이나 태양에너지 같은……. 그러나 물은 아직까지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다. 그 때문에 물 부족은 현대 문명이 맞이하게 되는 가장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바로 ‘물 전쟁’ 발발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다. 
《레인보우 프로젝트》에서는 바로 그 ‘물’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물을 서로 차지하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국내에서는 수자원 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가둔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아니 맞닥뜨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이야기를 생생하고도 절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
곧 도래할 ‘물 부족 시대’를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첨단 과학 스릴러!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의 영국 런던. 세상은 수십 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물과 식료품값이 치솟고, 물을 거래하는 암시장이 기승을 부린다. 사람들은 물을 하루에 한 컵씩 배급받아서 생활한다. 언제나 목이 마르며, 몸을 씻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정부는 수자원 위원회와 함께 영국의 해안선을 봉쇄하고 해수의 담수화 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국경선이 바다와 맞닿지 않은 국가들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물을 둘러싼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
태어날 때부터 완전 색맹이어서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만 보이는 열네 살 소년 오든은 불현듯 엄마 손에 이끌려 케임브리지로 이사를 한다.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부 교수로 있던 외삼촌(조나 블룸 박사)이 어느 날 갑자기 주검으로 발견되었는데, 여동생인 오든의 엄마에게 케임브리지 외곽의 허름한 주택을 유산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아빠가 전쟁터에 나가 있어서 엄마가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 나가는 상황이었기에, 단지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실낱같은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외삼촌의 집은 가구를 비롯한 살림살이가 죄다 엎어져 있고, 서류와 파일이 사방에 흩어져 있는 등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오든은 외삼촌의 죽음에 의구심을 품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 연구실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블룸 박사가 생전에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새 학교에서는 비비와 짝이 되면서 급격히 친해진다. 완전 색맹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오든과 마찬가지로, 궁금한 것이 많아 호기심덩어리인 비비 역시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둘은 방학을 맞이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다 외삼촌이 창고에 숨겨 놓은 ‘레인보우 머신’을 발견한다. 그 후 레인보우 머신의 배터리를 찾아 헤매다가, 창고 밑에 파 놓은 지하실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파라곤’을 찾아낸다.
파라곤은 시를 읊거나 동식물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방대한 지식과 예술적 소양을 자랑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설계되었는지는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든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다가 ‘단색형 색각’(완전 색맹의 정식 명칭)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 파라곤의 몸이 굳어지면서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자신을 제작한 뒤 은밀히 숨겨 둔 블룸 박사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뱉어 놓는다.
며칠 뒤, 오든과 비비, 파라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평소에 즐겨 가는 카라반 캠프장에 몰래 숨어들어서 숨바꼭질을 하고 논다. 그러다 학교에서 오든을 병신이라 놀려 대는 바람에 원수처럼 지내는 파비우스에게 비비가 발길질을 당하는 일이 생긴다. 오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파라곤과 함께 복수를 하러 갔다가, 아빠가 전쟁터에서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혼자 도망치다가 체포되어서 교도소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파라곤은 오든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제네바 협약’이라는 단어에 또다시 반응하며 ‘마일로 트레블’ 박사라는 이름과 어느 과학 연구 단지의 주소를 말한다. 오든은 파라곤과 레인보우 머신이 어떤 목적으로 제작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트레블 박사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얼마 뒤, 오든의 집으로 수자원 위원회의 군대가 들이닥치고, 그들의 수장인 울프 장군은 목숨 줄과도 같은 수돗물을 일부러 콸콸 틀어 놓은 채 차디찬 목소리로 파라곤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윽박지른다.
 
