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분홍색의 무게
나탈리 라가세
2022. 12. 19
11,000원
128페이지
9791156753582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사춘기 감정 변화를 그리다
로지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동네에서 유명한 랑베르 패거리에게 은밀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 처음에는 로지 앞에서 자기 바지를 슥 내리더니, 이후부터는 로지를 볼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이죽거리거나 가슴을 흘끔거린다. 이러한 경험은 최근 들어 신체도 변하는 데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로지에게 큰 두려움을 남기고 만다.
남자애들이라면 질색인 로지와는 달리, 단짝 친구 아나는 시도 때도 없이 좋아하는 남자애 얘기뿐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신체 변화나 주변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로지는 친구에게 랑베르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가도, 보이지 않는 벽에 입을 다물고 만다.
그러다 로지의 생일, 아나와 같은 반이라는 마테오가 생일 축하 카드를 보내온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날 이후로 마테오가 “네 머리카락 엄청 부드럽더라!”라고 하거나, 우연히 손끝이 닿기만 해도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오른다. 일기장에 마테오를 떠올리며 시를 쓸 때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랑베르 패거리가 불쑥 나타나면 녀석들이 쳐 놓은 덫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다. 과연 로지의 열두 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이렇듯 《분홍색의 무게》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변하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불안정하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깨닫게 해 준다.


사춘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
결국 로지는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엄마에게 브래지어를 사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와 가게로 가던 길에 공사장 인부 두 명이 로지와 엄마를 향해 휘파람을 불며 희롱하고, 엄마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잘못을 지적한다. 로지는 엄마의 당당한 모습에 나쁜 기억이 다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날 이후 로지는 저녁마다 엄마와 산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 역시 자신과 같은 나이를 지나왔고,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랑베르 패거리와 마주친 로지는 지난번 엄마가 대처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다가간다.
바야흐로 ‘분홍색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분홍색의 무게는 사회가 여성스러움과 연관 짓는 모든 것의 무게를 가리킨다. 작가는 엄마와 로지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만든 분홍색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가 원하는 길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이, 《분홍색의 무게》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혼란스러운 사춘기 소녀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자, 사춘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로지는 혼자서 고민할 때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엄마와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 모두가 겪는 일임을 깨닫고 큰 힘을 얻는다. 즉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라야 오롯이 ‘나’로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탈리 라가세 (지은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어요. 텔레비전 영상 디자이너로 직업 세계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캐나다의 기념 주화 디자인을 맡기도 했지요. 한때 버스 기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첫 소설 《종착역》을 썼답니다. 최근에는 텍사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자라고 있는 선인장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온종일 글자와 그림 속을 헤엄쳐 다니며 행복을 느낀다지요.

김자연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전문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옮긴 책으로 《선생님, 질문 있어요!》《우리는 지구를 지킬 권리가 있어요》《유튜버 전쟁》《나다운 게 뭐야?》 외 여러 권이 있어요.


애벌레 젤리와 나쁜 기억
스쿨버스 안에서
마법 같은 순간
열세 번째 생일
초코 쿠키와 왕거미
우울한 계절의 씁쓸한 해프닝
전기가 찌릿찌릿!
아름다운 숙녀가 된다는 건
기분 나쁜 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광경
나만의 비밀 작전
분홍색의 무게
새로운 마법
브래지어가 필요해!
특별한 산책
새로운 시작

P. 8~9
  • ◆ 애벌레 젤리와 나쁜 기억
    로지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에서 유명한 랑베르 패거리와 마주친다. 그런데 웬일인지 랑베르가 로지를 불러 세운다. 인기가 많은 애들이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다가선 로지에게 랑베르는 젤리 봉지를 내밀며 은근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는데…….

    “야, 너한테 말한 거 맞아!”
    나는 그쪽으로 어기적어기적 다가갔다. 그때만 해도 인기가 많은 애들이 나를 불렀다는 사실에 뭔가 좀 특별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삐! 삐! 위험! 삐! 삐!” 하고 연신 경고음이 울렸지만.
    랑베르가 나에게 뭔가를 쓱 내밀었다. 애벌레가 그려진 젤리 봉지였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긴장감으로 땀이 나서 축축해진 손을 젤리 봉지 안으로 넣는 순간……, 랑베르가 자못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더 좋은 젤리를 줄 수도 있는데…….”
    그러더니 바지를 쓰윽! 내려 버렸다.
    푸아트라 형제가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있는 힘껏 달아났다. 등 뒤에서 랑베르의 목소리와 쌍둥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야, 뭐야? 어디 가? 가지 마!”
    “아하하하! 으하하하……! 와하하하! 하하하……!”
    바보들의 합창이 따로 없었다, 전혀 웃기지도 않은
    …….

  • P. 84~85◆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광경
    단짝 친구 아나네 가족과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난 로지! 여행 마지막 날 밤, 아나와 수영을 하게 된다. 미처 수영복을 챙겨가지 못해 아나의 비키니를 빌려야 하는 상황에 로지는 어쩔 수 없이 비키니 하나를 대충 집는다. 그런데 비키니가 너무 커 가슴이 벙벙하게 남는 것이 아닌가! 로지는 비키니에 휴지를 채우는 묘수를 생각해 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그때 물줄기 하나가 내 가슴을 강타했다. 그 바람에 휴지가 수영복에서 빠져나와 탕 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아나가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저게 뭐지? …… 혹시 휴지?”
    아나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뭐야, 로지?”
    대참사였다! 휴지가 내 몸에서 죄다 빠져나가고 있었다!
    “빨리, 저걸 건져야 해!”
    아나는 나를 물속에 남겨둔 채 두 손 가득 휴지를 주워들었다. 그러고는 욕조에서 황급히 나가 휴지통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휴지가 다 빠져나가서 벙벙해진 비키니를 입고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바쁘게 오가는 아나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아나의 다리 안쪽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검붉은색 자국이 선명했다.
    “아나……! 너, 피, 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