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뉴 어스 프로젝트
다비드 무아테
2020. 06. 08
10,000원
232 페이지
9791189208486

2105년, 지구는 한계에 다다랐다!
‘뉴 어스 프로젝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기근, 그리고 전염병으로 지독히 살기 힘들어진 2125년,
세계 각국은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안전지대인 ‘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빈민으로 전락해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운 전쟁 같은 삶을 산다. 지구인의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추진하는 ‘뉴 어스 프로젝트’ 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거기에는 추악하고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새로운 지구를 찾기 위해 감행한 대규모 이주 프로젝트!
지구의 미래에 대한 대담하고 도발적인 이야기


*출간의 의의
지구의 미래를 묻는 디스토피아 SF 소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0년 세계 위험 보고서’에서는 위험 요인 1위로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뽑혔다. 이어 기후 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의 상위권을 휩쓸었는데, 이는 세계 위험 보고서 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인들의 관심은 파괴적인 미래로 치닫고 있는 지구 환경 문제에 쏠려 있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불볕더위로 숨이 막히는 여름과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의 겨울을 몇 개월 차이로 경험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그늘이 생각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방증하는 모습이 아닐까?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는 1℃ 더워졌을 뿐이지만, 우리의 삶은 빠르게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및 해수면 상승, 육지의 사막화, 이상 기후,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이제는 빙하 속에 얼어붙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전염병 확산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코로나 충격과 같은 예상치도 못한 전염병 문제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구 환경은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뉴 어스 프로젝트》는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친 100여 년 뒤 지구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SF 소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20미터 이상 높아져 도시는 물에 잠겼고 끔찍한 기근과 전염병, 공해로 전 세계는 초토화되었다. 소수의 특권층인 언터처블들은 악천후, 질병, 굶주림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지대인 돔을 만들어 대피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비참한 가난에 시달리는 빈민인 그레이 계급으로 전락한다. 그레이들에게는 빈곤도, 오염도 없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뉴 어스 프로젝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그레이 계급인 명민한 소녀 아이시스가 NEP(New Earth Project)에 당첨되면서, 감추어져 있던 이 프로젝트의 끔찍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 엄청난 파문이 일게 된다.
이렇듯 이 작품은 환경 오염, 빈부 격차, 차별이 만연한 미래 사회에서 불평등에 저항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여기에 환경 재앙에 대한 묵직한 예감과 뾰족한 경고를 담은 것은 물론이고, 끝없는 절망 앞에서도 기어이 삶을 선택하고 희망을 찾아내는 청소년들의 강인한 의지와 각종 군상들에 대한 면밀한 탐구까지 절묘하게 녹여냈다.


*간략한 소개
“내가 너의 미래가 될게.”
지구의 운명을 구하기 위해 거침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의 이야기

그레이 계급인 열다섯 살 소녀 아이시스는 뉴욕의 수상 가옥 판자촌에 산다. 공해 때문에 태양빛이 사라진 회색빛 세상, 수분과 염분에 망가져 버린 도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빈민가,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일자리를 잃고 배급에 의존하며 분기탱천한 사람들, 그들의 불행을 착취하며 자신들만의 작은 낙원을 꾸리는 거대한 돔……. 희망이라곤 없는 세상이지만 아이시스는 포기하는 법이 없다. 언터처블만 받을 수 있던 교육의 기회가 그레이 계급에도 일부 허용되면서 공동 학교에 특례 입학했기 때문이다.
아이시스는 일등을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악착같이 해낸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똑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줌으로써 오만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언터처블들의 코를 잠시나마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시스의 작은 기쁨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을 가난이라는 수렁에서 건져내는 것이 일생의 목표이기 때문에 멍 때리며 주저앉아 있을 새가 없다.
그러나 완벽하게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던 지구에서의 삶은 언터처블 중의 언터처블이자, 뉴 어스 프로젝트를 이끄는 파커 기업의 후계자 오라이언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은 운명적인 부딪침 이후 수행 평가에서도 한 조가 되어 저지대를 탐방하게 된다. 아이시스는 열악한 환경과 누추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진심을 다하는 솔직담백한 오라이언의 모습에 그동안의 편견이 깨지며 호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 자신만의 비밀 정원과 버림받은 아이들과의 수업까지 보여 주기에 이른다. 오라이언 역시 성공에 눈이 먼 독종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시스의 새로운 면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두 아이는 계급과 처지가 다름에도 서로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가까워지지만, 이를 시기한 동급생 미란다의 사주로 아이시스네 가족이 NEP에 당첨되어 서둘러 지구를 떠나게 된다.
그레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아이시스는 뉴 어스로 가는 것이 탐탁지 않다. 지금까지 열심히 꾸려온 삶을 송두리째 내팽개친 채 우주선에 갇혀 6년을 지낸 뒤 다시 원점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시스와의 이별 앞에서 침통해하던 오라이언은 NEP에 관한 정보를 모으던 중 무시무시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아이시스와 오라이언, 그리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군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힘세고 무서운 조직을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데…….


