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고구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
문미영
2019. 09. 30
10,000원
120 페이지
9791156752493

 
용맹한 기상과 드높은 기개의 상징, ‘고구려’의 면면을 들여다보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노래를 흥얼거려 봤을 것이다. 이 노래에서 단군 할아버지 다음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 주몽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읊어 주는 노래에서 동명왕이 이렇듯 앞서 나오는 이유는, 그 뒤로 이어지는 삼국 시대의 세 나라 중 고구려가 가장 먼저 나라의 기틀을 제대로 갖추고 고대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작은 부족들이 독자적으로 살아가거나 일부만이 연맹을 이루고 있던 상황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진 왕이 나타났고, 그 왕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 ‘고구려’라는 나라를 이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구려는 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역사 시대’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고구려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삼국 시대는 너무 먼 과거이고, 당대에 쓰인 기록들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적지가 북쪽 땅에 있어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한 탓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구려는 전설이나 신화 같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구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은 바로 이 머나먼 시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수렵과 기마, 정복 국가의 이미지를 넘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제천 행사 ‘동맹제’, 고구려 사내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였던 ‘경당’, 서역에서 온 사람들과 진귀한 물건으로 가득했던 ‘장터’, 죽은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린 ‘고분 벽화’등 고구려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과 문화를 아이들의 눈을 통해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서로를 향한 의지와 위로를 잃지 않으며 성장하는 고구려의 아이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나라의 큰 행사인 동맹제를 앞두고 평양성은 축제 준비로 떠들썩했다. 거기에 6월에 있었던 안시성 전투의 승전보까지 전해지며 온 도성이 활기로 가득했다. 덩달아 무열이의 마음도 들썩였다. 이번 동맹제는 형이 그동안 갈고닦은 활쏘기 실력을 선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형 유열이는 어렸을 때부터 전장에 나가 고구려를 지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무열이는 그런 형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운동과 무예 실력이 뛰어난 형과 달리, 자신은 잘하는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탓이었다.
하지만 무열이에게도 좋아하는 것은 있었다. 바로 수레였다. 다른 고구려 사내들처럼 씨름이나 수박, 말타기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수레에 달 장신구나 비단을 보는 쪽이 훨씬 즐거웠다. 하지만 이런 무열이의 취향은 고구려 사내들 사이에서는 비웃음을 사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었다. 결국, 이웃 마을아이들과의 축국 시합에서조차 방해꾼이 된 무열이는 경당 동무들의 책망을 한몸에 받으며 더욱더 쪼그라들었다. 
잔뜩 기가 죽은 채 북쪽 성곽을 찾은 무열이는 그곳에서 홍화를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를 따라 고구려로 온 홍화는 악공이 되기를 꿈꾸는 소녀였다. 다른 동무들은 이민족인 홍화가 천민이나 다름없다고 가까이 지내기를 꺼렸지만, 무열이는 그러지 않았다. 피부색이 하얀 홍화나 사내답지 못한 자신이나, 고구려 사람답지 못한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였다.
드디어 맞이한 동맹제 날, 무열이는 홍화와 함께 돌아다니며 잔치를 즐겼다.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겨루기 시합, 동물과 재주꾼들이 선보이는 기이한 재주, 끊임없이 이어지는 흥겨운 춤과 노래 등등. 한편, 활쏘기 대회장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단단히 드러낸 유열이가 당당히 주몽의 자리를 차지했다.
동맹제가 끝나고 겨울이 깊어 가던 어느 날, 관직에 올라 고구려 외곽으로 떠났던 유열이가 전장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부모님은 충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무열이 또한 형을 죽게 만든 전쟁을 원망하며 슬픔에 잠겼다. 그렇게 모두가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유열이와 함께 떠났던 대모달이 찾아와 전쟁에 쓰일 특별한 수레의 제작을 부탁하는데…….
나라 밖으로는 당나라의 도발이 끊이지 않고, 나라 안으로는 지배층이 바뀌어 혼란이 일었던 고구려 말기. 이 책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저마다의 정체성을 찾아 꿈을 키우며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다. 또,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또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에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한편, 고구려 시대에 대한 정보를 깨알같이 제공해 알아 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한반도의 든든한 방파제, 고구려의 찬란한 삶과 문화 속으로
기원전 37세기에 세워진 고구려는 약 700년간 한반도 북쪽 땅을 호령하며 넓은 영토를 차지했다. 그 시간 동안 중국과 몽골의 자리에는 한반도 땅을 노리는 수많은 나라들이 세워졌지만, 그 어느 곳도 한반도를 침략하지는 못했다.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틴 고구려의 기세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고구려는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용맹과 기개를 상징하는 국가로 남아 있다. 고구려의 영토를 남북으로 넓힌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업적, 살수대첩을 이끈 을지문덕 장군, 성 안에서 88일 동안 버티며 수십만의 당나라 대군을 후퇴시킨 양만춘 장군과 안시성 전투 등은 교과서는 물론,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도 만들어져 널리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유열이는 이런 이미지에 꼭 맞는 전형적인 고구려 사내아이이다. 듬직한 체격에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고, 장수가 되어 나라를 지키는 데 한몫하겠다는 당찬 꿈을 지니고 있다. 그 당시 고구려의 사내아이들은 ‘경당’이라는 교육 기관에 다니고 있었다. 경당은 사서삼경 등 유교 경전을 배우는 학교이기도 하지만, 체력을 단련시키고 무예를 가르치는 훈련소이기도 했다. 전쟁이 잦은 나라였기 때문에 언제든 나가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던 곳이다.
또한, 고구려는 격렬하고 파란만장한 전쟁사만큼이나 화려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매년 음력 10월이 되면, 제천 행사인 동맹제를 열어 자신들의 신에게 제를 드리면서 일 년의 수확을 기뻐하고 내년의 풍요를 기원했다. 또한 죽은 사람들의 무덤 속에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그 이후의 생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대외적으로는 세계화의 흐름에 일찌감치 합류하기도 했다. ‘각저총’이나 ‘안악 3호분’속의 벽화를 보면 하얀 얼굴에 깊은 눈과 커다란 코를 가진 이국적인 외모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시대에 이미 이민족을 넉넉하게 품어 안은 셈이다.
2천 여 년 전의 머나먼 과거지만, 오래도록 용맹한 기상을 상징하며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자긍심이 되어 주는 고구려. 이 책을 통해 그런 고구려의 기개를 느껴 보는 한편, 그 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고구려 백성들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
 

