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그냥 말해도 돼
로라 도크릴 글 / 그웬 밀워드 그림
2021. 09. 14
9,500원
82 페이지
9791189208868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쳇, 아무도 나를 못 말릴걸.”

거스는 말썽쟁이 증후군에 걸렸대요.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학교 규칙도 안 지켜요.
그런데 어느 날, 의자 위에서 까불대다
뒤로 벌러덩 넘어져 머리가 깨진 거 있죠?
그때 그 틈새로 나비 한 마리가 나와선
거스 주위를 맴맴 돌며
자꾸만 신경 쓰이게 한다는데…….



*이 책의 특징
아무도 나를 못 말릴걸! : 슬픈 감정을 따듯이 어루만져 주는 심리 동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몹시 슬프거나 아픈 상황과 맞닥뜨릴 때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단짝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을 때,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망쳤을 때,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상황들이 있지요.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면 누구랄 것 없이 불안과 우울, 죄책감 등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답니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상황에 대응하려 하는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어 기제예요. 마주하기 곤란한 현실에서 일단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작동해서 그 상황을 외면하거나 다른 곳으로 숨어 버리게 되는 걸 말해요. 
《그냥 말해도 돼》의 주인공 거스도 그래요. 견디기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그 상황을 똑바로 대면하기가 힘들어서 짐짓 말썽쟁이처럼 굴거든요.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학교 규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말썽을 부려서 주위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요. 
말하자면 이 작품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아이가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과장된 행동으로 회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러다 작은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선 세상을 향해 차츰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 가는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답니다.  
   
거스가 말썽쟁이 증후군에 걸렸다고? : 자신의 감정 마주하기
거스는 말썽쟁이예요. 걸핏하면 사고를 치는 것도 모자라 센 척은 혼자 다 하죠. 한마디로 온갖 허세를 다 부리는 아이라고 할까요? 틈만 나면 친구들이랑 투닥거려서 소란을 일으켜요. 이런저런 일들로 맨날 말썽을 부려서 걸핏하면 어른들한테 꾸중을 듣지요.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화가 단단히 나서 소리를 바락 질렀답니다. 
“거스, 제발 이제 그만해!”
그런데 세상에! 거스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말대꾸를 하는 거 있지요?
“흥, 선생님이나 제발 조용히 하세요!”
거스는 도무지 무서운 게 없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아주아주 위험한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요. 엉덩이를 의자 끄트머리에 걸치고선 건들건들, 의자 뒷다리로만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꽈당! 하고 거스가 의자에서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머리가 깨지면서 시뻘건 피가 교실 바닥 곳곳으로 튀었지요. 아이들은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사방으로 달아났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빠를 붙잡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다를 떨어 댈지도 몰라요. 그 얘기를 들은 어른들은 남의 집 아이 일이니까 그냥 단순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뭐, 별일이야 있겠어? 의자에서 넘어져 봤자 머리에 금이나 가는 정도겠지. 안 죽었으면 된 거 아냐? 피가 났으니까 어딘가 찢어졌을 테고, 그거야 병원에 가서 몇 바늘 꿰매면 되는 거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앉고, 그러다 곧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아물 거잖아.’ -19쪽에서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뒤로 넘어져서 머리가 깨지면, 단지 머리만 다치고 마는 게 아니거든요. 마음까지 상처를 입을 수 있어요. 어쨌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거니까요. 정말로 거스가 좀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거든요.  
거스는 종종 악몽에 시달렸어요. 그 꿈을 꿀 때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깨고 나서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지요. 그 꿈속에선 언제나 얼굴이 하나 나타났는데, 아무리 해도 잊히지가 않는 거예요. 거스의 세상이 갈기갈기 찢기던 날, 무덤을 파헤치던 남자의 얼굴이었거든요.
거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냥 말해도 돼! : 꽁꽁 닫아 둔 마음의 빗장 풀기
거스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요. 그 일을 입 밖에 내면 진짜로 그렇게 되어 버릴까 봐 두려워 혼자서 끙끙거리며 날마다 비뚤어져 갔지요.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 때문에 마음의 병이 깊어 가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의자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치던 날, 머리 속에서 노랑 나비 한 마리가 빠져나온답니다. 

