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줄리아 사그라몰라 글·그림 | 이세진 옮김
2020. 06. 26
12,000원
40페이지
9791156752691

 
내 마음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_ 알쏭달쏭한 감정의 온도 마주하기
2015년 7월에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개봉을 한 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주고 또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안팎을 뒤집는다는 뜻의 제목처럼,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감정들을 의인화해 겉으로 드러내면서 사람의 복잡다단한 심리 상태를 곰곰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예요. 영화에서는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로 형상화한 채 주인공 ‘라일리’의 삶을 함께 그려 나간답니다.
다섯 가지 감정은 기쁨(Joy), 슬픔(Sadness), 까칠(Disgust), 소심(Fear), 그리고 버럭(Anger)이에요. 각각의 감정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과 맞물린 채 주인공 라일리의 삶을 조종하게 되는데, 초반에는 기쁨이가 중심이 되어서 한참 동안 삶을 디자인해 나가요. 라일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과 그때그때의 감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성격을 조금씩 형성해 나가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각각의 감정이 반영된 기억들은 핵심 기억과 장기 기억, 그리고 단기 기억 등으로 낱낱이 저장되어요.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이 새롭게 만들어져요. 이때는 그 전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던 기쁨의 감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답니다. 기쁨과 슬픔이 더해져서 새로운 핵심 기억을 형성하게 되거든요. 말하자면 사람들이 어떤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딱 한 가지 감정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요.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해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인 역시 그만큼 복잡다단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 원인이 개인의 경험이나 환경과 뒤섞이면서 갖가지 감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에요.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은 이렇게 알 듯 알 듯하면서도 한없이 아리송하기만 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 또는 일상생활을 할 때 시시때때로 불거져 나오게 되는 어렵고 미묘한 감정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받아들여야 하는지 찬찬히 일러 주고 있답니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딱딱하게 교훈적인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아요.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살그머니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조차 설명하기 힘들었던 감정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갈무리하는 것이 좋은지 절로 깨우치게 안내해 주거든요. 자, 그럼 다 같이 이야기 속으로 감정 여행을 떠나 볼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_ 자기 마음을 스스로 읽게 해 주는 ‘감정’ 그림책
어느 날 아침, 만만해 보이는 것 같지만 전혀 만만하지 않은 게 나한테 똑 떨어졌어요. 연필로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낙서 같기도 하고, 까만 실을 뭉쳐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딱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곤란한 것이었답니다. 아무리 봐도 알쏭달쏭했거든요. 그런데 글쎄, 그 녀석이 언젠가부터 나에게 딱 달라붙어선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거 있죠?
“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짜증을 내보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하고 윽박을 질러 보기도 했지만, 그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학교에 갈 때도, 숙제를 할 때도, 책가방을 정리할 때도, 옷을 입거나 벗을 때도,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윽, 그 바람에 한시도 마음 편하게 있을 수가 없지 뭐예요.
그런데 말이죠. 가만 보니까 나만 이런 게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녀석이 졸졸 따라다니고 있던걸요. 심지어 학교에서도 그랬어요. 내 단짝 친구들까지 죄다 그 녀석을 하나씩 매달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라면 말이죠, 생각을 한번 바꿔 보기로 했어요. 별의별 것을 다 해 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까요. 차라리 그 녀석이랑 친해져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 어,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뭔가 차츰차츰 달라지는 것 같지 뭐예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와 같이, 《만만한 것 같지만 만만하지 않은》은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인 아이들이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현명하게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감정 그림책’이에요. 뻔하고 구태의연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감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오롯이 ‘나’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게 이끌어 준답니다.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서 책을 찬찬히 읽어 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정서적으로 반듯한 가치관을 갖추어 가는 모습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아, 감정의 상태를 검은색 선으로 낙서하듯이 표현한 그림도 아주 매력적이에요. 감정의 변화에 따라 선 모양이 여러 형태로 바뀌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거든요. 또, 책을 읽는 동안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도 큰 장점이랍니다.

 
지은이 : 줄리아 사그라몰라
1985년에 이탈리아 파브리아노에서 태어났어요. 우르비노에 있는 국립 미술 학교 ISIA에서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만화가이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지요. 애니메이션, 그래픽, 스크린 인쇄, 헝겊 인형 등을 제작하는 데도 크게 흥미를 느끼고 있답니다. 재미있는 것을 공상하거나 상상의 동물을 창조하는 걸 즐긴다고 해요.
 
옮긴이 : 이세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슬기로운 인터넷 생활》 《책 읽는 고양이》 《까만 펜과 비밀 편지》 《아빠는 접속 중》 《빵 사러 가는 길에》 《용돈이 다 어디 갔지?》 《헉, 나만 다른 반이라고?》 외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