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라임 어린이 문학 028] 시간나라에서 온 소년
토마시 콘친스키·바르보라 클라로바
2019. 10. 21
9,800원
164페이지
9791189208356

2018 IBBY 어너리스트 선정
2017 화이트 레이븐 선정
2017 체코 마그네시아 문학상 수상
 

“시간의 톱니바퀴를 반드시 찾아내서
세상이 낡아 가는 걸 멈추고 말겠어!”
 
세상을 낡고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시간나라의 요정, 타이포.
하루빨리 전문 요원이 되어 인간 세상에 나가 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갔다가 인간들이 낡고 더럽고 망가진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단정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타이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낡게 만드는
시간의 톱니바퀴를 찾아내서 없애 버리기로 마음먹는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건져 올리다!
시간나라 요정이 펼치는 뒤죽박죽 엉망진창 좌충우돌 대모험
 
 

간략한 소개
시간과 삶의 진정한 의미에 성큼 다가서는 놀라운 이야기
누구나 소중하게 여기며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너무 낡아서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손때 묻은 장난감이나 인형, 수없이 읽어서 너덜너덜하게 헤진 책, 마음의 안정과 꿀잠을 불러오던 애착 이불, 편해서 자주 신는 바람에 더 빨리 닳아 버린 운동화, 좋은 기억이 가득해서 자꾸만 손이 가던 옷 등……. 이렇게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낡거나 망가지게 마련이다. 소중한 물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결국 가슴 한편이 아릿해지는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시간나라에서 온 소년》은 이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낡아 가는 모든 것들의 배후에 시간나라의 요정이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날쌘 요정들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촌스럽게 반들거리는 새것을 멋들어진 헌것으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인간 세상을 누비며 열심히 일한다. 시간의 흐름을 관장하는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와 힘을 합쳐서 낡음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타이포 역시 아무 의심 없이 시간나라의 규범을 착실하게 지키며 인간 세상에 나가 쓸모 있는(?) 요정이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갔다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 뒤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대체 시간은 무엇이기에 계속 흘러야만 하며, 그로 인해서 모든 것들은 왜 낡아야만 하는 걸까?’ 이야기는 왕성한 호기심과 과감한 실행력을 가진 타이포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선 모험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시간과 삶의 관계와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어린이 채널의 방송 작가로 잔뼈가 굵은 작가들과 복잡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에 강점을 지닌 베테랑 화가의 협업으로 완성되어 출간되자마자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체코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마그네시아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화이트 레이븐 상 수상, IBBY 어너리스트 선정 등 화려한 수상 내역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세상이 낡아 가는 것을 멈추기 위한 좌충우돌 엉망진창 대모험!
시간나라의 요정들은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를 도와서,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낡고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볼품없이 반짝거리는 새것을 근사하게 헌것으로 만듦으로써, 인간들이 시간의 흐름을 깨닫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시간나라 초등학교 4학년인 타이포의 꿈 또한 하루빨리 전문 요원이 되어 인간 세상에 나가 일하는 것이다. 특기는 책이나 잡지 등의 인쇄물에 오자를 만드는 것이지만, 인터넷이나 프로그램 오류에 특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Z세대 요정이기도 하다. 타이포의 절친인 스킴은 어딜 가나 코코아 얼룩을 남기고 다니는 모범생으로, 재능이 출중하지만 늘 겸손하고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는 다정한 성품을 지녔다. 타이포와 스킴은 죽이 잘 맞아 늘 붙어 다니면서 말썽을 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낡아 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인간 세상의 빵집으로 현장 학습을 나가게 된다. 지독히도 거대한 인간 세상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구석구석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전문 요원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타이포는 내친 김에 인간의 집도 구경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고는 스킴의 도움을 받아 한 여자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담은 상자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내린다.
마침내 인간의 집에 도착한 타이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바닥, 먼지 한 톨 없는 카펫,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벽이라니……! 그곳에서도 전문 요원들이 쉬지 않고 물건을 망가뜨리며 일하고 있었지만, 인간들은 그 일을 끊임없이 방해하며 청소를 해 대는 것이 아닌가! 타이포는 인간들이 낡고 더럽고 엉망으로 망가진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단정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인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는커녕 형편없게 만들고, 슬픔을 안겨 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상을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진 타이포는 이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을 흐르게 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것을 낡게 만드는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를 찾아내서 없애 버리기로 결심한다. 말하는 쇠똥구리, 미스터리한 사막 요정, 모래시계 얼굴을 가진 무시무시한 문지기 등 수많은 위기와 난관이 닥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극복한 타이포는 마침내 시간의 톱니바퀴 앞에 다다르게 되는데……. 과연 타이포는 세상이 낡아 가고 변해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현실을 유쾌하게 비틀어 새롭고 흥미롭게 바라보다
《시간나라에서 온 소년》 속에는 시간과 삶에 대한 유쾌한 비유와 풍자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특히 인간 세상의 가치나 세태를 유머러스하게 비틀고 뒤집어 묘사한 장면들은 특히 더 눈길을 끈다. 타이포의 엄마가 아들이 옷에 얼룩 하나 묻히지 않고 돌아오는 날이면 잔소리 폭탄을 쏟아 낸다는 것이나, 타이포가 방 안을 빈틈없이 어지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낡음 신기술 연구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플라스틱 분해 기술팀’ 이야기나, 신기술이 분해와 부패 과정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서 요정들의 일을 빼앗아 간다고 비판하는 타이포 아빠의 의견은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우리의 현실을 거울에 비춘 듯이 보여 준다. 이렇듯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비틀고 반영한 이야기를 술술 읽다 보면, 문득 그 전복의 묘미와 의미를 발견하고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타이포는 인간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멈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홀로 남겨지는 위기에 처한 뒤에야 비로소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과의 관계……. 조금씩 낡아 가고 변해가는 세계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모든 시간과 그 속에서 매일 거듭나는 자신의 삶이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독자들 또한 당연하게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 주변의 존재, 세상의 풍경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므로, 초조해하거나 겁먹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또한 마음에 아로새기게 될 것이다.
여기에 세상을 낡고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시간나라의 갖가지 발명품과 기술에 대한 깨알 같은 소개는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이 작품의 보너스이니 놓치지 마시길!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주변에서 조금씩 낡아 가는 모든 것들을 다정하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내밀한 즐거움 또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토마시 콘친스키 Tomáš Končinský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국립 예술 대학교의 영화학부에서 극작법을 공부한 뒤, 지금은 시나리오 작가 및 체코 어린이 채널의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이 다르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두 세계를 이어 주는 작업을 특히 더 좋아한다.
 
