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매일 하는 요리를 달리 보이게 할 책”
―류수영(배우,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저자)
‘먹는 것에 진심’이란 말이 있는 만큼, 맛에 대한 다양한 취향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맛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그렇게 찾은 나만의 맛 조합과 레시피를 공유하는 일도 흔하다. 만약 당신이 요리를 즐긴다거나 좋아하는 맛과 마주하는 취미를 가진 현대 미식가라면? 식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조리법을 선택해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제대로 탐구해보길 권한다.
풍미의 패턴을 다섯 가지 법칙으로 집약한 《풍미의 과학》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나왔다. 과학적 원리와 연구를 바탕으로 풍미의 모든 것을 담아낸 요리과학서다. 이 책이 지닌 풍미 연구의 가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보았다. 세계 최고 셰프들의 찬사와 함께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극찬했고, 2025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최종 후보작에 선정됐다. 한국어판에는 밍글스 강민구 오너셰프(2025 미슐랭 3스타 선정)와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류수영 배우가 기꺼이 추천사를 보탰다.
이 책을 쓴 아리엘 존슨은 실험적 식재료와 창의적인 조리법으로 수많은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세계 최고 레스토랑 노마(Noma)의 발효 연구소 수석 고문이자 향미 화학을 전공한 풍미 과학자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다니며 연구하고 체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요리사들과 맛있고 섬세한 요리를 위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나눠온 그는 《풍미의 과학》에서 그동안의 모든 연구를 총망라해 풍미의 개념과 맛을 느끼기까지의 복합적인 과정을 알려준다.
“풍미는 맛 분자와 냄새 분자의 조합”이라는 가장 중요한 법칙으로 시작해 짠맛, 신맛, 단맛, 감칠맛, 쓴맛에 이르는 혀로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의 감각(미각)과 코로 느낄 수 있는 수만 가지 냄새의 패턴(후각)을 토대로 풍미의 작동 방식을 명쾌하게 다룬다. 여기에 열분해, 마이야르 반응, 발효, 숙성과 같은 명칭만으로는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던 요리 과학의 세계를 파고들며 풍미를 추출하고 농축하는 등의 실질적인 조리방법과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식재료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재료의 고유 성분과 맛을 일으키는 분자에 대해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실제로 만들어보고 먹어보며 정리한 풍미를 극대화하는 90여 가지 레시피를 통해 작은 차이로 풍성한 맛을 내는 요리의 기술까지 손쉽게 터득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에서 느끼는 ‘풍미’의 본질을 짚어내며, 풍미를 어떻게 만들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탐구”(강민구 셰프 추천사)하는 《풍미의 과학》을 부엌과 식탁 한편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자. 보다 맛있고 즐거운 식탁을 만나는 날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은이_아리엘 존슨(Arielle Johnson)
전 세계 최고의 셰프들과 레스토랑에 자문을 제공하는 풍미 과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에서 향미 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의 발효 연구소 공동 설립자이자 현 수석 고문이다. 올턴 브라운(Alton Brown)이 진행하는 유명한 TV 요리 쇼 ‘굿 잇츠(Good Eats)’에 과학 담당자로 참여했고, MIT 미디어 랩(MIT MediaLab)이 추진한 학제 간 협력 연구 사업의 연구자로도 활약했다.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곳’을 선정하는 영국의 한 언론사로부터 미래의 미식학을 선도할 인물로 뽑혔다.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축제, 뉴올리언스의 칵테일 축제(TalesoftheCocktail), 미국 잡지 〈와이어드(WIRED)〉와 하버드대학교의 ‘과학· 요리 강좌’ 시리즈에 강연자로 참여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식품 분야 계간지 〈럭키 피치(Lucky Peach)〉에 글을 기고했다. 《풍미의 과학》은 전 세계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과학적인 지식과 원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사례와 경험을 풍부하게 녹여내면서 풍미의 개념과 맛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집약한 책이다. 해럴드 맥기, 데이비드 장을 비롯한 세계 최고 셰프, 요리 전문가들의 찬사와 함께 2025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옮긴이_제효영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책을 쓰는 과학자들》, 《몸은 기억한다》,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버자이너》,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등이 있다.