 
지은이 : 문미영
낯선 곳 여행하기, 동화책 읽기, 수다 떨기, 볼링 공 던지기를 좋아해요.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 외교를 공부한 후 12년간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어요. 《어린이 동산》 중편 동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후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받았어요. 지은 책으로 《독립신문을 읽는 아이들》 《친구야, 멍멍!》 《행복 빌라의 작은 이웃들》 《우리 모두가 주인이에요!》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권민 장민 표민》 《천장나라 꿈공장》 등이 있어요.
 
그린이 : 김언희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정성 들여 그린 그림이 예쁜 책이 되어 나오는 순간이 가장 기쁘지요. 그린 책으로 《우리 모두 이웃이야!》 《똥 싸는 도서관》 《내 진짜 진짜 소원은》 《우리 가족을 도운 도둑》 《메주 공주와 비밀의 천 년 간장》 《배비장전》 《어진 선비 이언적을 찾아서》 《마법 지팡이》 《우리 모두가 주인이에요!》 등이 있어요.
 
감수 :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활동하는 교과 연구 모임이에요. 어린이 역사, 경제, 사회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하며, 아이들과 박물관 체험 활동을 해 왔어요. 지금은 초등 교과 과정 및 교과서를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대안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우리 형은 주몽
수레 만드는 집
꿈이 없는 아이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
조금 달라도 괜찮아
동맹제, 하늘이 열리는 날
비통한 소식
하늘로 간 사람들
낯선 손님
사람을 살리는 수레
넌 할 수 있어
달려라, 무열의 수레바퀴
 
《고구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 제대로 읽기

 
우리 형은 주몽
활쏘기 연습장이 시끌벅적하다. 동맹제를 앞두고 실력을 점검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열이도 형 유열이를 응원하러 나섰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몽’인 형은, 이번에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모든 화살을 명중시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무열이는 형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약한 자신과 비교되어 자기 자신이 더더욱 작게 느껴진다.
유열이 형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몽’으로 꼽혔다. 경당의 활쏘기 대회에 나가 날아가는 새를 잡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박이나 씨름도 잘했지만, 활쏘기만큼은 유열이 형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유열이 형은 어린 시절부터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는 꿈을 키워 왔다. 이번 동맹제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도 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고구려는 언제나 전쟁 중이었다. 당나라 태종은 호시탐탐 고구려를 침략할 틈을 노렸다. 고구려만 물리치면 한반도를 손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걸핏하면 육지와 바다, 양쪽으로 공격을 해 댔다. 지난 5월에는 결국 개모성과 비사성, 요동성, 백암성이 당나라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말았다.
(중략)
동맹제를 앞두고 안시성에서 들려온 승전 소식은 백성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고구려 백성이라면 누구랄 것 없이 한껏 기세등등해 있었다.
유열이 형도 그랬다. 승전보(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를 듣고는 “역시 고구려군은 최고야. 나도 양만춘 장군처럼 멋진 장수가 돼서 그 누구도 고구려를 함부로 넘보지 못하도록 굳건히 지킬 테야.”라며 의지를 다졌다.
무열이는 유열이 형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무예가 뛰어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형과 달리, 자기는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열이는 너무나 작고 초라한 자신이 싫었다. _17~18쪽에서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
형과 달리, 무열이의 관심사는 수레에 꽂혀 있다. 눈썰미도 좋고 섬세한 무열이는 아버지를 도와 수레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그런 취미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둔한 무열이 때문에 축국 시합에서 진 경당 동무들은 무열이를 유열이와 비교하며 크게 책망하고, 마음이 상한 무열이는 속상해하며 홀로 북쪽 성벽을 찾는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대장간 앞에서 본 얼굴이 하얀 여자아이, 그 아이가 서 있다!
 
