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내 손에 블랙홀(푸른숲 어린이 문학 41)
벤 밀러
2021. 10. 29
11,000원
192페이지
9791156753155

들어는 봤나? 휴대용 블랙홀!
초강력 진공청소기이자 시간여행 통로인 블랙홀! 한번쯤 우주의 신비에 심취해 봤다면 그 불가사의한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게 휴대용 블랙홀이라면! 만약 정말로 블랙홀의 주인이 된다면 어떨까?
해리슨은 한번 폭발하면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종종 주변 사람까지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다. 어느 날 악동 헥터의 생일 파티에 갔다 큰 말썽에 휩싸인다. 헥터가 고무줄로 쏘려 하자 공포에 질린 해리슨이 행패를 부린 것이다. 분위기는 뭐, 엉망진창이 되었다.
파티의 끝에 놀이 강사 셸리 선생님이 해리슨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25)하다며 깜장 풍선을 준다. 절대 직접 만지지 말라면서. 그런데 이 풍선’, 어딘가 수상하다. , 불면 뒤로 밀려나기는커녕 앞으로 다가오고, 빛을 비추면 볼링공과 달리 곡면이 반짝이지 않는다.
해리슨은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던 코끼리 인형과 브로콜리를 던져 풍선을 건드려 본다. 그랬더니 풍선에 닿는 즉시 멈칫했다가 깨끗이 사라진다. 풍선의 정체는 혹시 블랙홀?
현실에서 아무리 작고 약한 아이도 상상으로는 초능력자를 꿈꾸며 성장한다. 마법의 힘이 선망의 대상인 이유다. 저 유명한 해리 포터에게 마법이 있다면, 우리 주인공 해리슨에게는 블랙홀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해리슨의 블랙홀은 적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지워 버린다는 것.
 
 
물리학을 전공한 코미디언의 긴장감 넘치는 판타지 동화
블랙홀 풍선은 해리슨의 근심 걱정을 말끔히 해치우는 무적의 해결사가 된다. 중형견, 교과서, 수영장 물……. 무엇이든 홀랑 빨아 없앤다. 하물며 풍선의 정체도 모르고 빼앗으려는 불량소년 헥터쯤이야!
헥터가 행방불명되어 마을이 술렁대자 해리슨은 셸리 선생님을 찾아 나선다. 셸리 선생님의 할머니는 괴짜로 소문났는데 시계로 가득한 집에 산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셸리 선생님은 멀리 여행을 떠났다. 그러면서 시간여행 없이는 이미 사라진 것들을 돌이킬 수 없다는데…….
난감해진 해리슨은 한밤중에 블랙홀 풍선을 쓰레기장에 내버린다. 하지만 웬걸, 바람에 날아간 블랙홀이 더 큰 사고를 친다. 이웃집을 통째로 빨아들이고, 급기야 해리슨네 집을 향해 날아가는 것……!
작가 벤 밀러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중에 코미디에 매료되어 진로를 바꾸었다. 물리학과 코미디라는 이색적인 두 세계를 가로질러 동화의 세계로 날아온 팔방미인답게 블랙홀이라는 음산하고 알쏭달쏭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주무른다.
세 번째 장에서 풍선의 정체를 추론하고 증명해 가는 해리슨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한편,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접근하는 과학적 자세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재미는 물론 의미, 거기다 과학 지식까지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분노를 벼려 나만의 에너지로 삼을 수 있을까?
이야기 속 블랙홀은 초능력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해리슨은 블랙홀을 걱정과 분노의 배설구로 삼는다. 덕분에 처음에는 해방감에 들뜨지만 나중에는 사고뭉치 블랙홀 탓에 고민과 후회, 죄책감이 늘어간다. 어두운 감정에 비례해 커지는 블랙홀과 해리슨의 이야기는 누구나 감정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될 수 있다고 은근히 경고한다.
셸리 선생님은 남몰래 블랙홀을 연구하고 만드는, 일종의 블랙홀 장인이다. 어른인데도 전혀 어른스럽지 않고 버럭버럭 화를 낸다. 아이들에게 바른 소리를 하면서 제 감정을 다스리는 데는 미숙한 평범한 어른들을 빼닮았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셸리 선생님을 통해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분노는 꼭 나쁜 게 아니라 소중한 감정이며 다루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진짜 에너지는 분노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전쟁의 신도 싸움에서 이기려면,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186)
 
누구나 감정(블랙홀)에 휘둘리는 대신, 이해와 설득의 도구(언어)를 지닐 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인 듯하다. 과연 해리슨은 자신의 분노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될까? 내 손에 블랙홀은 한 아이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유쾌한 악몽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잊기 힘든 교훈을 선사할 것이다.
 

