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골라 줘! 초이스 킹
김경숙
2018. 10. 01
9,000원
80 페이지
9791189208080

회장 선거에 나갈까, 말까?
친구 집에 놀러 갈까, 말까?

세상에서 결정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요?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을 대신해 최고의 결정을 내려 주는
신상 앱, ‘초이스 킹’이 있으니까요!
지금 바로 앱 마트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세요!
 
 
초이스 킹 사용법
1 앱을 켜서 카드 모양 아이콘을 누른 뒤
  질문을 입력하면 대답이 나와요.
2 ‘예.’ 또는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하세요.
3 쓸데없는 장난 질문을 하면 안 돼요.
4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초이스 킹을 실행하시겠습니까?

 
간략한 소개
어려운 선택을 대신해 주는 앱이 있다면?!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할까? 언제 일어날지, 무엇을 먹을지, 누구와 만날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한 것부터,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대한 것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렵다. 늘 예상된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결과에 따른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얼 골라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선택할 문제가 많아서 곤란해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결정하고 선택해 주는 것에 의존하며 지낸 탓에 ‘자기 생각’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며 우물쭈물하게 되는 것이다.
《골라 줘! 초이스 킹》은 이처럼 어려운 ‘선택’을 누가 대신해 주면 어떨까? 그게 우리 몸의 일부인 양 갖고 다니는 휴대폰 속의 앱이라면? 이라는 재기 넘치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 때문에 ‘자기 생각’에 따라 선택하는 걸 꺼리게 된 주인공 ‘한수’가 ‘초이스 킹’이라는 앱을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애처로운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내면을 사려 깊게 다독이는 이야기
한수는 스스로 결정하는 걸 어려워해서 늘 우물쭈물하기 일쑤다. 3학년이 된 첫날, 잔뜩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선생님이 자리를 정해 준 덕분에 첫 번째 난관을 무사히 통과한다. 하지만 일일 회장으로 지목되는 순간, 엄마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대답하는 바람에 ‘2학년 같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이어진 미술 시간에는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만다. 선생님께 꽃 먼저 그릴지, 잎 먼저 그릴지 묻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비웃음을 산 것이다. 게다가 짝꿍 예슬이의 생일 파티 초대에 엄마를 들먹인 탓에 마마보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다.
집에 돌아와도 걱정거리가 싹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엄마에게 예슬이 생일 파티에 갈지 말지 물었다가, 그런 것도 스스로 정하지 못하냐며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방 안에 콕 틀어박혀 자책하던 한수는 남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주르륵 뜨는 연관 검색어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웹 페이지를 보며 안심하던 차에 ‘초이스 킹’이라는 앱을 발견하게 된다.
한수는 결정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도와준다는 설명에 혹해서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다. 그러고는 예슬이의 생일 파티에 갈지 말지부터 어떤 친구랑 친하게 지낼지 등, 그동안 마음을 어지럽히던 질문들을 쏟아 붓는다. 신기하게도 초이스 킹은 한수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원하는 대답을 척척 해 주는 게 아닌가?!
한수는 신통방통한 앱에 흠뻑 빠져서, 언제 어디서든 질문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든든한 친구 같았던 초이스 킹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자기 마음과는 반대되는 대답을 해서 한수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시작한다. 생일 파티 때의 일을 시작으로 회장 선거 소동과 오토바이 사건을 겪으면서, 한수는 누가 결정해 주는 대로 무작정 따르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선택과 결정’을 꺼렸던 이유를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 한수는 초이스 킹을 어떻게 할지 단호하게 결단을 내린다.
이 작품은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정해 주는 대로 지내는 게 익숙한 데다, ‘선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던 한수가 내면의 상처를 이겨내고 자신의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우유부단하다며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사려 깊은 위로도 전해 준다. 여기에 더해 불행한 일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화장실에 콕 틀어박혀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자라 앱과 신경전(?)을 벌이는 한수의 모습은 짐짓 웃음이 배어나올 정도로 귀엽고 짠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어떤 친구랑 친하게 지낼지, 간식으로 뭘 먹을지, 무슨 숙제부터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대신 정해 주며 한수의 일상을 쥐락펴락하는 엄마의 모습은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이렇듯 한수와 엄마의 모습은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거리를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수가 선택을 어려워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기울이는 작은 노력들에 공감하는 사이에,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아이들이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어른들에게 마냥 의지하기보다는 자기들 나름대로 해결하고자 하는 다부진 용기가 있음을 보여 준다. 오토바이 아저씨의 으름장 앞에서 당당히 ‘어린이 보호 구역’임을 밝히고 잘잘못을 따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또 편리한 앱 대신에 불안정한 자신의 마음을 믿고 선택하는 한수의 모습에서 그러한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은 거창한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아 보이는 문제 속에도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결국 선택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고, 답을 찾는 과정은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수의 마음과 일상에 공감한 독자들이 앞으로 선택 앞에서 부담과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을 더욱 많이 느끼길 바란다.