 
다수가 궁지에 몰려 있을 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권력 기관의 민낯
《레인보우 프로젝트》는 불과 일이십 년 후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인간이 하던 대부분의 일은 로봇과 드론이 대신하고 있으며,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스템이 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되어 눈 돌릴 새 없이 빠르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이 부족해, 사람들은 나라에서 배급해 주는 하루 한 컵의 물로 가까스로 목숨을 잇는다.
그래서 ‘물’이 최고의 무기로 자리 잡은 가운데, 세상은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뉜다. 권력을 가진 자는 다른 사람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힘을 손에 쥐고, 그렇지 못한 자는 로봇이나 드론에게 일자리마저 빼앗긴 채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이야기 말미로 가면 레인보우 머신은 오든의 색맹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자원 위원회가 꾸민 모종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블룸 박사는 수자원 위원회와 도덕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공동 프로젝트를 끝내 포기했고, 그 직후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목숨 따위는 한낱 파리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권력 기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다행히 이런 세상에서도 개인의 이익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누릴 행복을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블룸 박사가 있고, 그가 남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성 로봇 파라곤이 있으며,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며 두 눈 질끈 감고 형제처럼 아끼는 파라곤의 손을 놓는 열네 살 소년 오든이 있다. 이들 셋과 수자원 위원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더없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작품 속에서 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는 심장이 떨릴 만큼 정밀하게 그려진다. 물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결핍들이 행간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마치 옆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마냥 섬뜩한 기분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수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해 낸 해수의 ‘담수화 시설’이나 세계 곳곳에서 지금 한창 연구 중인 ‘인공 강우’ 같은 대안들이 그대로 등장해서 현실감을 드높인다. 
수돗물을 틀면 언제나 콸콸 쏟아지는 물……. 우리는 이 물을 틀어 놓고 양치질도 하고, 손도 씻고, 세수도 한다. 왜냐하면 물은 항상 그렇게 언제까지라도 콸콸 쏟아질 것만 같으니까. 하지만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읽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으로 침을 꼴딱 삼키면서 이런 질문과 맞닥뜨린다.
‘앞으로도 과연 쭉 그럴 수 있을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첨단 과학으로 무장돼 머리 위로 드론이 슝슝 날아다니는 미래 사회의 화려한 면모 뒤에서, 극심한 물 부족 현상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쫄깃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나마 아직은 여유 있게 쓸 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자주 망각하는 물……. 《레인보우 프로젝트》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설정으로 우리에게 머지않아 다가올 ‘물 부족 시대’에 대해 의미심장한 경고를 날린다. 아, 갖가지 비밀이 옹송그리고 있는 추리 기법을 이용해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흥미진진’ ‘스릴 만점’의 읽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라!
 

지은이 : 질라 베델 Zillah Bethell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났다. 맨발로 밀림을 뛰어다니며 신발이라는 물건은 필요조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워담 칼리지에서 공부했으며, 지금은 웨일스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김선영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식품 영양학과 실용 영어를 공부했으며,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형, 내 일기 읽고 있어?》 《휴대폰의 눈물》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 《오, 나의 푸드 트럭》《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 《코딩하는 소녀》 외 여러 권이 있다. 

안녕, 봇잡!
최악의 집, 유니콘 코티지
색깔을 보지 못하는 소년
새 친구 비비 룩미니
식스식스와 골든 보이의 정체
써니 계곡 카라반 파크
지하실의 비밀 터널
인간을 닮은 로봇, 파라곤
협박 편지
잔인한 농담
참새와 허수아비
웰스프링 과학 혁신 센터
살인 기계의 비밀
아슬아슬한 탈출 작전
소문, 그 너머의 진실
레인보우 머신
마지막 임무
희망에는 날개가 있다