“답을 얻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는 답이 알아서 찾아온단다.”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향해 주파수를 높이 세우다!

《뉴 어스 프로젝트》는 100년 뒤의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한 현실감과 압도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이라도 기후 변화에 제동을 걸어 속도를 늦추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 지구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 닥칠 거라는 뼈아픈 경고를 입체적이고 실감나는 묘사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발전의 신화와 눈앞의 이익, 효율을 중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분별없는 발전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의 눈과 입을 통해 냉혹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기득권을 가진 어른들의 추악한 계획으로 인해 망가진 지구를, 가진 것 하나 없는 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월드스페이스십에 올라탄 아이시스가 우주에서 목격하는 지옥 같은 현실과 지구에 발붙인 오라이언의 진실을 향한 추격이 숨 가쁘게 교차하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할 때 밝혀지는 섬뜩한 반전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잘못된 일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옳은 일’을 선택하며 희생을 무릅쓰는 것, 타인을 구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선의, 그러한 용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어둡고 칙칙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해 주파수를 높이 세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뭔가를 실천한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거야. 쉬운 건 하나도 없지만 불가능한 것도 없어.
-71쪽에서

지은이 : 다비드 무아테 David Moitet
1977년에 프랑스 르망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에 창작 강의를 듣고 글 쓰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추리 소설 작가로 등단했으며, 글쓰기가 일상에 자유와 마법의 바람을 불어넣는다고 믿는다. 지금은 체육 교사로 일하면
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앨리스》 와 《몽드 드 랄리앙스》 3부작 등이 있다. 《뉴 어스 프로젝트》 는 출간 직후 프랑스에서 주요 아동·청소년 문학상을 휩쓸며 크게 주목을 받은 SF소설이다.

옮긴이 : 이세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돌아온 꼬마 니콜라》 《얼간이 신입생의 일기》 《우주의 우체부는 너무 바빠!》 《게임 전쟁》, 수지 모건스턴의 《엠마》 시리즈 외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프롤로그
저지대 빈민가의 아침
약속의 땅, 뉴 어스
그레이와 언터처블
악몽 같은 수행 평가
아이시스의 비밀 정원
최악의 하루
태풍의 전조
믿기 힘든 기적
불길한 흔적
독약 같은 진실
지구인으로서의 마지막 순간
뉴 어스로 가는 길
기분 나쁜 예감
새로운 지구를 위하여
불운에 대처하는 방법
마지막 경고
위대한 계획
악몽의 끝
우리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미래라는 작은 씨앗

저지대 빈민가의 아침
서기 2125년, 지구는 온난화, 해수면 상승, 공해로 인해 사람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혹독한 환경이 되고 말았다. 소수의 특권층인 언터처블은 안전한 돔 안에서 생활하고, 대다수의 빈민인 그레이 계급은 오염된 환경에서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지구라고 불리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뉴 어스 프로젝트’만이 그레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뉴욕의 수상 가옥 판자촌에 사는 그레이 계급의 열다섯 살 소녀 아이시스는 생각이 좀 다르다. 망가진 지구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공동 학교에 특례 입학한 아이시스는 자신만이 가족들을 가난이라는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악바리처럼 공부한다.

