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
샤를로트 벨리에르 글 | 필리프 드 케메테르 그림 | 이세진 옮김
2020. 11. 27
12,000원
40페이지
9791156752851


난민 신청 7만 명 시대 _ 더 이상 딴 나라 얘기가 아니에요
2018년 6월, 제주도에 예멘 사람들이 600명가량이나 몰려오는 바람에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난민법이 생긴 뒤로 외국인의 난민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것도 특정 국가 사람들이 수백 명씩 몰려온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었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불거졌지요. 제주도 난민 수용을 거절해 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연속으로 올라오기도 했고요.  
난민 이야기는 나올 때마다 뜨거운 감자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곤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그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한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체류를 요청한 난민이 지난 8월에 사상 처음으로 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날마다 수백 명씩 난민 신청을 해 온 셈이에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정착해서 살게 된 난민의 비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지요? 올해 1~8월까지 심사 대상에 오른 4,019명 중 1%인 41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그 밖에 123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고 하니까요. 
UN 난민 기구 친선 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우성 씨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해요. “난민 문제는 한 개인이나 한 국가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같이 책임을 동반해야 되는 문제”라며,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문제를 같이 공감”하는 것이 옳다고요.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풍요를 빼앗아 가고자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그들과 함께 잘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하지요.  
《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도 바로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난민 가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초등학생 토마의 복잡한 속내를 차분하게 그려내면서, 자기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브라디네 가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거든요. 단지 남의 일이라고 무심하게 외면할 수만은 없는 난민……. 토마의 복잡다단한 심리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까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_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일깨우는 ‘난민’ 이야기 
어느 날, 도시의 어느 한 집에서 두 가족이 만났어요. 부모님들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주고받았지요. 하지만 브라디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냥 화가 나서 입을 꾹 다물었지요. 자물쇠를 꽁꽁 채운 것처럼요!
토마는 어색하다기보다는 약간 당황스러웠어요. 다른 나라에서 온 가족이 당분간 함께 지낼 거라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세상에, 잘 모르는 가족이랑 함께 지낸다는 게 말이 되나요?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도 모르는데요. 얼마나 있을 건지도 모르고요. 
저녁 시간이 되자, 토마네 부모님이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어요. 브라디는 음식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어요. 글쎄, 쾨쾨한 고린내가 난다나요? 토마는 브라디가 아주 예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만든 오믈렛은 맛있기만 했거든요!
다음 날, 두 아이는 학교에 갔어요. 브라디는 토마가 쓰던 물건을 몇 가지 물려받았지요. 그런데 낡은 책가방이 영 마음에 안 들지 뭐예요? 토마도 슬며시 골이 났어요. 새 가방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자기 손때가 묻은 물건을 다른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날 밤, 브라디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예전 학교가 생각났거든요. 예전 집도 무지무지 그리웠답니다. 결국 침대에서 살그머니 일어나 거실로 나갔어요.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거 있지요? 
토마는 한밤중에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서 밖으로 살금살금 나가 보았어요. 브라디를 보는 순간, 왠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지요. 그래서 괜히 장난감을 집어 들고서 해적 놀이를 하는 척했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브라디가 울음을 뚝 그치지 뭐예요? 두 아이는 깔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신나게 해적 놀이를 했어요. 그러다 토마가 브라디에게 질문을 했지요. 
“너, 여기 왜 왔어?”
브라디는 지난 며칠 사이에 배운 단어를 모아 더듬더듬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싸움, 많이많이 싸움 나, 가족, 배 탔어. 너무너무 위험해. 아무것도 안 보여. 깜깜해.”
두 아이는 밤늦도록 함께 놀았어요. 서로 할 줄 아는 말은 달랐지만, 둘 다 아는 단어를 조금씩 섞어 가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지요. 
 이와 같이, 《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는 난생처음 맞닥뜨리게 된 ‘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차근차근 일러 주고 있답니다. 토마와 브라디 양쪽의 입장을 교차해 보여 주면서 일방적으로 난민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토마의 당황스런 마음과, 자기 나라를 떠나 남의 집에 얹혀살게 된 브라디의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 주고 있지요.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상투적인 교훈을 늘어놓지 않는 데 있어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마디로 꼬집어 설명하기 힘들었던 상황들에 서서히 공감하게 만들거든요. 뻔하고 구태의연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감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소통과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답니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서 책을 찬찬히 읽어 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반듯한 사고의 틀을 갖추어 가는 모습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아, 참! 브라디가 토마네 집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할 때 두 아이의 머릿속을 상반되게 표현한 그림이 아주 매력적이에요. 서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상상하는 내용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거든요. ‘배’를 예로 들어 본다면, 토마는 가족 여행을 하면서 탔던 유람선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토마는 자기 나라를 탈출할 때 끝없이 줄을 서 있던 끝에 겨우겨우 올라탔던 난민선을 생각하거든요. 이 외에도 책을 읽는 동안 아이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답니다. 

지은이 : 샤를로트 벨리에르 
1981년에 벨기에에서 태어났으며, 브뤼셀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면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했던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모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해요.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두 눈을 감으면》과 《오늘 밤, 우리는 휴가를 떠나요!》가 있어요. 

그린이 : 필리프 드 케메테르
1964년에 벨기에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어요. 벨기에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그림책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르몽드>를 비롯한 여러 일간지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과학 원리로 재미있게 풀어 본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