서문 - 레네 레제피(René Redzepi)
프롤로그 - 요리에 날개를 달아줄 풍미의 과학
[Part.1] 풍미의 제1법칙 “풍미는 맛과 냄새다”
Chapter.1 맛
Chapter.2 냄새
Chapter.3 풍미를 제대로 느끼는 게 먼저다
[Part.2] 풍미의 제2법칙 “풍미는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른다”
Chapter.4 패턴 활용하기
Chapter.5 다섯 가지 맛
- 짠맛
- 신맛
- 단맛
- 감칠맛
- 쓴맛
- 매운맛
Chapter.6 냄새
- 과일의 향
- 식물의 향
- 식물의 방어 전략이 만든 강렬한 풍미
- 향신료
- 허브
- 고기의 향
[Part.3] 풍미의 제3법칙 “풍미는 농축하고, 추출하고, 불어넣을 수 있다”
Chapter.7 풍미의 농축
- 즙 내기와 압착
- 풍미의 농축① 강한 열로 수분 제거하기
- 풍미의 농축② 저온 건조
Chapter.8 풍미 추출하기, 불어넣기
- 풍미 분자의 선택적인 이동
- 서로 친해야 추출도 잘 된다: 친수성과 소수성
- 극성과 비극성
- 냄새 분자의 기름진 포옹: 지방을 이용한 추출과 침출
- 지방을 이용한 풍미 추출
- 물을 이용한 풍미 추출
- 식초, 알코올 등으로 풍미 추출하기
- 추출의 기본 원리 폭넓게 활용하기
[Part.4] 풍미의 제4법칙 “풍미는 만들어낼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
Chapter.9 열과 풍미
- 캐러멜화: 황금빛 액체의 풍미
- 태우기, 그슬리기, 연기로 풍미 만들기
- 노릇하게 구운 음식의 풍미: 마이야르 반응
Chapter.10 발효와 풍미
- 식초 만들기: 알코올을 톡 쏘는 신맛으로
- 젖산발효: 소량의 당을 톡 쏘는 신맛으로
- 감칠맛 만들기: 균류를 이용한 발효
감사의 말
참고 문헌
훌륭한 요리는 잘 정리된 혼돈이다. 요리사는 요리의 조건과 재료를 그때그때 바꿔가며 혼돈에 대응한다. 가령 같은 제철 완두콩이라도, 밭에서 바로 따와서 햇볕의 온기가 아직 따끈따끈하게 남아 있는 콩과 수확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냉장고에 보관한 콩은 맛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시기에 수확한 완두콩이라도 전분의 맛과 쓴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껍질 벗긴 포도알처럼 연하고 달콤할 수도 있다. 땅속에서 자라는 매운 뿌리인 서양고추냉이는 땅에서 캐고 나면 왜 풍미가 매일 달라질까? 잘 알려진 대로 재배 방식과 날씨도 막대한 영향을 주지만, 풍미의 다양성과 차이를 분자 수준에서 자세히 알면 우리의 미각과 직감을 요리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_[서문] 중에서
풍미는 분자라는 사실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이제 풍미를 내는 분자들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음식에 원하는 풍미를 내려면 이 분자들을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음식에서 느끼는 풍미는 풍미를 내는 분자들이 일으키는 감각이다. 이 분자들을 활용하면 음식에 특정한 풍미를 불어 넣거나, 풍미를 농축하거나,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풍선에서 공기를 따로 분리하면 정체불명의 고무 조각과 형체 없는 약간의 공기일 뿐이지만, 그 두 가지가 합쳐지면 진짜 동물을 쏙 빼닮은 정교한 풍선 인형도 만들 수 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우리가 토마토를 베어 물면, 이 즙이(그리고 즙에 녹아 있던 여러 분자가) 혀 전체에 퍼지고 침과 섞인다. 혀 전체에 분포한 맛 수용체는 야구 장갑으로 공을 잡듯 맛 분자를 붙잡는다. 맛 수용체는 저마다 특정한 분자를 붙잡을 수 있도록 그 분자 모양에 꼭 맞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맛 분자를 붙잡은 수용체에서는 신호가 발생하고, 이 신호는 뇌로 전달된다. 혀의 맛 수용체가 토마토의 당, 산, 아미노산, 무기질, 타닌과 결합해서 신호를 보내면, 뇌는 단맛, 신맛, 감칠맛 등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_[Chapter.1 맛] 중에서