“어? 저 아이는…….”
무열이는 걸음을 멈추고 뿔피리를 불고 있는 여자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대장간에서 봤던 그 아이였다. 그 아이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뿔피리를 불고 있었다.
(중략)
무열이는 홍화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이 하얘서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스친 자리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너도 얼굴색이 다른 아이랑은 친구를 안 하니?”
홍화가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무열이를 향해 물었다. 무열이는 머뭇거리다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중략)
무열이가 한참 동안 말이 없자, 홍화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뿔피리를 챙겨 자리를 뜨려 했다.
“넌 활도 못 쏘고 축국도 못하는 남자아이랑 친구 하니?”
무열이 말에 홍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친구가 되는 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렇다면 나도 상관없어.”
무열이 말에 홍화가 환하게 웃었다. 무열이도 왠지 슬며시 웃음이 났다.
무열이가 보기엔 피부색이 하얀 홍화나 사내답지 못한 무열이나, 고구려 사람답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_41~45쪽에서
 

동맹제, 하늘이 열리는 날
성곽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친해진 무열이와 홍화. 두 사람은 함께 동맹제 구경에 나선다. 동맹제는 하늘에 감사드리고 모두가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날. 곳곳에서 펼쳐지는 사내들의 겨루기 시합과 흥겨운 음악, 춤이 이어진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진귀한 음식들과 재주꾼들의 재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활쏘기 대회장에서는 유열이가 그간의 실력을 발휘하며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다. 
 
무열이와 홍화는 가장 귀하고 좋은 옷을 골라 입고 나들이 길에 나섰다. 두 아이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고구려의 온 백성이 일손을 멈추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어우러져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날이 바로 동맹제였다. 도성 곳곳 너른 공터마다 사람들이 그득그득 몰려 있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음악이 흘러나왔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잔치가 벌어졌다.
남자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는 씨름과 수박 등 겨루기 시합이 벌어졌다. 힘겨루기를 끝낸 아저씨들은 그 자리에서 술판을 벌이며 흥을 이어 갔다. 악사들은 피리와 거문고 등 악기를 연주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어 흥겨운 춤판에 합류했다. 어디를 가든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중략)
이제 무열이와 홍화는 활쏘기 대회가 열리는 성벽 옆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네.”
대회를 앞두고 이미 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대회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상석에는 왕과 귀족, 관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백성들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무열이와 홍화는 얼른 빈 곳에 자리를 잡았다.
활쏘기 대회는 동맹제 행사 중에서 인기가 가장 높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중략)
마침내 마지막 한 발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열이 형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무열이의 두 손에도 땀이 가득했다. 유열이 형은 힘차게 뒷발질을 하며 말을 몰아 마지막 화살을 침착하게 과녁에 꽂았다.
“활쏘기 주몽은…… 한유열!”
모든 경기가 끝나자 채점관이 목소리를 높여 형의 이름을 불렀다. _58~67쪽에서
 
 
사람을 살리는 수레
활쏘기 대회에서 우승하며 하급 관직에 오른 유열이가 외곽의 성을 지키러 떠나고 몇 달 뒤, 무열이네 집에 형이 전사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유열이와 함께 싸웠던 대모달 장군이 찾아와 군사용 수레 제작을 부탁한다. 하지만 형을 죽게 한 전쟁용 수레를 만들고 싶지 않은 무열이는 고민에 빠지고, 그 모습에 홍화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데…….
 
“수레는 잘돼 가?”
홍화의 물음에 무열이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홍화는 무열이 표정을 보고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수레를 만들어야 한다니, 완성하는 데 공이 많이 들겠다.”
홍화 말에 무열이는 한숨을 또다시 폭 내쉬었다.
“난 전쟁 따위를 위한 수레는 만들고 싶지 않아.”
무열이 말에 홍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매일 축 처져 있는 무열이를 보는 게 더 싫었다. 무열이는 누구보다 수레 만드는 걸 좋아했다. 또, 수레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 그런 무열이가 수레 만드는 일에서 손을 놓고 그저 힘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수레라고 해서 딱히 다른 게 있을까?”
홍화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무열이가 홍화를 휙 돌아보았다.
“따지고 보면 음악도 전쟁을 위해 쓰이잖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무열이가 차가운 말투로 되물었다. 수레 만드는 일을 돕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쟁에 나설 때 군사들 힘내라고 음악을 연주하잖아. 그렇다고 그 악기들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거야…….”
“음악은 전쟁에 나가서 힘차게 싸우라고 연주하기도 하지만, 전쟁으로 다치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해. 그러니까 내 말은……, 군용 수레라 해서 반드시 전쟁만을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잖아.” _90~9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