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일요일만 사는 아이
히나타 리에코
2023. 04. 28
11,000원
168페이지
9791192411248

나에게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면 좋겠다


등교 거부 중인 열두 살 소녀 마유,

어느 날 시간이 멈춘 듯한 화구점 ‘일요일 상점’을 만나는데,

그곳의 문을 연 순간부터 시간이 뒤죽박죽 흐르기 시작한다.

도자기 인형이 사람처럼 말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박제 여우가 그림자처럼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문을 열기만 하면 그리고 싶은 세계가 펼쳐지는 ‘스케치 룸’,

마유는 그곳에서 어떤 ‘나’와 마주하게 될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가

자신만의 색채로 세상을 물들여 가는 이야기


<간략한 소개>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요일’이라는 시간

마유는 초등학교 5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부터 학교에 가려고만 하면 가느다란 실로 칭칭 휘감은 듯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 웃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 마유가 어느 날 기묘한 가게 ‘일요일 상점’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유는 그곳에서 ‘일요일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스케치 클럽에 들어가게 되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애써 흘려보냈던 그동안의 작은 상처들과 마주한 마유는 그림을 배우며 비로소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자신의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단다. 너도, 네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지만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살며시 도와주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아.” _158쪽에서

 

언제부턴가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깊은 그늘이 지기 시작한 마유에게 ‘일요일 상점’은 사쿠노 할머니의 말처럼 마법같이 살며시 다가온다. 그곳에서 열리고 있는 스케치 클럽에는 ‘실내에서도 계속 우산을 쓰고 있는’ 주인아저씨, ‘인형이지만 사람같이 움직이는’ 시실리, 살아 있는 여우처럼 뒤를 졸졸 따라오는 박제 여우 레몬 등, 기이할 정도로 특이한 이들이 모여 있다. 그 모습을 본 마유는 순간 겁을 먹고 당황하지만, 스케치 클럽 회원들은 무엇보다 마유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듯, 마유가 스케치 클럽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 준다.

알면 알수록 ‘일요일 상점’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마유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자신을 자연스레 친구로 맞아 준 스케치 클럽 회원들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처음 ‘일요일 상점’에 왔을 때, 시실리는 마유에게 대뜸 “난 유화를 좋아해. 넌 뭘 좋아해?”라고 묻는다. 그때부터 마유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나와의 대화를 이어 나간다.

문을 열기만 하면 그리고 싶은 세계가 펼쳐지는 ‘스케치 룸’에서 마유는 높게 자란 풀 속을 가르며 걸어가는 조코 언니의 뒷모습을 보다 자기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꺼내 놓기도 하고, 반면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며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맥파이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마음을 살피는 시간은 자칫 여유롭게만 비치거나 소홀히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그것이 작지만 나를 아프게 했던 상처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있는 행동임을, 그리하여 더 큰 성장을 위해, 더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빛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일요일 상점 문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아빠는 회사 일로 바쁘고 엄마는 마유와 둘만 있는 집이 적적해 늘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그런 와중에 마유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마유네 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다.

마유를 ‘살며시 도와주는 힘’과도 같은 ‘일요일 상점’은 마유의 내면과 가정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묘하고도 따뜻한 ‘일요일 상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작품 말미에는 감동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마음뿐만 아니라 밝은 마음도 발견하게 된 마유는 끝내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을 잘 살아가다가도 돌연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그런 순간은 늘 찾아온다.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하여 일상에서 잠시 어긋난 채 ‘일요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이 또 하나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겪는 이 시간은 바로 월요일로 나아가기 위한 잠시 동안의 소중한 ‘일요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은이 : 히나타 리에코

1984년에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 아동 문학가 협회 회원이자 일본 전국 아동 문학 동인지 《계절풍》의 회원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비 오는 책방》이 있다.

 

그린이 : 사쿠마 메이

일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동화책의 삽화를 비롯해서 캐릭터 디자인, 게임 일러스트 등 활발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린 책으로 《개와 마법의 집게손가락》 《메린다하우스는 마법이 많다》가 있다.

 

옮긴이 : 김윤수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AI 미션 클리어’ 시리즈, 《몽글몽글 구름 주식회사》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오늘의 급식》 《인생당 서점》 외 여러 권이 있다.

첫 번째 일요일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

일요일만 사는 사람들

깊고 어두운 밤

 

두 번째 일요일

일요일의 스케치 클럽

마음속 어두컴컴한 문

유충도 성충도 아닌 그 사이의 무언가

 

세 번째 일요일

비 오는 날

마유의 새 팔레트

사람의 마음을 훔치다

 

네 번째 일요일

신기한 우연

고장 난 시계

 

마지막 일요일

동굴 속의 호박색 나비 떼

별밤의 작품전

일요일 상점의 비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

마유 스스로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몸이 아프다거나 학교에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려고만 하면 배에 납덩어리라도 얹어 놓은 듯 온몸이 무거워졌다. 마치 가느다란 실로 칭칭 휘감아 놓은 것마냥 몸과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런 증상은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된 걸까?’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데서 불거진 불안감이 몸을 한층 더 굳게 만들었다. _9쪽에서

 

일요일만 사는 사람들

우산을 쓴 가게 주인아저씨는 괘종시계가 흥겹게 노래하고 있는 가게 안을 팔로 크게 아우르면서 덧붙였다.

“이곳은 ‘일요일 상점’. 일요일만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갤러리입니다. 오늘은 스케치 클럽이 열리는 날이고요.”

“일요일만?”

마유가 놀란 얼굴로 되묻자, 시실리가 도자기로 된 얼굴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화살표를 따라왔다면 너도 다른 요일에는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인 거야.”

마유는 스케치 클럽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조코 언니와 사쿠노 할머니 말고는 모두 평범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처럼 깊은 그늘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지만, 내 얘기야…….’

마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요일만 살아가는 사람은 바로 나잖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마유의 입술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였다.

“그럼요,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

사쿠노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마유는 그림을 보는 것도, 직접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비록 지금은 그 어느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_26~28쪽에서

 

마음속 어두컴컴한 문

풀이 흔들리는 소리, 하늘 높이 부는 바람 소리. 마치 평화로운 음악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마유는 더 이상 스케치 룸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여긴 그냥 그런 곳이었다. 일요일만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곳.

죽은 고양이를 만지려고 했을 때 친구가 지르던 비명이 다시금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그 아이는 정말로 죽은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걸 만지려는 마유 또한…….

“무섭다고 해서 ‘맞아, 무서워.’라고 대답했어요. 결국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집에 갔어요. 그냥 놔두면 자동차에 또 치일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두면 가엽잖아. 사실 마유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아니, 말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면 다음 날부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유는 친구가 무섭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친구가 한 말에 맞장구를 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_5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