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아이니까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는 ‘딴 세상’에서 부당한 현실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로즈메리 맥카니는 플랜인터내셔널의 캐나다 지부 대표로서, 전 세계 여자아이들의 권리 신장과 복지 증진을 목표로 ‘나는 여자아이니까(BECAUSE I AM A GIRL)’ 캠페인을 수년째 주도해 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펴낸 것으로, 세계 곳곳에서 여자아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열악하고 잔혹한 현실의 장벽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는 데 주력한다.
부당한 현실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들, 또 그런 현실에 맞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작은 실천을 통해 변화를 일궈 나가는 여자아이들의 사연을 두루 소개하며 생활고에 쫓겨서, 혹은 비뚠 가치관에 갇혀서 뒷전으로 밀려왔던 여자아이들의 인권과 평등, 교육에 대한 세상의 관심과 이해, 그리고 변화를 향한 의지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맞닥뜨리는 차별과 억압 등 각종 문제들이 뚜렷이 부각되는 전반부에 이어, 중반부에서는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배움을 이어 나가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마지막 후반부에 이르면 배움을 토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크고 작은 실천에 나선 여자아이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소개된다.
나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네팔 출신의 아누파는 어릴 때 학교에 다니는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학교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일곱 살이 되자 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부모의 빚에 떠밀려, 낯선 아저씨의 집에 껌러리(가난한 집 아이를 돈 주고 사 오거나 빚 대신 데려와 월급 없이 노예처럼 마구 부리는 것)로 팔려 갔다. 8년간 주인집에서 온갖 노동에 시달리며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이곳에 온 뒤부터 나는 어른처럼 굴어야 했다. 나와 몇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주인집 아이들을 돌봐야 했으니까. 그 애들은 밥도 안 했고, 빨래도 안 했다. 당연히 주인아저씨가 밭에 뿌릴 비료를 찾을 때 벌떡 일어서야 할 필요도 없었다.
주인아저씨는 나한테 길에서 쇠똥을 주워 오라고 시키곤 했다. 그 일이 몹시 하기 싫었지만, 군소리 없이 움직여야 했다. 그 말을 입 밖에 냈다가는 얻어맞을 게 뻔하니까. 아저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내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부을 때가 많았다.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미는 모양이었다.
오늘 밤에 이렇게 부엌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 얼마간은 아저씨가 나를 집 뒤편에 있는 외양간에 재웠다. 내가 더럽다는 이유에서였다. -13~14쪽에서
난민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요!
캐스린(남수단/우간다)이 처한 상황 또한 말할 수 없이 열악하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어느 날 마을을 휩쓴 내전의 광풍을 피해 어린 남동생들을 데리고 피난을 떠났다. 생사도 알 수 없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헤어날 길 없는 배고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캐스린은 동생들을 건사하며 막막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난민 수용소에서 매일같이 물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밥을 해 먹기 위해 곡식을 빻아야 한다.
여기서는 뭐든 스스로 해야 한다. 매일 물을 길어 와야 하고, 먹을 것을 구해야 하고, 곡물을 직접 빻아야 한다. 어제는 하루 종일 급수 펌프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수용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칠천 명인데 급수 펌프는 하나뿐이다. 여자들은 어른이건 아이건 한밤중부터 줄을 선다.
나는 엠마와 번갈아 줄을 선다. 내 차례가 되면, 동생들이 잠든 틈에 조용히 빠져나간다. 문제는 동생들만 두고 가기가 걱정된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물통을 줄에 세워 놓고 도로 달려가 동생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물을 조금이라도 구하려면 열두 시간은 족히 줄을 서야 한다. -58~59쪽에서
내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래요!
우간다는 아동 인권 수준이 가장 열악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그나마 하키마는 운이 좋은 경우다. 자녀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열심히 일해 온 부모님 덕분에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하키마는 오랫동안 의사가 되고 싶어 했지만 얼마 전에 장래 희망이 바뀌었다.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서 여자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기 위해서이다.
우간다에서는 힘을 가진 이들이 쉽사리 여자아이들을 무력감에 빠뜨리곤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여자아이들,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하는 여자아이들,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여자아이들이 있다. 또한 이곳에 사는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매를 맞으며 살아간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여자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을 통제하면 자신의 힘이 더 세질 거라고 믿거나……. 이런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바꿀 수 있다! -76쪽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