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이민희 저 ·푸른숲
2009. 06. 05
14,000원
336페이지
9788971848142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만나다!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이탈리아의 고급 레스토랑부터 시골마을의 작은 주방까지 각양각색의 파스타를 찾아 떠나는 75일간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탈리아 특유의 밝고 활기찬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파스타의 세계에 매료된 저자는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이후 두 번째 여행을 계획한다. 저자는 파스타를 찾아 떠난 이탈리아의 여행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음식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준다.



이민희는 여행 전부터 이탈리아 북부, 중부, 남부를 대표할 파스타를 고르고, 그것들을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지역을 찾아 중심 경로를 짰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캄파니아, 시칠리아, 토스카나, 로마냐, 에밀리아, 리구리아의 파스타를 찾아 떠나보자. 그곳에서 저자는 낯선 이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고 무엇이라도 나누려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만난다.



동영상 한 편을 보고 무작정 레스토랑을 찾기도 하고, 50년간 파스타를 만들어온 조세핀 할머니의 공방에서 푸실리, 카바텔리, 라비올리 등 다양한 파스타를 접하는 그녀의 여행은 흥밋거리로 가득하다. 파스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여행이 길어질수록 저자는 점차 파스타만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문화를 발견한다. 파스타를 쫓는 이 여행을 통해 이탈리아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과 이탈리아 문화의 참모습을 발견해보자.



☞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는 사진을 통해 파스타의 종류와 파스타에 쓰이는 재료, 파스타를 만드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또한 파스타 가게를 소개하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에피소드까지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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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상품 출발 기간 : 2009년 7월 1일 ~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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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어릴 적 꿈은 공학도였다. 집안의 작은 전자제품들을 비롯해서 뜯어 볼 수 있는 기계들은 모두 뜯어 볼 만큼 기계에 호기심이 많았기에 막연히 크면 공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꿈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어느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 주면서 '이런 분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현실로 다가왔고 마침내 정말로 기계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해 보니 공학이라는 건 단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었다. 결국 그 알 수 없는 기호와 공식들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만 뒤 뒤늦은 방황이 시작됐다. 꼬박 두 해를 다시 입시 공부에 매달렸지만 그마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스물 다섯 가을 어느 날, 책상 위에 다섯 장의 편지만 써 놓은 채 난데없이 가출을 했다. 주머니엔 단돈 20만 원뿐이었고 도착지는 지구 반 바퀴 너머의 캐나다였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미쳤지' 하는 막대한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결국 그곳에서 몇 개월을 살아 본 뒤, 한 달간의 유럽여행까지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그때부터였다. 그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과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준비를. 스물 여섯에 파리의 재래시장에서 본 치즈에 반해 4년간의 회사 생활 동안 여행 준비를 했다. 사진을 찍고, 책을 읽었으며, 서른 살의 생일 아침에 사직서를 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가 있어야 시골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닷새 만에 어설픈 자동차 여행을 준비했다. 60일간 자동차를 타고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으로 치즈를 찾아 1만 킬로미터를 달렸다. 그 여행을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에 담아냈다. 이후 이탈리아 특유의 밝고 활기찬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파스타에 매료되어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해 다녀왔고,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펴냈다.

프롤로그

PART 1 도시의 뒷골목에서 만난 파스타
시간이 음식을 만드는 도시, 로마
다시 맡는 유럽의 냄새/ 문을 굳게 걸어 잠근 파스타 박물관/ 즉석 파스타 가게 파스티피초/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반죽 이동법/ 오드리햅번도 다녀간 100년 된 파스타 가게

고집스런 장인의 도시, 피렌체
진짜 이탈리아가 숨어 있는 곳, 중앙 시장/ 피렌체 유일의 수제 파스타 레스통랑/ 차갑게 퇴짜를 맞다/ 30년 파스타 장인의 자존심

파스타의 맨얼굴을 만난 곳, 베네치아
나는 그저 먹는 문화가 보고 싶었다/ 부둣가 인부들의 뒷모습을 닮은 파스타

PART 2 작은 마을 작은 주방의 오직 하나뿐인 파스타
따뜻한 가족애가 있는 곳, 캄파니아
제발 자동차를 제시간에 받게 해주세요/ 틸릴릴릴릭 피우, 시동꺼지는소리/ 갓 딴 면허로 눈보라를 헤치다/ 캄파니아에서의 으스스한 첫날밤/ 치즈를 찾아가면 파스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버팔로? 부팔라!/ 말랑하고 쫀득한 모차렐라 치즈 만들기/ 캄파니아의 모차렐라 치즈가 최고인 이유/ 시골 마을 파스타 공바의 따뜻한 손맛/ 도르르 도르르 할머니 따라 푸실리 만들/ 100년 후에도 변함없을 캄파니아의 주말 풍경

