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
김민정
2018. 06. 28
9,000원
100 페이지
9791189208035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반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쳇,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우리 반 문제아 정진우는
입만 열면 귀신 타령이다.
벽을 보고 서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걸핏하면 귀신이 보인다고 아이들을 겁줘서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다.
 
외롭고 쓸쓸한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무섭고 찌릿한 진심 한 조각!

 
간략한 소개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아이들은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자극적이어서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어른들의 우려는 귀신 이야기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열정 앞에서 힘을 잃기 일쑤다. 사실 무서운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사회가 감추고 있는 부조리나 인간 내면의 욕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력이 합쳐져서 몸집을 부풀린 ‘공포’가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직관적으로 느끼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무서운 이야기 속에는 어른들이 잘 모르는 그들 세계의 민낯과 무의식이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범생 민수와 귀신을 본다는 소문에 휩싸인 외톨이 진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욕망을 들여다본 동화이다. 부모가 계획한 미래를 위해 꼭두각시처럼 생활하는 민수와 입만 열면 귀신 타령을 하는 문제아 진우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민수는 반 분위기를 망치는 진우에게 반발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고, 그런 민수 앞에 진우가 자꾸만 불쑥불쑥 찾아오면서 오싹한 소동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 작품은 두 아이의 이상하고 기묘한 일상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직면한 무서운 현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또한 부모에게 억눌려 있던 아이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 용기를 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에게 외면당하고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아이들의 내면이 만져질 듯이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겐 서로의 이름을 불러 줄 친구가 필요하다
민수는 공부 외에 세상사나 친구들 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영재반 입성을 결정짓는 학원의 레벨 테스트 결과만이 유일한 관심사다. 그런 민수의 평온한 일상을 자꾸만 흔드는 녀석이 있다. 같은 반의 문제아로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진우가 그 주인공이다. 녀석은 입만 열면 귀신 타령을 해서 아이들을 겁주는 것도 모자라 벽을 보고 서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죽은 고양이 시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온갖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민수는 녀석이 반 분위기를 흐리며 자기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못마땅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며 진우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자꾸만 진우에게 눈길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아서 늘 혼자인 진우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섬처럼 아이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홀로 있는 자신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수는 반 아이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는 진우에게 뒤집어씌우며 빠져나가는 모습에 찝찝함을 느끼지만 괜히 얽히고 싶지 않아서 편들기를 포기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죽음과 관련해 진우가 아이들에게 오해를 사고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본 순간, 남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만다. 가슴에 큰 돌덩이를 얹은 듯 무겁기만 했던 민수의 일상 속으로 무서운 소문에 휩싸인 진우가 다가서면서부터,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벗고 비밀을 공유하며 조금씩 진심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아이는 딱지치기, 군것질하기, 지옥 탈출 게임 등 평범하고 사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서 우정의 참맛을 알아간다. 민수는 진우와 보내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늘 불안하게 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자기 것이 아니었던 부모의 기대와 목표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공포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민수는 부모가 정해 놓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업 스트레스에 짓눌려 지내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혼란을 느꼈다. 조손 가정인 진우는 친구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고무 딱지 묶음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면서 귀신 소동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아이들이 정말로 무서워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과 지독한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이렇듯 아이들이 자기도 몰랐던 내면의 욕망을 깨닫고 건강하게 자립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또한 연약한 동물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씨와 곤란한 지경에 처한 친구를 돕는 등 두 아이가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내는 모습을 통해 우정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스스로 답을 찾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찌릿한 긴장감을 주는 한편, 허무맹랑하지 않은 전개를 통해 현실에 밀착한 쫀쫀한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공감도 건네준다. 부모가 정해 준 계획표대로 오늘 대신 내일만을 위한 생활을 하던 민수는 진우와 교감을 나누면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독자들은 세상을 다 안다고 자부하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막연히 좇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민수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서로의 진심을 알아봐 주고,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 또한 넌지시 건네고 있다.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두 아이가 종이가 물기를 흡수하듯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조심스레 우정을 키워 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보여 준다.
특히 놀이기구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상대방의 목소리에만 의지해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은 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구한 뒤 잠시 기대어 있던 두 아이는 무섭고 캄캄하고 외로운 지옥에서 마침내 탈출한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면서 파란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뭉근히 데운다. 우정이 시작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포착한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결코 혼자여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독자들의 마음에게 올곧게 가닿기를 바란다.

지은이 : 김민정
대학에서 서양화와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무를 보면 발을 딛고 싶고, 별을 보면 돌이라도 던져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모두 잘 쓰고 싶다. 2014년에 동화 《수상한 전학생》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동화를 쓰고 있다.
 
그린이 : 이경하
대학에서 섬유 미술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 《나는 수요일의 소녀입니다》 《옥상정원의 비밀》 《우주 비행사 동주》 《독립군 소녀 해주》 등이 있다.