지은이 | 벤 밀러 1966년에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코미디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시절, 친구와 함께 만든 연극으로 에든버러 예술 축제에서 큰 상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코미디 프로그램 암스트롱과 밀러 쇼를 제작했으며, 이 프로그램은 텔레비전에서 어린이 쇼로 방영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2018년에 출간한 첫 동화책 내가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날(The Night I Met Father Christmas)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내 손에 블랙홀(The Boy Who Made the World Disappear), 내가 동화에 빠진 날(The Day I Fell into a Fairytale)등을 펴냈다. 지금은 동화 작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옮긴이 | 최수진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했다. 영국에서 2년간 어학 연수를 마치고, 현재 한겨레 번역가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6 / 깜장 풍선10 / 사라진 개28 / 브로콜리는 이제 그만!34 / 굶주린 블랙홀40 / 건드리지 마!56 / 아무도 못 찾을걸?68 / 시계로 가득한 집79 /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88 / 한밤중에 연기처럼97 / 하루아침에 소년 가장?108 / , 블랙홀 속으로!115 / 비행기 탑승 작전126 / 셸리 선생님을 아세요?141 / 분노는 나의 힘?162 / 마지막 카운트다운173 / 에필로그187 / 지식 한 스푼189

해리슨은 풍선을 중심으로 빙빙 돌면서 여러 각도에서 요리조리 뜯어봤다. 웅크린 채로 찬찬히 올려다보고, 까치발로 서서 꼼꼼히 내려다봤다. 풍선은 모든 방향에서 정확히 똑같아 보였다. 평평한 깜장 동그라미. 검은색 색종이를 오려 내어 공중에 똑 붙여 놓은 듯도 했다. 평범한 풍선처럼 그저 둥글둥글한 모양이 아니었다.(중략)
흐음…….’
해리슨은 풍선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커튼을 치고 손전등을 켠 다음 전깃불을 껐다. 손전등 불빛을 어둠 속에서 휘휘 내저으며 풍선을 찾았다. 그러다 참으로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빛이 풍선겉면에서 반사되기는커녕, 그대로 풍선 속으로 사라졌다. 선반에 둔 볼링공에 불빛을 비추며 둘을 비교해 봤다. 빛을 받은 볼링공은 둥글고 반들반들했다. 평평하지도 새까맣지도 않았다. (34~35)
 
선생님이 눈길을 돌리는 순간, 해리슨 왼쪽 귓불에 고무줄이 팽 날아왔다.
, 아야!”
깜짝 놀란 해리슨은 그만 블랙홀을 놓치고 말았다.
아이고, 고마워라.”
헥터가 재빠르게 줄을 잡아채고는 새 장난감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걸까?”
헥터가 덩치 둘을 슥 돌아보며 씩 웃더니, 퉁퉁한 손가락을 블랙홀 쪽으로 쭉 내밀었다. 해리슨이 대뜸 소리쳤다.
건드리지 마! 그건 풍선이 아니야. 블랙홀이라고! 블랙홀 속에 빨려 들면, 다신 빠져나올 수 없어.”
상관 마, 간땡이 꼬마. 네 속임수 따위에 속을 줄 알고…….”
땍땍거리던 헥터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블랙홀 끝자락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쓩, 하고 빨려 들어간 것이다. 마치 뚜껑 열린 맨홀 속으로 머리부터 거꾸로 빠지는 아이처럼.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아이가 한순간 발바닥만 남아 있다가 그마저도 서서히 사라졌다. (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