아이시스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서 시계를 확인한 뒤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재크가 놀리려고 거짓말을 한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이런 쓰나미 같은!”
이 말이 얼마나 심한 욕인지 설명하려면, 일단 아이시스 가족이 뉴욕의 수상 가옥 판자촌에 산다는 얘기부터 해야 한다. 이곳은 동부 해안 지역에서 가장 큰 판자촌이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20미터 이상 높아지면서 맨해튼의 고층 건물의 저층은 모두 물에 잠겼다. 아이시스도 그런 워터존, 즉 저지대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쓰나미보다 더 심한 욕은 더 이상 없는 셈이었다.
아이시스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한다면 고층 건물의 상층에 집을 구하거나 물에 잠기지 않는 동네, 요컨대 육지로 이사를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아이시스는 저지대를 빠르게 벗어나며 뒤를 흘낏 돌아보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들의 숲 뒤로 자유의 여신상의 한쪽 팔이 해수면에서 45도 각도로 툭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 자유의 여신상은 20여 년 전에 무너졌는데, 어른들 말로는 심하게 노후되어서 파도에 버틸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시스는 여신상이 우뚝 서 있던 시절의 옛날 사진을 본 뒤로, 단 한 번만이라도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육지로 넘어오자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널빤지 다리를 디딜 때와 달리, 땅을 박차고 달릴 수 있어서 속도가 훨씬 더 붙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 마침내 학교가 보였다. 너저분한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초현대식으로 지은 건물이 우스꽝스럽게도 유난히 튀어 보였다.
정부 당국은 저지대 아이가 교육 시스템 속에 들어올 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돔 외부에 공동 학교를 설치했다. 아이시스는 그 설명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그냥 저지대 아이들이 자기네 돔 안까지 들어오는 게 싫어서 그랬다고 하지, 솔직하지 못하긴! ―16~18쪽에서


그레이와 언터처블
하지만 언터처블 중의 언터처블이자 파커 기업의 후계자인 오라이언과 엮이는 바람에 아이시스의 희망은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그레이와 언터처블의 신체적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학칙을 위배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오라이언은 아이시스의 처벌을 원치 않아서 다행히 상황은 무사히 일단락되고, 그날 이후 두 아이는 서로를 의식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시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1초도 안 되는 한순간의 일로, 꿈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판이었다. 육지의 아파트여, 좋은 직장이여, 배곯지 않고 사는 삶이여, 안녕. 이제 다 끝났다. 하필 오라이언 파커와 부딪쳐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다니……. 부모님이 실망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선했다. 아침에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해서 모든 걸 망쳐 버렸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언제나 그랬듯이 일등을 하려고 밤늦게까지 공부한 게 죄라는 말을 어떻게 하냐고…….
문득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더 잘하려고 하다가 망하는 거야. 차라리 성적이 지금보다 좀 처지는 게 나아. 아줌마가 늘 하는 말이지만, 부자들 학교에서 악바리처럼 굴면 더 힘들어져.”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라고? 아이시스는 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일등이 좋았다. 그래서 일등을 하기 위해 뭐든 악착같이 해냈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건 장점인데, 그걸 감춰야 한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시스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27~29쪽에서


아이시스의 비밀 정원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은 수행 평가에서 한 조가 되는 바람에 함께 저지대를 탐방하게 된다. 거리감을 느끼며 서로를 경계하던 둘은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불량배들에게 쫓기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으면서 서서히 가까워진다. 아이시스는 자신의 비밀 정원과 버림받은 아이들과의 수업까지 보여 줄 정도로 오라이언에게 푹 빠지지만, 얼마 안 가서 예기치 않은 오해로 깊은 상처를 받고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게 된다.

