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나의 진짜 가짜 친구, 틀려 씨
로베르타 파사노티
2023. 03. 31
11,000원
116페이지
9791192411231

“좀 틀리면 어때?” 

아리고는 외톨이야.
괴팍한 성미에 걸핏하면 화를 내는 아빠와
불안증에 짓눌려 있는 엄마 사이에서
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있지.
게다가 공부에 무지무지 집착해.
뭐든 똑바르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한마디로 완벽쟁이야.
그런데 어느 날, 괴짜 요정 틀려 씨가 찾아왔지 뭐야?

무관심과 방임 속에 외롭게 남겨진 아이들에게
햇살 같은 온기를 건네는 심리 동화


간략한 소개 

외롭고 쓸쓸한 어린이를 위로하는 ‘자존감 지킴이’ 요정, 틀려 씨 이야기
틀려 씨는 요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정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그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정답이 아닐 확률이 높다. 틀려 씨는 그렇게 뻔한 요정이 아니니까! 일단 겉모습이 파격 그 자체다. ‘벌레를 양껏 잡아먹은 새처럼 배가 불뚝 나와 있’고, ‘엄청 가늘긴 하지만 그런대로 튼튼해 보이는 두 다리가 불룩한 배를 용케 떠받’치고 있다. 심지어 대머리인 데다 이가 듬성듬성 나 있어, 실루엣만 보면 거대한 귀뚜라미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나이가 제법 있는 어른(?) 요정이라서 어린이들에게 ‘존중’과 ‘친절’을 당당하게 요구하기까지 한다. 자기가 나타나고 싶을 때만 부스럭거리는 소음과 함께 등장하는 데다 실수투성이어도, 자꾸자꾸 보고 싶은 매력 만점 요정이다. 다소 심술궂은 면도 있고 수시로 삐치는 데다 이름부터가 조금 틀려먹은 구석(?)이 있지만,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나 할까?

아리고는 어린이 인생 최고로 암울한 시기에 틀려 씨를 만났다. 칭찬에 인색한 데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들을 밀어붙이기만 하는 아빠, 그런 독불장군 아빠에게 시달려 만성 우울과 신경 쇠약으로 마음에 한 톨의 여유도 없는 엄마. 아리고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 위해서 더더욱 공부에 집착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아빠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뿐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녹초가 되어 시들시들 말라갈 무렵, 어린이들의 친구이자 자칭 요정 ‘틀려 씨’가 나타난다. 아리고는 모든 게 비정상인 이상한 세상에 뚝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지만, 이내 틀려 씨가 자기 눈에만 보이는 동화 속 인물이라고 철석같이 믿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분주하고도 흥미진진한 하루가 펼쳐진다. 무채색이었던 아리고의 일상에 알록달록 선명한 색채가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너는 정말 사랑스러워.”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이 이루어 내는 기적에 관하여
《나의 진짜 가짜 친구, 틀려 씨》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인정받기 위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립감을 느끼는 완벽쟁이 아리고가 사랑과 밀당의 대가인 요정 틀려 씨를 만나 구멍이 숭숭 난 마음속 결핍을 채우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심리 동화이다. 매사에 서툴고 부족하다는 아빠의 야박한 평가 속에서 자신감을 잃은 아리고는 반에서 일등을 하거나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활동을 통해 ‘자신이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찾으려 애쓴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완벽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틀려 씨를 만남으로써 그러한 강박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틀려 씨는 실수를 하면 뭐 어떠냐며,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아리고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한다. 끝없이 애정을 들이붓고 사랑을 표현하는 틀려 씨 덕분에 아리고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리고가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받고 우정을 나누는 순전한 기쁨에 두 눈을 반짝이며 변모하는 모습은 뭉근한 감동을 전한다.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오직 ‘사랑’뿐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틀려 씨는 외따로 떨어진 섬 같았던 아리고의 삶을 더 넓은 세계로 연결하고 확장시킨다. 아리고가 친구들이 뒤에서 자기를 흉보고 집에도 초대하지 않는다고 툴툴대면, ‘네가 먼저 친구들을 초대하면 된’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하면, ‘자기에게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것처럼 동화라고 생각하고 말해 보라’고 조언한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지 못했던 아리고는 틀려 씨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대답을 통해 내면에 갇혀 있던 용기를 발견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가득한 아다 이모, 언제나 아리고의 편을 들고 따뜻하게 대해 주는 수상한 전학생 가브리엘레, 그리고 아리고에게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 준 로사 할머니의 깜짝 선물이 얽혀 들면서 조마조마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독자들을 안도와 희망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나의 진짜 가짜 친구, 틀려 씨》는 성장 과정에 있어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툰 것이 당연한 어린이들에게 실수해도, 틀려도, 거절당해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넉넉한 위로를 건넨다. 이와 함께 부모의 정서적인 학대와 방임이라는, 무겁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 내고 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해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지났지만, 아동학대 피해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중 대부분은 부모로부터의 학대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계속되고 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무관심과 학대 속에서 시들어 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과 모두의 관심뿐이다. 아리고의 구조 신호에 응답하는 틀려 씨 이야기가 다행스럽게 읽히면서도 마음 한편에 서늘한 자국이 남는 것은 이러한 현실과 겹쳐지기 때문이 아닐까? 아리고에게 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쉴 새 없이 말해 주는 틀려 씨의 대사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문다.

