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나만 그래요?
진희
2019. 04. 30
9,000원
72 페이지
9791189208226

혹시 이거……, 나만 그래요?
 
손을 높이 드는 건 정말로 어려워요.
저요! 저요! 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가슴이 콩콩 뛰어요.
내 마음속 창문을 ‘요만큼’ 열면 괜찮을까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 한 스푼을 더해 주는 이야기!
 

간략한 소개
조용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입학 시즌이나 새 학기가 되면 고민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과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기 마련이다. 소극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 탓에 아이가 친구 무리에 끼지 못해 겉돌거나,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는 커다란 근심이 되곤 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골몰하고, 아이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이 어딘가 나쁘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죄책감을 얻기도 한다.
‘인싸’나 ‘아싸’라는 신조어와 그로부터 파생된 유행이 돌풍이 되어 휘몰아치는 세상이다 보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성격의 한 일면인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내향성’은 ‘외향성’에 비해 어딘가 모자라거나 어떻게든 고쳐야만 하는 단점일까? 우리는 모두 ‘인싸’가 되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나만 그래요?》는 “조용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라고 되물을 줄 아는(물론 속으로만!)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 여은이가 보낸 일주일 동안의 복작복작한 학교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당번을 정하는 시간 내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에는 반 최고 악동인 민기와 우유 당번 짝을 하게 된 여은이는 난생처음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속성으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네모난 안경을 끼고 나타난 의문의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하고 우스운 비밀 주문까지 전수받음으로써 자신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친다.
우리는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여은이의 일주일을 애틋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동안 ‘성격’에 대해 갖고 있는 저마다의 편견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안일한 기준으로 아이들의 성격을 평가하고 강압적으로 고치려 하는 게으른 태도가 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토닥여 주는 이야기
오늘은 당번을 정하는 날! 다른 아이들은 앞다투어 손을 들고 저요! 저요! 소리를 지르며 당번을 척척 맡았지만, 여은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망설이고만 있다. 당번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말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부끄러워서였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결국 반 최고의 말썽꾸러기이자 덜렁이인 민기와 우유 당번 짝이 되고 만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조용 지내고 싶을 뿐인 여은이에게 닥친 커다란 위기!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월요일 아침, 불길한 예감은 적중해서 민기는 당번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아이들과 놀기 바빴다. 여은이는 민기를 불러내지 못한 채 혼자서 어떻게든 우유 상자를 가져오려 낑낑대지만, 우유가 가득 든 상자는 너무 무거워 도저히 혼자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던 외로운 여은이 앞에 커다랗고 네모난 안경을 낀 할아버지 선생님이 나타난다. 수업 시작종이 울린 뒤에도 복도에 남아 있는 데다, 묻는 말에 대답을 못 하는 자신을 혼내기는커녕 친절하기만 한 선생님 덕분에 여은이는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는다.
우유 당번을 하루는 깜박하고, 하루는 안 깜박하는 민기 때문에 마음이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는 것 같은 나날을 보내던 여은이는 예기치 않은 사고를 치고 만다. 속상하고 울고 싶고 도망치고만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어떻게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동거리던 차에 다시 만난 할아버지 선생님!
여은이는 선생님에게 마음속에 있는 조그만 창문 이야기와 함께 특별하고도 우스운 비밀 주문 이야기를 듣는다. 콩과 똥이 두 번 들어가는 주문 덕분에 여은이는 마음속의 창문을 아주 조금, ‘요만큼’ 열어 자신을 내보이는 방법을 배운다. 그 뒤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서 얼굴에 말간 웃음꽃이 피어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는 긍정의 경험이 필요해
《나만 그래요?》는 여은이가 보낸 일주일 동안의 시간을 통해 소위 ‘내향적’이라고 구분지어지는 아이들이 겪는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해 위축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늘 움츠러들어 있고, 결국 스스로에게 미움의 화살을 돌리며 자책하는 아이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여은이는 자기만의 생각이 없거나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게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걱정과 생각이 약간 더 많을 뿐이며, 수줍음을 타서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서툴 뿐이다. 여은이의 성격을 두고 ‘내향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당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나, 친구의 결점을 감싸 안는 포용력 등 여은이 안에 다양한 성격과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성격과 표현 방식을 갖고 있으며, 조금 더 두드러질 뿐인 한쪽 면만 보고 단정 짓거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해 갖고 있는 각자의 오해를 되짚어 보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을 긍정하면서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경험이 필요하며, 그것이 자산이 되어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지은이 : 진 희
MBC창작동화대상과 푸른문학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은 책으로 장편 동화《엄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청소년 장편 소설 《첫눈이 내려》, 청소년 소설집 《데이트하자!》 등이 있어요.
 