“빌어먹을 산성비, 냄새 한번 지독하네.”
아이시스는 오라이언이 코를 틀어막으며 툴툴대는 걸 보고는 픽 웃고 말았다. 막상 인상을 쓰자 표정이 너무 웃겼다. 게다가 생각보다 솔직한 녀석이었다. 시장에서 파는 생선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얼음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실온은 35도쯤 되니까 그 상태가 오죽할까 ? 시장에서 풍기는 악취는 아마 상상 이상이었을 터였다.
오라이언이 아이시스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둘이서 같이 웃었다.
“이렇게 웃으니까 덜 쌀쌀맞아 보여.”
“그레이치고는 덜 칙칙해 보인다는 뜻이야?”
“오늘은 나도 그레이잖아.”
“겉보기에만 그렇지.”
아이시스가 저지대의 보잘것없는 경제 활동을 설명하자 오라이언이 질문을 마구 퍼부었다. 오라이언은 정말로 저지대에 관심이 있는 듯이 보였다. 심지어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인사까지 했다. 아이시스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녀석이 여기에서도 황제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건 아닐지 불안했는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략)
덕분에 아이시스는 그 애를 몰래 관찰할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라이언이 마음에 들었다. 회색 교복도 썩 잘 어울려 보였다. 내면에 불을 숨기고 있어서 사소한 결점은 신경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라이언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굶주린 사람들이 폭도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 아이시스, 네 생각을 듣고 싶어.”
문득 오라이언이 물었다. 아이시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빠 생각이 나서였다.
“문제는 일자리야.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아.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죄다 빼앗고 있지. 로봇이 더 생산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일자리 부족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쓰러지고 있는지 몰라. 이런 추세로 가다간 얼마 못 가서 심각한 폭동이 일어날 거야. 매주 뉴 어스로 보내는 사람을 10배로 늘리면 또 모를까…….”
오라이언은 대꾸 없이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저지대에 도착하자 아이시스는 괜히 마음이 헛헛해졌다. 이제 오라이언과 자신은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계급을 나누는 선의 이쪽과 저쪽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심장이 따끔따끔했다. 오라이언도 자신과 같은 기분일까? 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체험 학습을 하게 한 밴 두이크 선생님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58~74쪽에서


믿기 힘든 기적
한편, 오라이언과 아이시스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지켜보던 미란다의 계략으로 아이시스네 가족은 NEP에 당첨되어 지구를 떠나게 된다. 지금껏 일궈 놓은 모든 것들을 버리고 뉴 어스로 가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아이시스는 불길한 미래를 직감한다. 그리고 아이시스와의 작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오라이언은 NEP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다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 나는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았어요.”
아이시스가 용기를 내어 말하자 엄마가 꼭 안아 주었다.
“물론 완벽하게 좋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구(舊)뉴욕에서 잡동사니를 주워다가 뭔가를 만들고, 채소 키우는 법을 개발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런 게 다 좋았어요.”
“알아, 아이시스. 엄마도 다 알아. 하지만 뉴 어스에 가면 누구나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네 농장을 가질 수 있을 거야.”
농장?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서 굶어 죽을 일이 없다는 그 농장? 멋지군. 하지만 내 꿈이 농장 주인이 되는 거였나? 아이시스는 갑자기 엄마가 외계인처럼 낯설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지구를 떠나면 가족 모두 외계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계인 아이시스 무케바라니……. 농장 주인이 되는 것보다 외계인이 되는 게 더 싫었다.
아이시스는 뉴 어스로 가는 길을 상상해 보았다. 시가처럼 생긴 원통형 우주선에 갇혀 6년을 지내야 한다니. 길어도 너무 길었다. 뉴 어스에 도착하면 스물한 살이 될 것이다. 한창 어리고 좋은 시절을 초속 2만 킬로미터로 우주를 돌파하는 쇳덩어리 속에 갇혀 지내야 하다니……. -99~10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