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한숨 먹는 괴물, 후유
정연철
2023. 01. 02
13,000원
128페이지
9791156753636

이야기의 마법을 믿는 작가, 정연철이 선사하는 힐링 동화

한숨을 먹고 사는 괴물, ‘후유가 보통 때라면 인간의 눈에 띌 리 없다. ‘한괴영재학교를 다닐 만큼 총명하고 지혜로운 괴물이니까. 하지만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가 밤잠을 설치다 후유와 눈이 딱 마주친다면, 앞으로 어떤 끔찍한 사건이 펼쳐질지 모른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한수미처럼.

한숨 먹는 괴물, 후유는 수학 스트레스, 레벨 테스트, 꽉 짜인 시간표에 쫓기는 초등학생의 현실감 넘치는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마음에 내재한 마법을 일깨우는 힐링 판타지다.

말로 속사포를 쏠 만큼 자기 생각과 주장이 또랑또랑하지만 팍팍한 시간표 탓에 툴툴대는 한숨 대장이 된 수미와 한숨을 먹고 덩치가 커질수록 자랑도 생색도 심해지는 능청꾸러기 괴물 후유.

한숨 주머니를 두고 흥미진진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소녀×괴물의 대결 구도 속에, 작가는 이야기에 스민 마법의 힘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그 마법은 바로 우리 삶의 기본기가 될 한숨 사용법이다.

 

한숨 도둑신세가 되어 버린 수미의 한숨 찾기 대소동

나는 수학이 싫다. 그냥 대충 싫은 게 아니라 너무너무 싫다.” (8)

3학년이 되어 두 자릿수 곱셈나눗셈에 무릎 꿇은 수미. 그렇게 좋아하던 줄넘기 학원도 끊고 수학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거기다 요새는 옆집 유치원생 마성군까지 돌보고 있는데, 성군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가 필요한 말썽꾼이다.

한숨이 물이라면 아마 내 방은 강이 되었을 거다.” (21)

어느 날 밤, 수미 앞에 작고 못생긴 괴물, 후유가 나타났다.

한숨 조금만 나눠 주면 안 돼휴? 쭉 지켜봤는데 너 한숨 되게 많이 쉬잖아휴.” (53)

존댓말인지, 사투리인지 ‘~, ~.’거리는 사뭇 공손한 말씨에 빼빼마르고 쪼글쪼글한 생김새까지, 어쩐지 귀여운 괴물이다. (과연?!)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한숨을 먹는다는 점인데. 혹시 한숨 주머니를 몽땅 줘 버리면, 한숨 쉴 일도 싹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데 막상 한숨 주머니를 빼 주고 나자 수미에게 문제가 생겼다. 한숨 쉴 일은 그대로인데다 한숨이 안 나오니 수미의 목구멍은 바짝 타고 머릿속엔 한숨 생각만 꽉 찬다. 갖은 꾀를 낸 끝에 다시 만난 후유는 수미에게 한숨 주머니는 돌려줄 수 없다며 다른 사람의 한숨을 빨아들이는 비장의 도구 숨포이트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너는 어린애니까 애들 한숨만 먹어야 해휴. 어른들 한숨은 흐리고 짜고 매워휴. 거무튀튀하고 무겁고 시고 써휴.” (94)

숨포이트를 든 한숨 도둑 신세가 되어 버린 수미! 과연 수미는 자신의 한숨 주머니를 되찾을 수 있을까?

 

마음속 회복 탄력성을 깨우는 한숨 사용법!

그래 갖고 바닥이 꺼지겠니? 쪼끄만 게 툭하면 한숨이야.”(26~27)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런 꾸중 한 번쯤 들어 보지 않았을까? 실은 한숨 쉬는 어린이도 속으로는 한숨이 정말 지긋지긋할 텐데 말이다!

매해 OECD 회원국과 세이브더칠드런 등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꼴찌 순위를 맴돈다. 그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시간 사용의 제약이다. 주인공 수미가 바로 산 증인인 셈이다.

숨포이트를 든 수미는 주변을 둘러보며 색다른 발견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숨을 잠재운다는 중학생 병찬이 오빠, 매캐한 한숨을 품고 있지만 딸 앞에서는 힘든 티를 내지 않는 엄마의 모습도 새롭다.

에이, 설마! 한숨에도 맛과 색깔이 있을까? 어라, 진짜? 한숨을 못 쉬면 무지무지 갑갑할 텐데? 우리까지 엉뚱한 상상에 빠뜨리는 수미의 한숨 소동은 자연스럽게 한숨의 쓸모를 생각해 보게 한다. 한숨은 불평불만의 표현이기 전에, 내 마음이 숨쉬기를 필요로 한다는 응급 신호라는 점을.