그린이 : 차상미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책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지요. 그린 책으로 《나는 법》 《오늘은 어떤 놀이 할까?》 《봄날의 곰》 《떨어지면 어떡해》 등이 있어요.

두근두근 당번 정하기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상자
너, 나빠!
우리 반 우유 반장
우당탕탕 쾅!
대체 누굴까요?
아주 조그만 요만큼
창문을 활짝!
작가의 말

두근두근 당번 정하기
새 학기가 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다음 주 당번을 정하는 날, 여은이는 손을 들고 저요! 하고 외치지를 못해서 당번 자리 하나 맡지 못하고 계속 전전긍긍하고만 있다. 그러다가 결국 친구 하고 싶지 않은 반 최고의 말썽꾸러기 민기와 함께 우유 당번 짝이 되고 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눈 질끈 감고 불 끄기 당번이라고 맡을걸, 하고 후회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손을 높이 드는 건 정말로 어려워요. 저요! 하고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요.
그러면 선생님이랑 반 아이들이 나를 쳐다볼 테지요?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게 되는 순간!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하얘져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얼굴은 체리보다 더 빨개지고요. 가슴속에선 동동동동! 둥둥둥둥! 북소리가 마구 울려 대요. 입은 꼭 붙어서 아무 말도 안 나오고요. 두 손은 저희끼리 꼼지락꼼지락.
나만 그래요? ―13쪽에서
 

너, 나빠!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한다! 우유 당번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바쁜 민기 때문에 동동거리던 여은이는, 혼자서라도 우유 상자를 가지러 냉장고 앞으로 달려간다. 우유 상자를 바닥에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계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 망연자실해하는 사이에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여은이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 우유 상자와 함께 오도카니 남게 된다. 그때 나타난 네모난 안경을 낀 할아버지 선생님은 여은이를 혼내지도 않고 다정하게 대하며 우유를 직접 배달해 준다. 민기는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와 여은이의 화를 돋운다.
 
“한여은, 너는 왜 말을 안 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민기가 또 쏘아붙였어요.
“우유 당번 가자고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와요. 사과는커녕 되레 나한테 화를 내다니요?
나야말로 우다다다 마구 쏘아붙이고 싶은데, 아이들이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분명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민기가 잘못한 건데…….
나는 분해서 민기를 노려보기만 했어요.
“그래! 왜 너 혼자서 가? 민기랑 같이 가야지.”
“맞아, 당번 짝이니까 둘이서 같이 가야 되는 거지.”
“너 혼자 가서 민기만 선생님한테 혼났잖아.”
“맞아, 벌 청소도 해야 되고.”
지켜보던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어요.
속이 상했어요. 하늘만큼 땅만큼요. 이렇게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땐 어떻게 해야 하죠? ―28~29쪽에서
 

아주 조그만 요만큼
하루는 우유 당번을 깜박하고, 하루는 또 안 깜빡하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민기 때문에 여은이의 마음도 오르락내리락 바쁘다. 그런 와중에 여은이는 또 혼자서 우유 상자를 옮기려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치게 된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애쓰던 여은이 앞에 다시 할아버지 선생님이 나타난다. 선생님은 상처 입은 여은이의 마음을 다독이며 마음속에 있는 창문을 아주 조금 ‘요만큼’ 열어 보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용기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된 여은이의 학교생활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띠게 된다.
 
“오늘은 여은이가 창문을 열었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창문에는 손도 안 댔거든요. 창가에서 민기를 부르기는 했지만요.
“아닌데…….”
“창문이 열려 있는걸?”
교장 선생님이 눈을 찡긋하고는, 선생님 가슴에다 한손을 얹었어요.
“여기.”
말도 안 돼요. 사람 몸에 창문 같은 건 없으니까요.
“누구나 여기에 조그만 창문이 하나씩 있거든.”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봐요. 그림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걸요?
그렇지만 선생님이 장난을 치려는 것 같진 않았어요.
거짓말 같지도 않았고요.
“보이지도 않는 창문을 제가 어떻게 열어요?”
“이름을 말해 주었잖니?”
“이름을 말해 주면 창문을 연 거예요?”
“요만큼.”
선생님이 엄지와 검지로 ‘요만큼’을 보여 주었어요. 정말 조금이에요. 내 손톱보다도 작으니까요.
“여은아.”
“네?”
“세상에는 원래부터 무거운 창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단다. 어떤 창문은 무거워서 열 때마다 좀 힘이 들어.”
“우유 상자를 들 때처럼요?”
“그렇지.”
“저도요. 저도 창문이 무거운가 봐요. 그래서 힘이 드나 봐요.”
“나랑 똑같네?”
나는 후후 웃었어요.
교장 선생님도 후후 웃었지요. -51~5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