지은이 : 김경숙
대전에서 태어났어요. 귀엽고 예쁜 동생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숲 탐험을 하며 자랐습니다. 지금은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곰곰이 궁리하며 지낸답니다.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2014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초대장 주는 아이》《치킨이 온다, 치킨 쿠폰!》《푸른 매 해동청, 고려 하늘을 날아라!》《착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린이 : 이영림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영국 킹스턴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조광조와 나뭇잎 글씨》《열려라, 한양》《방귀 스티커》《최기봉을 찾아라!》《아드님, 진지 드세요》 등이 있습니다.

꽃 먼저 그려, 잎 먼저 그려?
신통방통 초이스 킹
침울한 생일 파티
초이스 킹이 하라는 대로
왜 그랬냐면…
괜히 지웠나?
작가의 말

꽃 먼저 그려, 잎 먼저 그려?
3학년이 된 첫날, 한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결정을 어려워하는 한수에게 난관이 많은 하루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일 회장 뽑기를 시작으로 미술 시간의 망신과 예슬이의 생일 파티 초대라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겪으며 한수의 자신감은 쪼그라들다 못해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최악의 새 학기 첫날이었다.
 
“회장은 월요일에 뽑을 거예요. 일단 오늘은 누가 일일 회장을 해 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말을 마치고 교실을 휘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얼른 고개를 푹 숙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선생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향해 말했다.
“신한수라고 했지? 한수가 일일 회장을 맡아 볼래?”
갑작스런 상황에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저……, 어, 엄마한테 물어보고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헐! 엄마한테 물어본대.”
“2학년 같아.”
“쟤, 뭐야?”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말에 뾰족한 가시라도 달린 양 온몸이 따끔거리기까지 했다.
선생님도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할 수 없구나. 그렇다면 일일 회장을 맡아 줄 다른 친구는 없나요?”
아이들은 서로서로 눈치만 살필 뿐 선뜻 나서지 않았다. ―8~9쪽에서
 

신통방통 초이스 킹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예슬이의 생일 파티에 갈지 말지 결정을 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냉랭한 질책뿐이었다. 답답해하는 엄마의 반응에 주눅이 든 한수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기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초이스 킹’이라는 앱을 발견하게 된다. 어려운 선택을 대신해 준다는 앱의 설명글과 후기, 주의 사항을 꼼꼼하게 읽은 한수는 초이스 킹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다. 그리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척척 대답해 주는 앱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면 망설임 없이 초이스 킹의 대답에 의지하게 된다.
 
나는 초이스 킹의 사용법과 주의 사항을 꼼꼼하게 읽었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쉽고 간단했다. 앱을 켜서 카드 모양 아이콘을 누르고 질문을 하면 대답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런데 앱이 결정한 대로 무턱대고 따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잠시 망설였다. 아니다 싶으면 앱을 지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앱이니까!
‘어휴, 그동안 괜히 고민했잖아.’
도리어 억울한 생각까지 들었다. 초이스 킹 아이콘을 누르자 휴대폰 화면에서 노란 불빛이 반짝거렸다. 눈이 부셔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손에 쥔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깜짝 놀라 눈을 뜨자 휴대폰이 꺼진 것처럼 화면이 까맸다. 곧이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한 면에 거미줄 모양이 그려진 카드가 나타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거미줄은 꽉 짜인 그물처럼 보였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손가락으로 카드 아이콘을 살며시 누르고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26~29쪽에서
 

초이스 킹이 하라는 대로
하지만 든든한 친구 같았던 초이스 킹이 시간이 지날수록 철천지원수처럼 자기를 괴롭히는 대답만 하게 되면서 한수는 곤경에 처한다.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괴로워서 견디기 힘든 데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자꾸만 어긋났기 때문이다. 결국 회장 선거와 오토바이 사건을 계기로 한수는 초이스 킹의 대답에 따르는 대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하고 좋은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선택’을 꺼렸던 이유를 엄마에게 툭 털어놓고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초이스 킹 앱을 켜게 되는데…….
 
“이런……, 어쩌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와 버렸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나를 흘끔거렸다. 예슬이 이름을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쓰지 않았다. 나는 누구의 이름도 쓰지 않고 그냥 빈 종이를 냈다.
초이스 킹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냥 예슬이 이름을 쓸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이름이나 쓰려고 해도 누구의 이름을 써야 할지 도무지 고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선생님이 종이를 하나씩 펼쳐서 이름을 불렀다. 예슬이 이름은 1표밖에 나오지 않았다. 칠판을 바라보던 예슬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재빨리 예슬이한테서 멀찍이 떨어졌다. 예슬이가 나한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생일 파티에 괜히 초대했어!”
예슬이는 잘못도 없는 내 의자를 걷어찼다.
“신한수! 바보, 멍청이, 배신자!”
예슬이가 욕을 잔뜩 퍼부어 대고는 교실 밖으로 휙 나갔다. 그제야 나는 슬금슬금 자리로 돌아왔다. -53~5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