신의 부엌, 시칠리아
이건 내가 아는 시칠리아가 아니야/ 일요일마다 모여 파스타를 먹는 밀레나네 가족/ 가느다란 갈대 준코로 만드는 마카로니/ 나를 위해 다시 만들어준 26인분의 마카로니/ 미지의 세계에 거는 기대/ 시골 마을 같지 않은 라구사 이블라/ 시칠리아의 짤따랗고 통통한 파스타, 카바티/ 전반전 종료

파스타의 오랜 전통을 엿본 곳, 토스카나
악몽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요즘엔 아무도 피치를 손으로 만들지 않아요/ 불운의 연속, 굿바이 시에나!/ 세계적인 푸주한 다리오 체키니/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한 피치/ 드디어 찾았다. 드디어!/ 피치, 손바닥과 손가락으로만 만드는 전통 파스타/ 흉내 낼수 없는 장인의 손길/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피치의 통통한 면발/ 100년 된 밀방망이에 담긴 파스타의 문화사/ 키우시 시장의 거대한 미스터리 통돼지구이/ 라 파토리아의 사각 화덕/ 달걀만 넣어 반죽하는 파파르델레 만들기/ 오랜 세월이 낳은 파스타의 과학/ 이탈리아에서는 요리로 하는 감사 인사는 금물!/ 파스타 한 그릇의 마법

음식의 천국, 에밀리아-로마냐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볼로냐에서 해야 할 일 몇가지/ 천 년의 역사와 활기를 간직한 볼로냐 시장/ 동영상 한 편보고 찾아간 아메리고 레스토랑/ 나의 로망 스폴리아를 만나는 순간/ 신문지 두께만큼 얇게/ 에로틱한 파스타, 토르텔리니/ 나무 도마 위에서 펼치는 밀방앙이와의 고독한 싸움/ 주방, 가깝고도 먼 당신/ 뇨키를 만들 때는 감자의 온도와 수분이 핵심/ 모두가 공유하는 볼로네제소소의 비밀/ 난 가난한 여행자라고요/ 주방의 남편, 파르미자노 치즈/ 그건 진짜 파르미자노가 아니야/ 한 편의 공연과도 같은 파르미자노 만들기/ 오랜 기다림이 만든 치즈

바실 페스토처럼 푸르고 상쾌한 곳, 리구리아
스파게티는 스파게티답게/ 캠핑장 레스토랑을 우습게 보지 말라/ 우연히 만난 제노바의 전통 소스 페스토/ 페스토가 아니라 바실을 보고 싶어요/ 5대째 내려오는 바실 농장 사코/ 내 손으로 직접 구한 재료로 만드는 최고의 페스토/ 맛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마지막 놀이터

에필로그

……우리나라로 치면 고봉밥 수준이었다. 공기에 수북이 쌓아주는 밥 말이다. 파스타를 접시에 가득 담고, 그 위에 또 강낭콩을 수북이 쌓아주니 단순히 많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넘치기 직전까지 담아준다고 해야 맞을 거다. (중략)
간판도 없는 이 식당은 부둣가의 서민들을 상대로 벌써 43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의 뒤를 이어 딸이 그리고 이제 손녀까지 3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 입구에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 서 있던 아주머니와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들의 격의 없는 모습이 남달라 보였다.
부둣가의 인부들과 이 식당은 오랜 친구 사이였다. 그러니까 이곳은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정도 함께 담아 파는 식당이었던 거다.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파스타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봉지에 든 건파스타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꼭 고급의 질감이 아니어도 파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충분히 깊은 맛을 내고 있었으니까. - 73~74쪽