안녕, 봇잡?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의 영국 런던, 완전 색맹이어서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만 보이는 열네 살 소년 오든은 엄마 손에 이끌려 홀연히 케임브리지로 이사를 한다. 외삼촌인 조나 블룸 박사가 세상을 떠나며, 오든의 엄마에게 케임브리지 외곽의 허름한 주택을 남겼기 때문이다. 오든에게는 손으로 쓴 편지와 둘로 쪼개진 운석의 반쪽을 남기는데, 운석의 나머지 절반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식스식스에게 있다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두커니 서서 신호등 불빛을 바라볼 때가 있다. 불빛은 곧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다시 초록색으로 바뀐다. 나는 빨간색이, 노란색이, 초록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어느 날 누군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호등 불빛의 배열 순서를 바꾼다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 나에게는 모두 똑같이 회색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나는 이 가운데 그 어떤 색도 구분하지 못한다. 이제는 흑백으로, 아니 흐릿한 회색으로 모든 것을 보는 일에 제법 익숙해져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부터 이 상태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색을 구분하다가 나중에 이렇게 되었더라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 테니까.
사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이랬다. 내 이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든 데어인 것처럼. 나는 지금 열네 살이다.
우리 엄마는 색깔을 말하지 않은 채 사물을 설명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다. 그러니까 사물을 구별하는 데 다른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숫자를 이용할 수 있다.
“거기, 두 번째에 있는 것 좀 줄래?”
크기도 가능하다.
“세 번째로 작은 것도.”
숫자와 크기를 동시에 이용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 줄에서 네 번째로 작은 거.”
색깔의 명암을 설명할 때는 알파벳이 동원된다. 가장 밝으면 A다. 따라서 가장 어두우면 Z가 된다. 그래 봐야 실제로 쓰는 것은 D까지고, 더 많아 봐야 E까지다. 엄마의 색감은 알파벳 스물여섯 자를 다 쓸 만큼 뛰어나지가 않다.
더 어렸을 때는 그림으로 사물의 색깔을 구분했다. 초록색이면 사과, 파란색이면 물결 두 줄, 이런 식으로. 엄마는 온 집 안의 물건에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였다. -7~8쪽에서
 
 
색깔을 보지 못하는 소년
오든은 블룸 박사가 근무하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 연구실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외삼촌이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삼촌이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통해 색맹인 자신에게 색을 찾아 주려 하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으며, 그 누군가는 색맹의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라고 의심을 품는다.
 
나는 재킷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었다. 스노우플레이크 843A를 한쪽으로 밀고 짧고 뭉툭한 열쇠를 잡았다. 다락방에서 찾은 열쇠였다. 지켜보는 눈이 없는지 주변을 재빨리 살핀 다음,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고 천천히 돌렸다.
열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양손으로 잡고 힘껏 돌렸다.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문을 발로 툭 걷어찼다. 엄청난 소리가 긴 복도를 따라 울려 퍼졌다. 순간, 멍청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커다란 고리 손잡이를 힘껏 당긴 다음, 한 번 더 열쇠를 꽂아 돌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넓은 책상이 보였고, 그 앞으로 화려한 벽난로가 있었다. 창문 아래의 반들반들한 가죽 의자는 하도 넓어서 누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창문 맞은편 벽은 온통 책장이었다. 그런데 책장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한때는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을 파일이며 서류가 모두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가슴이 쿵쿵거리는 동안, 머리는 엄마와 함께 유니콘 코티지에 도착했던 날로 돌아갔다. 그때도 이렇게 엉망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지저분하고 산만한 성격의 외삼촌이라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분명히 잘못되었다. 외삼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은 뭘 찾으려 했던 걸까? -40~42쪽에서
 
 
인간을 닮은 로봇, 파라곤
새 학교에서는 비비 룩미니를 만나 친해진다. 트리니티 칼리지에 있는 비비네 집에 놀러 갔다가, 외삼촌이 비비에게 운석 조각의 절반과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오든은 비비와 함께 놀다가 ‘레인보우 머신’이라 적힌 기계를 발견하는데, 이상하게도 배터리가 들어갈 자리가 비어 있다. 두 사람은 배터리를 찾아 헤매다가 지하실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파라곤’을 찾아내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을 뿐 금속과 전선과 전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등’을 벽에 기댄 채 ‘얼굴’을 ‘가슴’ 앞으로 푹 숙인 모습이 언뜻 졸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비비가 물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하루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 형체를 꾹 눌러 보며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박사님은 왜 이 드론을 여기에 숨기신 거지? 지하에 비밀 터널까지 파고선 문까지 이중으로 달아 놓으셨잖아? 생각해 보니까 이 터널에 전파 방해 장치가 있는 것 같아. 우리 둘 다 쿼티가 안 켜졌어. 그건 절대로 우연일 리가 없어. 왜 그러셨을까?”
“내 생각에 이건 드론이 아니야. 더 발전된 형태야. 로봇 같아.”
……그때 버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커다랗고 동그란 버튼이 쇄골 바로 아래에 박혀 있었다. 초록색일 것 같았다. 초록색은 가라는 의미였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위잉, 소리와 함께 로봇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고음의 위잉 소리는 교실 모니터에서 이서웹이 켜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곧이어 쉬익, 소리가 들렸다. 로봇의 ‘가슴’이 환해지면서 양 ‘팔뚝’을 따라 차례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05~106쪽에서
 