지은이 : 로베르타 파사노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으며,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ICWA(이탈리아 어린이 작가 협회) 회원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동화와 소설을 쓰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이 : 마릴리사 코트로네오
1988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으며, 국립 토리노 대학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그 뒤 로마에서 비주얼 디벨롭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연필에서 수채화, 디지털 페인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삽화 작업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해 해외의 여러 출판사와 협업하고 있다.

옮긴이 : 음경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국립 토리노 대학교에서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이탈리아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동안 옮긴 책으로 《회색큰다람쥐를 현상 수배합니다》《적도에 펭귄이 산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건축가가 될 거야!》 외 여러 권이 있다.

이상한 가족
한밤중의 벌레 소동
못생기고 뻔뻔한 요정
기묘한 불쾌감
가장 아름다운 기억
엉망이 된 농구 경기
동화 속 세상
너는 진짜야, 가짜야?
엄마와 틀려 씨는 닮은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틀려 씨가 사라졌다
뜻밖의 편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어린이

이상한 가족
아리고는 지독한 병을 앓고 있었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완벽주의’! 이것은 최악의 적, 아니면 유일한 친구가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아주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엔 통통한 얼굴에 미소를 담뿍 짓고 있어서 꽤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그러나 두 눈에는 뭔지 모를 두려움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지, 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보여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빠와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했다.
아빠는 기쁨이나 만족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몹시 인색했다. 그럴수록 아리고는 ‘완벽함’에 더 집착했다. 숙제를 끝마친 뒤에도 지나칠 정도로 여러 번 확인을 한 후에야 마음을 놓았다. “이제 됐어!”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야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중략)
엄마는 항상 속이 메스껍고 거북해서 고통스러워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증세가 가장 심했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윽박지르는 남편 때문에 위장병이 생긴 건지도 몰랐다. 그나마 하루에 몇 시간씩 파트타임으로 메차스피나 부인을 돌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중이었다.
아리고네 가족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 따스함의 부재’였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다정한 포옹이나 사랑 가득한 입맞춤을 나누지 않았고, 그 누구도 건강한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7~11쪽에서


못생기고 뻔뻔한 요정
아리고는 이불 끄트머리를 부여잡은 채 달달 떨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외마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음소거였다. 요정을 만난 것도 난생처음이었지만, 이렇게 못생기고 뻔뻔한 요정이라니! 아직 잠이 덜 깨어서 헛것을 보는 걸까? 
아주 이른 아침이라, 아빠가 깨우러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요정은 아랑곳없이 마구 떠들어 댔다.
(중략)
요정은 싱긋 웃더니 코를 하늘로 추켜들었다. 그러고는 으스대며 걷는 시늉을 했다. 잠시 뒤에는 아리고에게 다가와 손을 살살 쓰다듬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느긋하고 다정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상하면서도 그리운 감정이 차올랐지만, 떨림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리고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얘, 내 친구가 되어 줄래?”
요정이 아리고의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그러고는 아리고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리고는 이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최면에 걸린 듯이 꼼짝하지 않은 채 요정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 날 모르겠지만, 나는 널 잘 알아. 너는 정말 귀여워!” -21~23쪽에서


엉망이 된 농구 경기
아리고는 영 내키지 않았지만 배가 아픈 요정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무릎을 꿇고서 한 손을 뻗어 틀려 씨의 불룩한 배를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이렇게나 아픈데, 너는 웃음이 나오니?”
틀려 씨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째려보았다. 아리고는 난감한 기분에 빠졌다. 상황이 이상해서 그런지 좀체 진지해지기가 어려웠다. 억지로 웃음을 참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리고는 문득 로사 할머니의 손길을 떠올려 보았다. 어느새 손길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틀려 씨의 배를 마사지하는 게 슬슬 힘들고 지겨워졌다.
“왜 아무 말이 없어?”
아리고가 물었지만 틀려 씨는 대답이 없었다. 그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아리고는 틀려 씨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자신의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온 작은 손님은 꽤 좋은 요정인 듯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왔을까?’
이유가 무지 궁금했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아리고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요정이 추울까 봐 몸 위에 손수건을 살포시 덮어 주었다.
‘그래, 내가 동화 속에 들어온 건지도 몰라. 할머니가 언제나 곁에 있고, 이상한 말을 하는 요정이 방문한 이야기 말이야.’
아리고는 몸을 긁적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따끔했다. 틀려 씨가 집에 있는 게 꿈이 아닌 모양이었다.
‘꿈이라 해도 나쁘진 않아.’
아리고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50~5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