지은이 : 바르보라 클라로바 Barbora Klárová
체코의 로우드니체나트라벰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카렐 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한 뒤 교사와 번역가, 재즈 가수, 편집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방송 작가 겸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린이 : 다니엘 슈파체크 Daniel Špaček
프라하 미술 대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여 년 동안 프리랜서 삽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삽화, 애니메이션, 미술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다. 복잡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옮긴이 : 김지애
스페인어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스페인 미술·골동품 학교에서 미술품 평가 및 감정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의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암탉은 파업 중》《난민이 뭐예요?》《내 친구 마틴은 말이 좀 서툴러요》《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 외 여러 권이 있다.

시간나라 초등학교 졸업생 선서문
누가 그랬을까?
내 이름은 타이포
책 낡게 만들기 부서
내 친구 스킴
시간나라 초등학교
낡음의 역사
올해의 누더기 상
좌충우돌 현장 학습
끔찍한 진실
죄와 벌
사막 요정의 수수께끼
문지기와의 한판 승부
시간의 톱니바퀴
우아, 스킴이 나타났다!
낡아 가는 것들을 위하여

누가 그랬을까?
타이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낡고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시간나라의 요정이다. 책 낡게 만들기 부서에서 일하는 엄마와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책이나 잡지 등에 오자를 만드는 게 특기이다. 하지만 Z세대 요정답게 인터넷이나 프로그램 오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타이포의 절친인 스킴은 얼룩 만들기의 일인자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거들먹거리지 않고 겸손하며 다정한 친구이다. 타이포와 스킴은 늘 붙어 다니면서 온갖 말썽을 일으키지만, 하루빨리 전문 요원이 되어 인간 세상을 아름답게(?) 낡아 가도록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혹시 주변의 모든 것이 조금씩 낡아 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니? 하긴, 그런 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새것이던 장난감이 갑자기 여기저기 긁히거나 부서진 걸 본 적이 있을 거야.
또 어제 처음 입은 새 티셔츠 위에 그려진 멋진 그림이 흐릿하게 바래거나 난데없이 구멍이 숭숭 뚫리는 황당한 꼴을 당한 적도 있겠지. 아니면 가방 속에 넣어 둔 채 깜빡 잊고 있었던 샌드위치를 일주일 뒤에 발견한다든가!
굳이 어떤 모습인지는 설명하지 않을게. 너희 인간들은 음식 앞에서 유난히 까다롭게 구는 경향이 있으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점점 낡게 마련이야. 이 책도 마찬가지지. 쥐도 새도 모르게 낡아 가다가 언젠가는 너덜너덜해질걸. 과연 누구 때문일까?
잠깐만 아무 생각하지 말고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떠 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반짝반짝 윤이 나던 새 물건이 별안간 헌 물건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 누가 그랬냐고?
바로 나! 내 작품이지!
대체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냐고? 걱정 마.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해 줄 테니까. 아, 물론 나 혼자서 한 일은 아니야. 사실 이 세상에는 나 같은 능력자들이 아주 많거든. 음, 우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거냐고?
한마디로, 세상 모든 것을 낡아 빠지게 만드는 일을 하지. 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도 하지 못할걸. ―10~11쪽에서
 

낡음의 역사
시간나라 초등학교 4학년인 타이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학교에 초청된 전문 요원의 강연을 듣는 것이다. 순간 이동 장치가 장착된 배낭을 메고 위험한 인간 세상 곳곳을 날래게 누비며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 요원들의 활약상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그에 반해 가장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수업은 바로 블록 선생님의 역사 시간이다. 타이포는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것들이 낡아 가는 속도가 빠른 현재야말로 ‘낡음의 전성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낡음의 신기술 연구소 견학이나 올해의 누더기 상 시상식 참석 등 즐거운 일들이 속속 펼쳐진다.
 