 
협박 편지
‘파라곤’에게는 방대한 지식과 예술적 소양이 입력되어 있었지만, 정작 제작 목적이나 제작자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한다. 얼마 뒤, 오든이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단색형 색각’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파라곤은 이상 반응을 일으키며 제작자인 블룸 박사에 관한 정보를 줄줄이 뱉어내 놓는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그 단어가 툭 나왔다.
“난 단색형 색각이니까.”
그 순간 파라곤이 이상해졌다.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사라지고, 진짜 로봇이 된 것마냥 동작이 뚝뚝 끊어졌다. 파라곤은 양팔을 몸통 옆으로 붙이더니 두 다리를 직선으로 쭉 폈다. 머리를 정면으로 고정한 뒤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파라곤, 왜 그래?”
그러자 파라곤이 대답했다. 자연스러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단조로운 기계음이었다.
“내, 이름은, 파라곤, 나를, 만든, 사람은,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물리학부, 조나, 블룸, 박사. 현재, 케임브리지, 유니콘, 코티지, 거주. 친자녀, 없음. 혈육 중, 생존자는, 여동생인, 크리스터벨, 데어, 그리고, 조카, 오든, 데어. 현재, 런던, 포레스트, 게이트, 거주. 오든, 데어는, 희귀 질환인, 단색형, 색각, 상태. 색깔, 판별, 불가.”
비비와 나는 파라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바람 한 줄기가 수풀을 비집고 공터로 불어왔다. 한참 만에야 파라곤의 동작이 다시 자연스러워졌다.
비비가 말했다.
“단어가 파라곤을 해제한 거야. 단색형 색각이라는 단어가 파라곤을 해제했다고. 너희 외삼촌이 단어를 암호처럼 쓰신 거지. 특정 단어를 들으면 정보가 발사되도록.” -131~132쪽에서
 
 
웰스프링 과학 혁신 센터
이번에는 파라곤이 ‘제네바 협약’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면서 ‘마일로 트레블’ 박사의 이름과 한 연구 단지의 주소를 말한다. 오든은 트레블 박사를 찾아갔다가, 레인보우 머신이 자신의 색맹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자원 위원회가 꾸민 모종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파라곤의 몸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해 내는데…….
 
트레블 박사는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파라곤에게는 처음 전원을 켠 이래로 한 번도 활성화되지 않은 기능이 몇 가지 있어. 여길 좀 봐.”
파라곤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확인했습니다.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트레블 박사가 화면을 손으로 가리켰다.
“활성화할 수 있을지 한 번 보면 되…….”
트레블 박사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화면 속의 움직이는 이미지에 빠져들었다. 손가락은 이미 키보드를 번개처럼 누비고 있었다. 그러다 대뜸 이렇게 말했다.
“팔을 뻗어 봐. 팔을 내밀어 보라고. 앞으로 쭉.”
“예?”
비비와 내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사이, 파라곤이 두 팔을 나란히 내밀었다.
“좋아, 이제 잘 보라고.”
트레블 박사가 키보드의 다른 키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파라곤의 팔뚝 뒷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양쪽 팔뚝에서 직사각형 금속판 두 개가 일 센티미터쯤 위로 들리더니 팔뚝의 옆면을 둥그렇게 감쌌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팔뚝 안에서 검은색의 길쭉한 원통형 금속관이 서서히 올라와 팔뚝과 평행을 이루었다. 딸깍! 그 소리와 함께 원통형 관이 단단히 고정되었다.
내가 물었다.
“이게 뭐죠?”
트레블 박사는 그 자리에서 몸서리를 쳤다.
“기관총이야. 기관총이 내장되어 있었어.” -216~21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