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나는 참 늦복 터졌다
이은영 저|김용택편|박덕성 구술
2014. 04. 18
13,500원
240 / 페이지
9791156755159

열여덟, 시집을 오며 어머니의 첫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고
스물하나, 아들을 낳으며 두 번째 인생이 열렸으며
여든여덟, 수를 놓고 글을 배우며 어머니의 세 번째 인생이 펼쳐졌다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다


〈일하는 노년이 건강하다〉, 〈100세 시대 신인류의 조건〉(KBS 생로병사의 비밀), 〈웰에이징 2부작〉(SBS스페셜), 〈노인들만 사는 마을〉(MBC스페셜), 〈꽃보다 할배〉(tvN)…….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은퇴 이후의 삶’다. 방송에서는 다큐, 교양, 예능을 막론하고 ‘노인’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100세 시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행복한 노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돈, 친구, 취미활동, 건강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식들 도움 없이 실버타운에서 편히 살면서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풍족한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나이가 들어도 손주를 보거나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노인들에게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친구나 배우자가 곁에 없어도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아내 이은영 씨, 그리고 시인의 모친 박덕성 할머니가 함께 쓴 《나는 참 늦복 터졌다》는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노년’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책은 여든이 넘어 요양원으로 보내진 시인의 모친이 아프다는 하소연, 억울하다는 한탄,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박덕성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고 한글을 깨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 과정과 90년 인생을 살아오며 깨달은 인생의 통찰을 담고 있다. 또한 시인의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효자, 효부에 대한 인식의 전환, 노인 부양, 고독사, 독거노인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안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자 : 박덕성 (구술)
저자 박덕성은 1928년 순창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에 임실 진메마을로 시집 왔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살며 장남 김용택 외 3남 2녀를 낳아 길렀다. 지금은 임실을 떠나 전주의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저자 : 이은영 (글)
저자 이은영은 전북 무주에서 태어나 임실 진메마을 김용택에게 시집 왔다. 집안 살림을 좋아하는 주부로 살고 있다.

저자 : 김용택 (엮음)
저자 김용택은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순창 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38년을 지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해서 《섬진강》 외 다수의 시집과 동시집을 냈다. 진메마을 이야기를 쓴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를 8권의 전집으로 묶기도 했다.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윤동주 문학대상을 받았다. 지금은 주로 강연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프롤로그_ 이 나이에 뭘 못할까 6

1장 어머니가 제일 좋았을 때
어머니가 제일 좋았을 때1 … 22 / 어머니가 제일 좋았을 때2 24
어머니가 제일 좋았을 때3 28 / 저 건너 30 / 오랜만이다 32 / 집1 34
집2 36 / 시집 온 날 40 / 첫날밤 42 / 시아버지의 바람기 44 
부지깽이 46 / 용구 각시 48 / 용구 50 / 용만이 52 해숙이 54
복숙이 58 / 용태 62

2장 바느질과 글쓰기_ 꽃잎을 흩뿌리다
방법이 없다 66 / 일기1 - 사는 게 그림 같아서 71 / 병원 74 / 바느질 76    가을 80 / 일기2 - 밥보자기 82 / 바느질과 글쓰기 86 / 삼베 이불 92
일기3 - 어머니의 마음 94 / 닭발 98 / 재밌는 이야기 102
편지1 - 너는 알지, 명숙아? 106

3장 달과 별
민세 에미야 114 / 일기4 - 지갑 118 / 일기5 - 울 곳이 없었다 123
농사 126 / 김장 130 / 일기6 - 달과 별 134

4장 바람은 살랑 꽃 따러 가고
불가사의 142 / 영애네 어매 146 / 동네 회관 150 / 꽃 154 / 노래 156
밭을 매다가 162 / 수남이 166 / 어머니의 잠 170 / 친정 어매 174
방직공장 176 / 갈림학교 180 / 먹을 것 182 / 삼만 원 186
시집살이 190 / 몸에 것 196 / 개간 198

5장 이 생각 저 생각
편지2 - 이 생각 저 생각 204 / 일기7 - 미나리꽝 212 / 생이별 216

에필로그_ 시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아내 218
화보_ 어머니의 손바느질 225

누워 있는 사람들은 밥 먹으라고 해야 일어난다.
어찌 저렇게 하루 종일 누워 있기만 하는지 징허다.
바느질 글쓰기를 하니까 맘이 좋다.
한 가지 하면 또 한 가지 생각나고 해놓고 봉게 더 좋다.
어치게 니가 그렇게 생각을 잘해서 나를 풀어지게 해놨냐.
이것이 아니면 여름 진 놈의 해를 내가 어떻게 넘겼을지 모르것다.
_<바느질과 글쓰기>, p.87

꽃무늬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어머니 특유의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만드신 물건들을 볼 때마다 식구들이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바느질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놀랍게도 어머니 눈빛이 살아났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서 집 생각 말고, 자식들 생각 말고, 아프다는 생각 말고, 죽기를 기다리는 거 말고, 나만 기다리는 거 말고, 다른 생각과 고민을 하고 할 일이 생겨서 어머니의 모든 신경이 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_ 이 나이에 뭘 못할까>, p.10~11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이야기들을 녹음한 다음 집에 와서, 다시 어머니 말씀 그대로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정리했다. 어머니 말씀은 시였다. 어머니 말씀은 다 노래였고 판소리였고 소설이었다. 예전에 들을 때는 몰랐다. 똑같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왔기 때문에 어머니 이야기의 앞 대목만 들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글쓰기를 하니 어머니 이야기가 새롭게 들렸다. 이제야 내가 어머니를 이해하는 건가 싶었다.
지난 명절에 식구들이 다 모였을 때 어머니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비로소 자식들로부터 독립이 되어 있었다. 남편은 어머니가 대학원을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엘리트 어머니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공부가 인격이 된다는 것을 어머니에게서 배운다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웃고 지나갈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몸이 아프면서 잃었던 자존감을, 바느질과 글쓰기를 하면서 회복하고 계셨다. 놀라웠다.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어머니께 잘해야 한다는 무거운 부채감에서 벗어났다.                               <프롤로그_ 이 나이에 뭘 못할까>, p.14~15
 
“동네 사람들이 그러는디, 세상 사람들이 다 그래도 민세 에미 너만큼은 내가 늙어도 나한테 안 그럴 거라고 그러는데 니가 어쩔랑가 모르것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제가 잘하지 누가 잘하겠어요.”
가끔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늙어봐야지.”
가끔은 이렇게도 대답했다. “사람 일을 어찌 알겠어요. 내일 일도 모르는데.”
가끔은 뒷문으로 도망쳤다. 듣기 싫었다. 내가 왜 일방적으로 어머니에게 잘해야 하는지 화가 났다. 시집을 와서 큰며느리로 산다는 건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어머니하고 사는 동안 언제나 준비해둔 말이 있다. 이 집 형제들이나 시누 남편 중 누구라도 나한테 “우리 엄마한테 왜 그랬어?” 그러면 나는 당장 “그래? 그럼 네가 해. 네가 한번 해봐. 네가 한번 어머니하고 살아봐” 하고는 배턴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집 식구 어느 누구도 내게 아직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농사〉,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