한낮의 귀신 소동
들통날 거짓말
황당한 비밀
지옥 탈출 놀이
기다려 줘서 고마워

작가의 말

한낮의 귀신 소동
민수는 등굣길에 같은 반인 문제아 진우 때문에 일어난 소동을 보고 소름이 돋는다. 맨날 귀신이 보인다고 떠들고 다니더니 죽은 고양이 시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반 분위기를 흐리고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민수가 진우를 보는 시선을 삐뚜름하기만 하다. 수학 학원의 레벨 테스트 결과 때문에 한층 더 예민해져 있던 민수는 본의 아니게 진우와 얽혀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교문 앞에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일까? 아이들 사이로 엿보니 그 녀석이 보였다. ‘귀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 반 문제아, 정진우.
그냥 지나치려다가 녀석의 손에 들린 걸 보고는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뭔가가 피범벅이 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끔찍한 예감에 소름이 쭉 끼쳤다.
“고양이 불쌍해서 어떡해! 쟤, 미쳤나 봐!”
“아냐, 귀신이 씐 게 분명해. 맨날 귀신 보인다고 떠들고 다니더니 진짜였나 봐.”
아이들이 수군거리자 녀석이 고양이 시체를 불쑥 내밀며 겁을 주었다.
“워어이, 워어이!”
아이들이 깜짝 놀라 스윽 물러섰다. 아침부터 웬 난리람? 성가신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 몸을 트는 순간, 녀석이 아이들을 향해 가방을 집어 던졌다. 그것도 하필 내 쪽으로. ―7~8쪽에서
 

황당한 비밀
반 친구들은 고양이의 죽음이 진우의 탓이라고 생각해 응징할 계획을 세우고 민수에게도 참여를 강요한다. 하지만 민수는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진 것에 충격을 받아 부모님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혼자 끙끙 앓느라 아이들과 어울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나 도망치듯 집을 나선 아침에 아파트 놀이터 근처에서 진우의 수상쩍은 행동을 보게 된 후,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날, 나는 아빠가 출근하는 시각보다도 일찍 집을 나섰다. 혹시라도 엄마가 레벨 테스트에 대해 다시 묻는다면 이번에도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레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할 자신도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톡, 토독. 얼굴 위로 차가운 게 와 닿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제부터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꼭 내 기분 같았다.
아무래도 학교까지 뛰어가는 게 좋을 듯싶었다. 제자리에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아래쪽부터 단단히 조이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놀이터 쪽 화단과 아파트 베란다 사이의 그늘진 곳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는 걸 보았다.
저런 곳에서 뭐 하는 거지? 지나칠까 하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다.
‘뭐야, 귀신이잖아!’
“이야옹!”
녀석의 어깨 너머로 고양이 소리가 새어 나왔다. 호, 혹시! 난 끔찍한 예감에 소리를 빽 질렀다.
“뭐 하는 짓이야!” ―35~36쪽에서
 

지옥 탈출 놀이
민수는 진우가 감추고 있던 비밀과 고양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후, 아무도 모르게 진우를 도와준다. 이를 눈치챈 진우는 민수 근처를 맴돌기 시작하고, 두 아이는 가방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함께 어울려 신나게 놀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다. 민수는 진우와 함께 딱지치기, 군것질하기, 지옥 탈출 놀이, 텔레파시 게임 등을 함께 하면서 잊고 살았던 일상의 작은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면서 무섭고 싫기만 했던 진우가 이제 자신의 친구가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녀석은 혹시나 내가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계속 주의를 주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나는 살짝 실눈을 떠 가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시야가 좁아 겁이 나긴 했다. 녀석은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키득거리는 녀석의 웃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난 허우적대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몸이 기우는 순간, 녀석이 내 팔을 덥석 잡았다. 나도 녀석을 꼭 붙잡았다. 그때, 이 놀이 이름이 왜 지옥 탈출인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을 붙잡자 놀란 마음이 가라앉았다. 서로에게 기대고 있으니 무섭고 캄캄한 지옥에서 탈출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탈출에 성공한 뒤, 구름사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66~68쪽에서
 

기다려 줘서 고마워
민수는 레벨 테스트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지만 어쩐지 썩 내키지가 않는다. 게다가 학원을 함께 다니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규민이가 도망치듯 학원을 나가면서 해 준 영재반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어쩐지 찜찜하기만 하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엄마의 이야기에 의문이 생기면서 조금씩 자기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너, 영재반 떨어졌지? 축하한다.”
“뭐?”
난 규민이가 비아냥거리는 줄 알고 순간,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했다.
“문 앞에서 게시물 봤어. 잘됐지, 뭐. 영재반 합격은 지옥문이 열리는 거나 다름없거든. 레벨 테스트보다 더 어려운 시험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고. 여기 애들, 수학은 벌써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어. 아마 수업 따라오려면 무지 힘들걸…….”
“중학교 수학을 배운다고?”
“영재고나 과학고에 갈 준비를 하는 거야. 영재반은 시작에 불과해.”
규민이는 처음 듣는 얘기를 해 댔다. 난 규민이를 붙잡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왜 고등학교 갈 준비를 벌써 하는 거냐고, 영재고나 과학고는 또 뭐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물을 겨를이 없었다. 규민이 엄마가 후다닥 뛰어 들어와 녀석을 순식간에 잡아채서 데리고 가 버렸기 때문이다. 잘 가라고 인사할 틈도 없었다.
난 넋 놓고 서 있다가 영재반 문틈 사이로 아이들을 엿보았다. 가끔 보았던 얼굴들인데도 오늘은 뭔가 달라 보였다. 모두 내 또래의 초등학생들인데 벌써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명치끝이 조여 왔다. -82~8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