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거상 김만덕)
정창권 저 ·푸른숲
2006. 03. 29
11,000원
A5, 148*210mm(판형) | 243페이지
8971844620

조선의 큰 상인 김만덕과 18세기 제주 문화사를 살펴보는 책. 김만덕은 조선 후기 유통업을 통해 수천 금을 모았던 여상인으로, 제주에 최악의 기근이 닥친 1795년 전 재산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살리고 그 공으로 임금을 만나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김만덕은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과 과감한 투자, 모험 정신으로 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여성에게 강요된 시대적 굴레를 극복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국사를 통틀어 평민 여성으로서 가장 큰 명예를 누렸던 김만덕의 일대기와 함께 그녀가 살았던 당시 제주의 문화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픽션 부분에는 이야기체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설명을 더하는 구성을 도입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제주의 풍속 등 본문의 이해를 돕는 내용은 정보 페이지에 별도로 수록하였다.

정창권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저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과 역사, 예술, 철학, 과학 등을 아우르는 동시에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통합형 연구’를 지향해왔고,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글쓰기를 시도해왔다. 특히 여성, 장애인, 노숙인, 아동,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영혼’을 되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치밀하게 연구하되, 그것을 이야기식으로 풀어써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이 책에서 이야기체와 설명체가 교차하는 기존의 형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대한 이야기체로 전개하되 필요한 부분에서만 역사적 설명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의 논문으로는 [조선에서의 장애인 인식], [김만덕 콘텐츠 개발과 활용방안]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등이 있다.

여는 글: 18세기에 21세기를 살았던 여인

1부 김만덕, 그리고 18세기 제주의 일상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나는 양민의 딸이오/ 거상을 꿈꾸다
한 걸음 더: 만덕 생애담의 허와 실

[시대 변화를 읽는 눈]
조선시대의 여상인/ 포구, 조선 후기 지방 상업의 중심/ 객주의 역할/ 육지 상인과의 첫 거래
한 걸음 더: 제주 여성의 삶

[제주에서 상인이 된다는 것]
상업의 도시 제주/ 초팍 상인들의 횡포/ 실패의 쓴맛
한 걸음 더: 제주의 역사

2부 거상의 탄생
[거상이 되기 위한 첫걸음]
제주 오일장/ 하늘이 정해준 사람
한 걸음 더: 18세기 장시

[타고난 장사꾼]
인재를 알아보는 눈/ 미래를 위한 준비
한 걸음 더: 제주 관기의 세력

[육지와의 거래]
배를 구하다/ 사람을 모으고 시장을 살피다/ 첫 출항/ 상인의 마음가짐
한 걸음 더: 조선시대의 돛단배와 그 항해 모습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야]
깨끗한 회계장부/ 만재와 언년이의 혼사/ 혼인잔치에서 들은 따끔한 충고
한 걸음 더: 제주의 풍속

[주문생산제의 도입]
제주의 특산품에 주목하다/ 잠수들과의 거래/ 말총의 전매
한 걸음 더: 제주의 특산물

3부 이제 곳간을 열어라!
[공물 진상선 경합]
제주의 공물 진상/ 이제부터 만덕이 제주 최고의 거상이다!/ 바람에 울고 웃는 제주 사람들/ 바른 길을 가지 않은 자의 초라한 말로
한 걸음 더: 바다와 관련한 제주의 민속 신앙

[만덕, 널리 덕을 베풀다]
최악의 기근/ 남에게 베푸는 것도 상도/ 우릴 살린 이는 만덕이로다/ 제주의 여인, 바다를 건너다
한 걸음 더: 조선시대 제주의 지역적 위상

[이분이 임금이시고, 저곳이 금강이로구나]
임금을 만난 첫 번째 양민 여성/ 모든 이의 꿈, 금강산에 오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부록1: 김만덕 연보
부록2: 김만덕 관련 문헌 목록
부록3: 체제공의 <만덕전>

참고문헌

"에잇! 제주에서 손꼽히는 거상이 고작 돼지새끼 1마리로 아우의 혼인잔치를 치르다니, 정말 해도 너무하는군. 만덕이 정도라면 적어도 소 1마리는 잡아서 회도 치고 굽기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맞아요! 그러고 보니 남들 다 하는 가문잔치도 안 했잖아요."
"하여간 부자 놈들이 더 인색하다니까. 그저 돈밖에 몰라요."
그러자 만덕이 억지로 화를 참고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르신들, 너무 그러지 마셔요! 저는 소문만큼 돈이 많지도 않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아무렇게나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나 하세요?"
"......"
(...) 만덕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앞에서 보았던 것처럼 박리다매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등 당시로서는 독특한 장사수완 때문이었지만, 항상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습관 덕분이기도 했다.

만덕이 계속 '돈! 돈!' 하면서 돈만을 강조하자, 한 나이든 친척이 언짢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만덕아! 그래, 넌 큰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거상이요. 전 큰돈을 벌어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고 싶습니다."
만덕은 그것이 자신의 평소 신념이었으므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거상? 만덕아, 거상이란 큰돈을 번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그 말에 만덕은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나지 않아 다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너도 나이가 들면 차차 알게 되겠지. 아무튼 이것아, 진정한 거상이란 큰돈을 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둬라."
그 친척은 이 말만을 남긴 채 유유히 잔치 자리를 빠져나갔다.
"맞아!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냐."
다른 친척들도 이렇게 말하고자 그를 따라 하나둘씩 객주를 빠져나갔다. - 본문 132~13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