풍미는 냄새와 맛이 합쳐져서 생긴다. 냄새와 맛을 동시에 느끼면, 후각 신호와 미각 신호가 서로를 증폭시킨다. 그래서 어떤 음식의 냄새만 맡을 때보다 먹으면서 맛과 냄새를 모두 느낄 때(즉 풍미를 느낄 때) 정서적 경험이 더욱 강렬해진다. 할머니표 쇠고기 스튜와 아주 비슷한 스튜를 한 입 먹으면 할머니와 함께 스튜를 먹었던 시간으로 순식간에 돌아가 그 시절 그 스튜를 먹으며 느낀 안도감, 고향에 온 기분, 정체성이 전부 되살아난다.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마들렌을 먹는 장면, 영화 <라따뚜이>처럼 그런 상황을 묘사한 장면들이 수많은 이야기들에서 그려진다. 신경생물학적으로 매우 정확한 묘사인 셈이다. _[Chapter.2 냄새] 중에서
화학적으로 보자면, 소금은 이온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분자이고 그다지 흥미로울 게 없다. 그러나 요리에서는 짠맛의 균형이 최상일 때 모든 맛이 향상된다. 음식의 짠맛을 딱 적당하게 맞추는 건 기본 중 기본이라 “간을 보다(또는 간을 하다)”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고, “음식을 내기 전에는 꼭 간을 보라”고 한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든, 또한 어떤 음식이든 짠맛은 다른 어떤 풍미보다 중요하다. 간만 잘 맞으면 다른 부분은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간이 안 맞는 상태에서는 다른 풍미로 균형을 잡기 힘들다. _[Chapter.5 다섯 가지 맛 ‘짠맛’] 중에서
감칠맛은 (소금처럼) 광물에서 나오는 맛도 아니고 (단맛처럼)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도 아니다. 감칠맛은 단백질의 기초단위인 아미노산(글루탐산)에서 나온다. 살아 있는 생물은 무수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다양한 기능에 활용한다. 단백질은 근육이나 콜라겐처럼 우리 몸에서 움직이는 기관과 구조를 형성하고, 인체의 신호 전달에도 관여하고(미각과 후각 수용체도 단백질이다), 그 외 중요한 생화학적 반응이 빠짐없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한다. _[Chapter.5 다섯 가지 맛 ‘감칠맛’] 중에서
식재료의 관점에서, 뿌리채소는 탄수화물의 특성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종류별로 적절한 조리법도 다르고, 채소의 풍미가 바뀌는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당분과 셀룰로스가 많은 뿌리채소다(당근, 비트, 무 등). 이 분류의 채소들은 생으로 먹으면 달고 아삭하며 익히면, 특히 수분 없이 구우면 그 아삭함의 원천인 셀룰로스가 분해되어 밀도가 촘촘하고 부드러워진다. 또한 당분이 많아서 노릇하게 굽거나 캐러멜화해 먹기에도 좋다. 당근과 무는 향신료를 가득 묻히고 바싹 익혀 향신료를 껍질처럼 만들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_[Chapter.6 냄새 ‘식물의 향’] 중에서
쓰고 남은 버터를 꼼꼼히 포장하지 않거나 별생각 없이 치즈, 마늘과 같은 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그 버터를 다시 쓰려고 꺼내면, 치즈, 마늘, 냉장고 냄새가 잔뜩 배어 있다. 이 달갑지 않은 변화는 음식의 풍미가 얼마나 잘 추출되는지를 보여준다. 풍미 분자는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원래 있던 곳(마늘, 치즈 등)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_[Chapter.8 풍미 추출하기, 불어넣기] 중에서
열분해는 음식과 재료를 속속들이 헤집어 불에 탄 풍미를 새로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창조의 한 방식이다. 음식의 겉면만 일부러 얇게 그슬리거나 극히 일부만 태우면, 부주의로 음식이 타버리는 경우와 달리 복잡하고 매력적인 풍미가 생긴다. 몰레 네그로와 베트남식 쌀국수 국물도 양파와 마늘, 또는 양파와 생강의 겉면을 그슬린 다음에 다른 재료를 추가해서 푹 끓이거나 육수를 만드는 식으로 이런 열분해를 요리의 첫 단계에 활용한다. _[Chapter.9 열과 풍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