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
토마 제르보
2019. 03. 28
9,500원
108 페이지
9791156752363

 
유쾌한 문장으로 교육 현장을 날카롭게 꼬집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다 보면 드문드문 문 닫힌 작은 학교들이 눈에 띈다. 놀이 기구가 놓인 넓은 운동장, 도시만큼 높지 않고 아담한 학교 건물은 예전 그대로지만 사실 시골의 학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고 출생률마저 감소하면서 학생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골 학교의 학생들은 여러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거나 스쿨버스를 타고 근처의 다른 학교로 수십 분 거리를 등하교해야 한다. 그렇게 텅 비어 버린 학교는 숙박 시설이나 캠핑장으로라도 활용되면 다행이지만, 그대로 방치되다가 공포 체험(?)의 공간으로도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안 들린 지 오래다.’라며 인터뷰하는 시골 마을의 모습은 쓸쓸하고,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이런 상황이 당연하고 일반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는 학생 수가 모자라서 하나뿐인 학교가 폐교될 위기에 놓인 섬마을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이다. 학교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엉뚱한 발상과 눈물겨운 노력을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내는 한편, 실제의 교육 현장과 아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의 탁상행정을 유머러스하게 비꼬아 풍자하고 있다.
 

학생 한 명이 모자라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3일 전, 서쪽 끝 자그마한 양들의 섬에서는 개학 준비가 한창이다. 선생님은 바닷바람에 망가진 학교 외벽을 새로 칠하고, 학생들은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 육지 마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섬마을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 시각, 교육부 장관님은 새로운 교육 방침을 발표한다. ‘교육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 수가 30명이 되지 않는 학급은 모두 폐쇄하겠다.’라고!
양마을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놓였다. 학교도 하나, 학급도 하나뿐인 이 섬마을의 학생은 올해 신입생을 포함해서 29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학생 한 명을 구해 오지 않으면 학교는 문을 닫고, 학생들은 육지의 기숙 학교로 옮겨야 한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해 봐도 담당 장학사는 요지부동, 고민에 빠진 마을 이장님과 이장님의 딸 잔느는 양 ‘뱅상’을 입학시켜 모자란 학생 수를 채우기로 결정한다.
양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는 기상천외한 소식이 퍼지자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양들의 섬을 주목하고, 교육부 장관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자 씩씩거리며 양들의 섬으로 향한다. 말이 안 되는 정책에 말이 안 되는 대응이 더해져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되어 버린 기가 막힌 상황! 과연 잔느와 마을 사람들은 장관님의 마음을 돌려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할 수 있을까?
시골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무겁고 안타까운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설명하고, 때로는 정에 호소하며, 때로는 협박과 놀림(?)도 서슴지 않는 마을 주민들의 상황이 웃기면서도 짠한, 그야말로 ‘웃픈’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의 황당무계한 행동마저 공감이 되는 건, 이 모습이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현실이 떠오른다. 해남의 서정 분교나 제주의 더럭 분교처럼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도 생각난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독자들 스스로가 학교의 진정한 주인임을 깨닫고,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이해와 소통,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무적의 힘
이야기 곳곳에 또 다른 현실이 숨어 있다. 책 속에서 장관님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갑자기 교육 방침을 정하고, 곳곳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현장에 나간 관계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학교가 문을 닫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교육 현장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늘 소외되곤 한다. 이야기 속에서도 아이들은 가장 늦게 상황을 알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역할이 크지 않다.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이런 모습들은 리얼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상황을 통해 ‘소통’이 사라진 현실의 문제를 풍자한다. 만약 새로운 교육 방침을 정할 때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면 어땠을까?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 귀를 기울였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누군가 전달해 논의를 거쳤으면 어땠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끝에 답이 있다.
그동안 갖고 있던 장관님의 선입관이 사라지는 순간, 이해와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높고 단단하기만 했던 불통의 벽에 금이 가고, 톡 치면 무너질 만큼 말랑말랑한 마음이 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에도 탈출구는 있는 법. 이 책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열쇠임을 전한다. 또한‘나’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할 때, 그리고 한쪽이 아닌 서로가 함께 노력할 때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한걸음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지은이 : 토마 제르보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어요.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는 작가가 쓴 첫 번째 동화예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를 글로 쓰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신나게 여행을 했다고 하네요.
 