“안녕? 거스. 나는 네 머리 속에서 자라는 나비야. 언제나 빛이 되어 주는 친구라고 할까? 음, 네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나침반? 어쩌면 안내자일 수도 있고. 다시 말하면 늘 너와 함께하며 지켜 주는 수호신이야. 항상 네 곁에 머물며 너의 날개가 되어 줄 거니까. 〔……〕 
네가 씩씩하게 지내면 나도 잘 자라게 돼. 하지만 네가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움츠러들어. 네가 행복하면 나도 환하게 빛나지. 그런데 네가 슬프거나 화가 나 기분이 안 좋으면 나는 잿빛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 -31~32쪽에서

나비는 거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어두운 하늘을 날아다니며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요.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들추어 내면서 거스의 단단하게 굳은 마음을 톡톡 두드린답니다. 몇 번이나 망설이고, 또 주춤거리던 거스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가지요. 그 덕분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비밀을 조심스레 꺼내 가만히 들여다보아요. 마침내 거스는 자신의 비밀과 마주할 용기를 낸답니다. 그리고 그 나비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어요. 거기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도사리고 있지요. 
이렇듯 《그냥 말해도 돼》는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아이의 슬픔에 성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마치 배앓이하는 아이의 배를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풀게 해 준답니다. 
아이의 불안감을 그대로 인정하고 충분히 공감해 주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맞추어 가지요. 무엇보다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홀로 설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그래서일까요? 글 말미에서 거스가 할머니와 아빠 앞에 당당히 나서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으로 와 닿는답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하지요. 우리 아이들이 겉으로는 한없이 나약해 보여도 실제로는 훨씬 단단하고 야무지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준답니다. 

지은이 : 로라 도크릴
영국 브릭스턴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시, 소설, 노랫말 만들기 등 언어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에 언제나 마음이 두근거린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쓰고 그린 책들이 CILIP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고, 로알드 달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기획했지요. 학교나 축제에서 어린이들 만나는 걸 좋아한대요.. 

그린이 : 그웬 밀워드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어려서부터 곤충을 연구하고 그림으로 그리는 걸 좋아했대요. 그림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큰 재능을 보여 많은 상을 받았다지요. 지금은 수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옮긴이 : 홍은혜
대학에서 화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게 외국계 은행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뒤늦게 시작한 어린이, 청소년과 같이 나눌 좋은 책을 찾고, 예쁜 우리말로 알리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 그룹’과 ‘김옥수의 고전 문학 번역 교실’에서 공부했답니다. 옮긴 책으로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과 《안녕, 아빠! 여기는 지구》가 있지요.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서
거스는 나비를 쫓아 창밖으로 펄쩍 뛰어내렸어요. 거스와 나비는 밤하늘을 나란히 날았지요. 나비가 날개를 팔랑일 때마다 그 주변으로 은빛 고리 모양의 물결이 흘러나와 깜깜한 밤하늘을 예쁘게 수놓았답니다. 