자꾸 한숨 쉬면 한숨 먹는 괴물이 나타날지 몰라. 그래도 한숨을 다 뺏기진 마. 한숨도 쓸모가 있으니까.” (103)

수미가 터득하는 한숨 사용법은 자꾸 한숨이 나올 때, 마음이 괴로운 진짜 이유를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의외로 해답을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는 힌트도 곁들인다. 이런 작은 시도야말로 지친 일상으로부터 한숨 돌리게 하고, 우리 안에 내재된 회복 탄력성을 깨우는 첫 단추가 될지 모른다고, 작가는 수미의 좌충우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지은이 : 정연철 아직 세상에 마법이 있다고 믿어요. 그럼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요. 그 마음으로 두근대며 글을 씁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 주병국 주방장》 《속상해서 그랬어!》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엉터리 처방전》 《비교 마왕》 《박찬두 체험》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시리즈,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꽈배기 월드, 청소년 소설 꼴값》《나는 안티카페 운영자》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윤유리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철새 탐조대 캐릭터 공모전 최우수상, 천재교육 캐릭터 공모전 특선을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나 생일 바꿀래!》 《엄마 미치지 마세요》 《가짜 칭찬》 《유튜브 탐구 생활》 《솔이는 끊기 대장등이 있습니다.

툭하면 한숨 7

말썽꾼 마성군 22

이상한 소리의 정체 43

한숨이 솜사탕처럼 58

숨포이트 사용법 75

한숨 찾기 대소동 95

작가의 말 126

 

달이 지나도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똑똑한 애들한테나 해당되었다.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너 바보 되고 싶어?”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러고 집, 학교,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면 바보가 안 되는 건가? 나는 학원에서 그냥 멍하니 있는 날이 많은데. 그 시간에 차라리 줄넘기를 하면 몸이라도 튼튼해지지. 그걸 모르는 엄마가 바보 같았다.

_(14)

 

, 한숨이 나왔다. 그때였다.

스읍!”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뭐지? 하도 신경질이 나서 자꾸 없는 소리가 들리나? ……, 무지 긴 한숨이 나왔다.

스읍!”

아까 그 소리다. 연속 두 번은 처음이다. 나는 자는 척하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창문에 비친 그림자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시꺼먼 뭉게구름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눈이 생기고 입이 생겼다. 팔다리까지 뿅 솟아났다.

그림자는 내 방으로 풀쩍 뛰어내렸다. 덩치가 성군이만 했다. 빼빼 마르고 울퉁불퉁하고 좀 웃기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귀여운 구석도 있고……?

, 뭐야?”

이상한 형체가 뒤로 발라당 나동그라졌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딱 일어나 인상을 팍 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중략)

한숨 먹는 괴물, 후유. 그래서 말끝마다 를 붙여휴. 다른 괴물들은 인간들 눈치 안 채게 먹는데, 나는 수련이 덜 돼서 자꾸 들켜휴.”

말끝에 붙은 자 때문에 꼭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 것 같았다. 사투리를 쓰는 것 같기도 했다.

한숨 조금만 나눠 주면 안 돼휴? 나 며칠 동안 쫄쫄 굶었어휴. 쭉 지켜봤는데 너 한숨 되게 많이 쉬잖아휴. 특히 잠잘 때 푸푸푸푸푸푸, 엄청 많이휴. 난 그 옆에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면 돼휴.”

순간 나는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솔깃했다.

한숨을 먹는다고? 사실이야? 잠깐! 그럼 내 한숨 다 가져갈 수도 있어?”

_(50~54)

 

디어 때가 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바지 주머니에 있던 숨포이트를 조심스레 꺼냈다. , , , , , , , , , ! 나는 숨포이트를 입안에 넣고 꾹 눌렀다.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내 속을 훑고 지나갔다. 말라 가던 숨구멍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생선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기침이 연이어 터져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뼈가 아프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절대 먹지 말라던 어른 한숨을 먹어서 그런가?

통증은 차츰 사라져 갔다. 벌렁대던 가슴도 약간은 진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구멍이 참기 힘들 정도로 간질간질했다. 마음은 자꾸 쓸쓸하다가 슬프다가 답답해졌다. 코끝이 시큰대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 했다. 내 마음인데 마음대로 안 됐다. 엄마는 나한테 힘든 티를 잘 안 내는데 사실은 많이 힘든 건가? 혹시 나 때문에? 어쩐지 좀 미안했다. 기분이 울적해졌다.

_(118~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