……그 모든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이렇게 무색해질 줄이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목적지에 도착해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서 있는 내가 믿기지가 않아 셔터도 누르기 전에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사진을 다 찍고 나자 할머니가 공방 모퉁이의 집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셨다. 이탈리아어를 거의 할 줄 몰라 갑자기 내가 왜 울었는지 제대로 된 설명은 못했지만, 먼 길을 돌아 그곳까지 찾아온 내 마음을 알고 계셨는지 따뜻한 차를 내주시고 한 손에는 파스타를 한가득, 다른 한 손에는 가면서 먹으라며 쿠키를 한 움큼 싸 주셨다. 공방을 나서는 길에 나는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고맙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셔서…….’ - 113쪽 
식사는 3시간이나 이어졌다. 그 많은 접시가 차례로 비워지는 동안 어른들은 와인을, 아이들은 콜라를 곁들였다. 음식 접시가 치워지고 과일과 함께 이탈리아인의 후식인 돌체가 식탁에 한가득 올라왔다. 이어서 누군가 던진 “카페?”라는 한마디에 접시가 빠진 빈자리가 작은 에스프레소 잔으로 좌르르 채워졌다. 나는 무엇이든 한 입만 더 넣었다가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배가 불러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거나 와인 잔을 뱅글뱅글 돌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가락 끝으로는 남은 돌체 한 개씩을 집고 있었다.
어질러진 식탁은 그대로 놓아둔 채 특별한 주제도 없이 이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다 같이 웃었다. 일곱 살짜리 막내 세레나는 이젠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할머니와 피오렐라의 엄마는 남은 접시들을 차곡차곡 포개어 부엌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중략)
아마 아주 오랜 후에 내가 이 마을에 다시 온다고 해도 피오렐라네는 오늘 할머니가 그랬듯이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식사 준비를 시작할 테고, 정오가 되면 온 식구가 다 모여 몇 시간이고 식사를 즐기겠지. 캄파니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 120~122쪽

하지만 몇 번 해봤으니 그만큼 수월할 거라는 내 짐작은 시작부터 폭격을 맞았다. 나침반만 쓰던 배낭여행객이 최첨단 내비게이션에 흥분해 지시대로만 따라 가다가 산속에 갇히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열의 아홉은 말리던 스틱 자동차를 고집하다가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동시에 사용하는 무지를 발휘해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자신감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고속도로 갓길에서 엉엉 울던 내 모습이란. 게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무리 거지같이 운전을 한다고 소문이 났대도 이렇게 본능적으로 무개념 운전을 하는 인종은 정말이지 처음 봤다. 일단 운전대를 잡으면 충격과 분노 사이를 오가며 하루에도 열 번씩 도를 닦아야 했다. - 152~153쪽 
다리오가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제이미 올리버의 책에 실린 사진에서보다 덜 짓궂어 보였고, 나이는 좀더 들어 보였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린 다음 오디오에 클래식 CD를 넣고 볼륨을 한껏 올리는 모습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중략)
어깨를 툭툭 치며 허브가 섞인 작은 소금 병을 건네는 그는 시골의 인심 좋은 푸주한일 뿐이었다. 빵과 와인과 사람들을 항상 곁에 두고, 주말이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왁자지껄하게 파티를 하는 마을의 고깃간 아저씨. (중략)
몇 대째 이어온 다리오네 가게의 나무 문턱을 넘어서면서 내가 그렇게 집착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다리오가 한참 위의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옛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서 내 고집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들은 자기들만의 역사와 이야기와 노하우를 간직한 이 작은 정육점을 지키기 위해 고집을 부렸고, 나는 그 고집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내 나름의 고집을 부린 것이다. - 172~175쪽

얇고 넓은 면이 입술 끝에 붙은 풀피리처럼 팔랑거리며 빨려 들어갔다. 라면이나 칼국수처럼 가늘고 좁은 면이 후루룩 입술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수분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폭이 넓어 한 가닥씩 먹어야 했기에 면이 입술에 착 달라붙어 질감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파르델레는 ‘파파레(Pappare, 먹다)’라는 토스카나의 방언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입속으로 들어갈 때 나는 ‘파르르’ 소리에서도 그런 이름이 나오지 않았을까? 먹는 소리가 이름과 너무 흡사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 219쪽 
라 파토리아는 그 이전과 이후의 어느 곳보다 완벽한 레스토랑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낮은 언덕 위의 한적한 레스토랑.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낡은 창문 앞에서 매일 아침 파스타를 만들고, 타오르는 장작불로 고기를 구워내는 고수가 숨어 있는 곳. 그즈음 나에게 파스타는 더 이상 단순히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아니었다. 머물던 곳에 대한 추억이었고,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었고, 잊을 수 없는 따뜻함이었다. - 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