맨 처음 도착한 장소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데였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오래된 구덩이였지. 두더지 가족이 살기라도 하는 것마냥 깊숙하고 어두침침했거든. 더럽고 질척한 진흙투성이에다 꿉꿉하고 눅눅하고 불쾌한 습기가 가득하지 뭐야? 게다가 한기가 돌아서 으슬으슬 춥기까지…….
흙바닥에는 마치 공룡의 것인 듯 커다란 뼛조각들과 까맣게 썩은 이 여러 개, 먼지가 부옇게 덮인 책, 그리고 녹이 잔뜩 슨 쇠고리가 나뒹굴고 있었어. 
“여기는 뭐 하러 온 거야?” 
자욱한 안개와 뿌연 먼지 때문에 코가 간질간질했어. 금방이라도 재채기가 날 것 같았거든. 사실은 여기 있는 물건 하나하나마다 거스의 기억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나 봐. 
“웩! 여긴 냄새가 너무 지독해! 넌 내 기억이 몽땅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도 알아. 내 머리통에 금이 갔다나 뭐라나. 그것 때문에……. 맞아, 사실 좋은 일은 아니지.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다 기억해야 하는 건데? 옛날 일 따윈 잊어도 상관없잖아. 난 괜찮다고!” -40~41쪽에서

내 기억 속으로
나비는 거스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려 해요. 오랫동안 깊이 잠자고 있던 거스의 기억을 조금씩 끄집어내어 준답니다. 

“거스, 다섯 살 때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지 않아? 조그맣던 네가 커다란 상자에 쏙 들어가 몸을 숨겼던 일이나, 생일에 엄마 아빠랑 무얼 했는지, 또 그 무렵에 가장 좋아한 음식은 무엇이었는지…… 그런 것들 말이야. 거스, 천천히 잘 떠올려 봐.”
거스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지. 
“싫어. 난 아까처럼 그냥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더 좋아!”
나비는 침착하게 다시 말했어. 
“기억은 저절로 다가오기도 해. 콩닥콩닥 심장이 뛰는 것처럼 빠르게, 또는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천천히……. 어떤 기억은 무척 행복하지만, 어떤 기억은 상어가 덮치는 것처럼 끔찍하지. 깜깜한 밤에 갑자기 어딘가에 쿵 부딪히듯 불쑥 떠오르기도 하고. 기억은 네 머리 속에 머물면서 너와 함께 춤을 추다가, 네가 까맣게 잊어버릴 때면 네 머리 속 기억 상자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려. 사람들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네 곁을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은 모든 걸 품은 채 너에게 딱 붙어 있거든.
기억나? 네가 좋아하던 생선 튀김,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 톡톡 소리가 나는 뽁뽁이 비닐, 하도 오래돼 쩍쩍 갈라져 버린 분홍색 비누, 녹이 잔뜩 슬어서 물을 틀 때마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던 수도꼭지.참, 햄스터도 한 마리 키웠잖아. ‘미스터 잭’ 말이야. 이름도 네가 지었는데……. 그 녀석이 네 손가락을 꽉 물어서 속살이 다 드러날 만큼 다치기도 했지. 그때 너, 엄청 아파 했잖아. 
〔……〕 이제 다 기억났지? 그러니까 자꾸 잊지 마. 네 기억들은 모두 머리 속에 고이 들어 있으니까.” -42~44쪽에서

비밀의 열쇠
어느 틈엔가 거스의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어요. 나비는 마지막으로 거스에게 마음속에 꽁꽁 감춰 둔 비밀에 대해 묻지요. 하지만 거스는 끝내 입을 꾹 다문답니다. 그러자 나비는 막다른 길에 이른 듯 바닥에 스러져 잿빛으로 변해 가요. 거스는 죄책감에 빠진 나머지,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아요.

나비 말이 맞아. 거스는 숨기는 게 하나 있었어. 마음속 작은 상자에 깊숙이 넣은 다음 자물쇠로 단단히 잠가 두고서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던 비밀이……. 거스는 그 비밀을 마주할 자신도 없었고, 누구한테 보여 주기도 싫었지. 그 비밀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그렇다고 다 털어놓으면 거스의 마음속에 비밀이 머무를 곳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
“사실은 너무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문득문득 떠오르려고 할 때마다 꾹꾹 눌러 두곤 했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둔 그 생각을 끄집어내면 이 현실이……, 그러니까 엄마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진짜가 될까 봐 무서웠거든.” 
거스는 나비를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어. -42~4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