그린이 : 폴린 케르루
프랑스 캉페르에서 태어났어요. 파리에서 그래픽을 공부한 뒤 프라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지금은 런던에서 예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 작가로서 품었던 첫사랑의 느낌을 되찾았다고 해요.
 
옮긴이 : 곽노경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불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답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키아바의 미소》, 《홍당무》, 《지옥학교》, 《마틴과 로자》, 《수상한 우체통》, 《Wi-Fi 지니》 등이 있어요.
 

 
까칠한 교육부 장관
헉, 우리 학교가 없어진다고?
나쁜 소식
서른 번째 학생
슈퍼스타 뱅상
양들의 섬에 발이 묶인 장관님
뱅상을 잠아 먹는다고?
학교를 구한 양
에필로그
 

 
까칠한 교육부 장관 
새 학기 시작을 앞둔 금요일 아침, 교육부 장관님은 각 시・도의 교육감들을 소집했다. 한 학급당 20명인 학생 수를 30명으로 늘리고, 학생이 모자란 학급은 모두 폐쇄하겠다는 새로운 교육 방침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장관님의 계획은 선생님 수를 줄여 금고가 바닥나게 생긴 교육부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이런 사정도 모르고 신입생을 포함해 학생 수가 29명뿐인 양들의 섬에서는 개학 준비가 한창이다.
 
금요일 아침, 장관님은 널찍한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로 팔을 쭉 뻗어 단축 번호 버튼을 눌렀어요.
〔……〕
요즘 들어 교육부의 형편이 아주 나빠졌어요. 금고가 바닥이 날 지경이라지 뭐예요?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장관님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답니다. 바로 한 학급당 20명인 학생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들의 수가 줄어들겠지요?
장관님은 이 기발한 생각을 발표하려고 교육감들을 급히 불러 모은 거였어요.
세 시간 뒤, 각 시·도의 교육감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장관님은 자신감이 뿜뿜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지요. 그러자 교육감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답니다.
“30명이 되지 않는 학급은 어떻게 하죠?
“그런 학급은 모두 폐쇄합니다!”
장관님은 고민할 새도 없이 나무 책상을 펜으로 탕! 내려치면서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휙 나가 버렸지요. ―10~11쪽에서

서른 번째 학생   
개학 날, 섬마을 학교에 찾아 온 장학사님은 학생 수가 하나 모자라니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마을 이장님과 선생님이 섬의 사정을 설명해 봐도 들으려 하지 않고, 이장님은 교육부 장관님과 직접 이야기하기 위해 파리에도 다녀오지만 그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장님과 이장님의 딸 잔느는 깊은 실망과 고민에 빠진다.
그때 문득 집에서 기르던 양 ‘뱅상’이 눈에 띄고, 뱅상을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 수를 채우기로 결정한다. 학교에 입학한 양의 이야기는 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 온 나라에 들썩이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섬으로 몰려와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도 뱅상의 이야기로 뒤덮였다.
 
선생님이 막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교실 문이 활짝 열렸어요. 곧이어 수의사 이장님이 교실로 들어왔어요. 이장님 품에는 양 한 마리가 안겨 있었지요.
“폴린 선생님, 그리고 여러분! 서른 번째 학생을 소개할게요. 이름은 뱅상입니다.”
“학생이라니요? 사람이 아니라 양이잖아요!”
폴린 선생님이 놀라서 외쳤어요.
“이제 16개월이 됐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대충 일곱 살 정도예요. 1학년으로 입학시킵시다. 양이면 어때요? 어쨌든 우리 학교 학생이 됐으니까 학생 수에 넣어야지요. 장학사님한테 학생들 수를 다시 세러 와 달라고 연락할게요. 그러면 다 잘될 거예요.”
“……좋아요. 입학을 축하해, 뱅상!”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선생님이 먼저 뱅상한테 환영의 인사를 건넸어요.
“매애애!”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뱅상도 답인사를 했어요. ―32~33쪽에서