우리 학교의 교장인 블록 선생님은 적어도 육백 살은 되었을 거야. 역사상 최초의 인쇄 오류를 만든 게 바로 블록 선생님이라는 소문도 있어.
선생님이 가르치는 역사 시간에는 선사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어떻게 낡아 왔는지를 배워. 그리고 유명한 유적과 훌륭한 조상들에 관해 토론도 하지.
(중략)
내 생각에 역사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수업인 것 같아. 물론 옛 선조들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했겠지만 낡음의 전성기는 우리가 사는 지금, 그러니까 바로 현재인걸.
네 주변의 물건들이 얼마나 빨리 낡고 있는지를 살펴봐. 세탁기며 냉장고, 텔레비전, 자동차는 물론이고 네 장난감도 마찬가지일걸. 물건이 이토록 빨리 낡았던 적이 없거든. 컴퓨터나 휴대폰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얼마나 빨리 새것으로 갈아치우는지! 정말 대단하지 않니? ―40~46쪽에서
 

끔찍한 진실
그러던 어느 날, 타이포와 친구들은 인간 세상의 빵집으로 현장 학습을 가게 된다. 지독히도 거대한 세상을 마주하고 놀라는 것도 잠시, 전문 요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한껏 고무된 타이포는 무리에서 슬쩍 빠져나와 인간의 집을 구경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인간의 집에 도착한 타이포는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진실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인간들이 시간나라 요정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헌것보다 새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타이포는 세상을 형편없게 만들고 인간 세상에 슬픔만 안겨 주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큰 혼란을 느낀다.
 
나는 너무나도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되었지. 그동안 인간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어 했는데! 단어와 문장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느라 그토록 애를 썼는데! 전문 요원이 된 뒤 인간 세상에 나와 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가 하는 일을 고마워하지 않았어. 인간들은 낡고 더럽고 엉망으로 망가진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단정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좋아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거지.
그렇다면 학교 수업이 다 무슨 소용이야? 아빠는 어째서 내가 하는 일이 인간 세상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걸까? 르모두 삼촌은 왜 시상식장에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강조한 걸까?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우리는 인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형편없게 만들고 있는데……. -82~83쪽에서
 

사막 요정의 수수께끼
타이포는 현장 학습에서 몰래 빠져나와 인간 세상을 멋대로 구경한 벌로 스킴의 가족 농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세상과 모든 요정들에게 화가 난 나머지, 시간을 관장하는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를 찾아서 없애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모험을 떠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던 타이포는 르모두 삼촌의 쇠똥구리 모리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엄청난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모리스, 네가 내 말을 알아듣는 거 다 알아. 지난번에 시간의 톱니바퀴 이야기를 했을 때 네가 놀라는 거 다 봤거든. 시간의 톱니바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 날 좀 그곳으로 데려다줄래?”
하지만 모리스는 내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그저 똥 덩어리를 앞뒤로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지. 심지어 그날은 양탄자 나방을 돌보는 일도 도와주지 않는 거야. 다음 날에는 다른 방법을 써 보았어. 꽤 괜찮은 개똥을 모리스에게 가져다주었지.
“세상의 모든 것이 낡아야만 하는 이유를 꼭 알고 싶어. 그 대답을 아는 건 시간의 톱니바퀴뿐이고, 나를 그것에게 데려다줄 수 있는 건 오직 너밖에 없어. 그러니 친구야, 나 좀 도와줄래?”
모리스는 내 선물을 넙죽 받아 챙겼어. 그러나 그뿐이었지.
나는 무척 실망했지만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했어. 이번에는 모리스가 좋아할 만한 걸 수레에 한가득 실어다 주었지.
나는 모리스가 똥 덩어리로 거대한 공을 만드는 동안 다시 말을 걸었어.
“이봐, 모리스. 내가 뭘 바라는지 잘 알잖아. 제발, 친구 좋다는 게 뭐야!”
모리스는 이번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어.
이제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리스가 똥 덩어리에 기대더니 나를 향해 더듬이를 쫑긋 세우고는 윙크를 하지 않겠어?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으니 자기를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지! 드디어 세상의 모든 것이 낡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거야.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그 일을 영원히 멈추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103~10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