양들의 섬에 발이 묶인 장관님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육부 장관님은 자기를 무시했다고 씩씩거리며 양들의 섬으로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한다. 파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 잔과 마을 주민들은 장관님을 설득하기 위해 저마다 온갖 방법을 사용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장관님은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려고 했으나 폭풍우 때문에 섬에서 하루 더 머무르게 된다.
그날 밤, 불편하고 추운 잠자리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던 장관님은 마을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양 뱅상을 만난다. 하지만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근처의 낡은 헛간으로 함께 몸을 피한다. 요란스러운 천둥번개와 비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양을 꼭 끌어안은 장관님은 그동안 몰랐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장관님과 수의사 이장님, 폴린 선생님은 커다란 세계 지도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상황은 정말 터무니없군요.”
장관님이 말했어요.
“‘터무니없다’라…….”
수의사 이장님이 장관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잠시 후, 폴린 선생님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터무니없다니, 그건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학기가 이미 시작됐어요. 저희는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보낼 수 없습니다. 저희 학생들의 생활 터전은 바로 이곳이에요, 장관님. 바다 건너 육지가 아니라고요.”
장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잘 알겠습니다.”
수의사 이장님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 말씀은 학교 문을 닫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하지만 장관님의 대답은 매우 단호했어요.
“딱 3개월만이에요. 3개월의 시간을 드리지요. 그 후에는 폐교예요!”
〔……〕
굵은 빗방울이 마치 북을 두드리듯 양철 지붕 위로 투두둑 떨어졌어요. 바람이 거세게 불자 오두막이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번개가 들판에 연달아 내리꽂혔어요.
창밖에서 번쩍이는 번갯불이 건초 더미 위의 장관님과 뱅상을 반짝 비췄어요. 장관님은 자기도 모르게 뱅상을 끌어안고 양털 속에 머리를 파묻었어요. 둘은 그렇게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답니다.
장관님은 원래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더럽기도 했지만 물릴까 봐 늘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어요. 장관님은 동물의 품이 부드럽고 따스하다는 걸 처음 알았답니다. ―43~75쪽에서

뱅상을 잡아먹는다고? 
 뱅상과 한층 가까워진 장관님은 뱅상을 만나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저녁 식사에 초대된 장관님은 뱅상을 잡아서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이장님의 말을 듣게 된다. 이는 뱅상과 장관님이 가까워진 모습을 몰래 지켜 본 잔느의 계획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장관님은 말없이 고민에 빠진다. 
 
장관님과 정책관님은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학교 숙직실을 나섰어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의 커피숍으로 갈 생각이었지요.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라서 학교 운동장은 무척 한산했답니다. 혼자 등교한 뱅상만이 한쪽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어요.
장관님은 뱅상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어요.
“이봐, 복슬이. 잘 잤어?”
“세상에나! 장관님, 이제 동물을 좋아하십니까?”
정책관님이 놀라서 묻자, 장관님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어요.
“아니, 당연히 안 좋아하지.”
“하지만 방금 양을 쓰다듬으셨잖아요?”
“내가? 천만에.”
“아니에요, 확실히 제가 봤는걸요. 그런데 장관님 말씀대로네요. 이 양은 털이 참 곱고 예쁩니다.”
“그런가? 섬사람들이 선물한 스웨터와 같은 색이라네.”
괜히 으쓱해진 장관님이 말했어요.
〔……〕
조금 전, 잔은 운동장의 사과나무 위에 지어 놓은 오두막에 올라가 있었어요. 그 위에서 장관님이 뱅상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다 봤지요. 친구에게 말하듯이 다정하게 말을 거는 모습도요.
그 모습을 보며 잔은 잔꾀를 하나 떠올렸어요. 평소에 사람 괴롭히기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장관님은 조금 특별한 경우니까요.
‘오늘 저녁은 꽤 즐거울 거야.’
잔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장관님 뒤통수에 대고 혀를 날름 내밀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장관님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요. ―77~8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