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임시 정부의 꼬마 신부
신은경
2023. 05. 24
13,000원
120페이지
9791156753759


1920년 상하이, 임시 정부의 발자취를 함께한 한 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

치밀한 고증과 박진감 넘치는 필력으로 역사 추리 동화의 재미와 의미를 선사해 온 신은경 작가의 신작 임시 정부의 꼬마 신부. 이 작품은 열 살 꼬마 신부 유옥림의 눈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 정부와 함께했던 한 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1920, 웅장한 건물이 늘어선 국제도시 상하이. 하지만 화려한 거리 뒷골목에 모여 사는 조선인들의 삶은 녹록지가 않습니다. 웬만해서는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다만 서로 간에 돈으로도 사지 못할 다정한 의리가 넘쳐흐르지요.

주인공 옥림이네 가족은 임시 정부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예요. 경무국과 연통제, 독립신문의 비밀 임무뿐만 아니라, 쫄쫄 굶는 운동가들의 배 속 사정까지……, 임시 정부 안팎 살림을 두루두루 돕고 있답니다.

사실, 옥림이는 이게 영 못마땅하대요. 이미 어릴 때 망하고 없는 나라에 가족의 목숨을 빼앗긴 고아거든요. ‘독립이라는 두 글자가 목에 박힌 가시처럼 불편할 수밖에요. 과연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옥림이의 미래에는 어떤 사건이 펼쳐질까요?

  


한국의 잔다르크정정화 선생의 삶을 모티프로 한 역사 동화!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이런 숙제, 해 보았나요? 내가 만약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어떤 독립운동을 했을까? 그런데 정작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유옥림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난 독립군인 아버지가 미웠다. 망한 나라는 더 미웠다.”(14)

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러느냐고요? 이야기는 시작부터 작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진행됩니다.

콩쥐보다 불쌍해 보이는 열 살 인생! 고아 옥림이는 당숙의 집에서 서러운 식모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아버지가 생전에 골라 둔 자신의 정혼자를 만나게 됩니다.

상화 오빠네는 예전에 소문난 부자였다는데 집안이 쫄딱 망한 걸까요? 빛바랜 하얀 셔츠에 낡고 해진 구두 차림을 한 미래의 서방님을 따라, 옥림이도 걱정과 불안을 안고 쇠당나귀(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쩌다 상화 오빠가 준 복대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돌돌 만 돈 뭉치가 숨겨져 있지 않겠어요? 만주에는 마적 떼가 있다던데, 슬금슬금 오빠 정체가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에요.

일본 형사의 불심검문, 그리고 쪽배와 배를 타고 국경의 강을 건너는 사흘 밤낮 뱃멀미를 견디며 다다른 상하이!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시댁 어른들은 중국인 집주인에게 욕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채 셋집에서 쫓겨나고 말아요. 집세가 밀리다니, 옥림이네 시댁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뭉게뭉게 뻗는 옥림이의 상상 너머, 어딘가 수상쩍은 시댁 식구들의 정체가 이제야 한 꺼풀 벗겨집니다. 온 재산을 쏟아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 빈털터리가 된 아버지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임시 정부 기관지를 만들고 있고요,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가난한 임시 정부 식구를 위해 식사를 차리지요 상화 오빠는 복대와 베개 속에 숨긴 독립 자금을 임시 정부에 전달하고요.

잠깐! 온 식구가 나서서 독립운동에 동참하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요? 더욱이 이런 특별한 가족사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 한국의 잔 다르크라고 부른 독립운동가, 수당 정정화 선생과 그 가족의 삶이 켜켜이 녹아 있거든요.

나라 밖 낯선 땅에서 분투했던 임시 정부의 요모조모를 비추면서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해 주고 싶어 하는 애틋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온 전반부와는 다르게, 후반부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전개가 휘몰아칩니다. 그 속에서 옥림이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대한민국의 첫 시작을 열어 준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찾아서

이야기의 백미는 임시 정부 요원들이 드나드는 옥림이네 부엌 장면이에요. 상하이 뒷골목에 버려진 배추 껍질을 주워 끼니를 해결하는 형편인데도, 옥림이네 부엌 문턱으로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드나들지요. 단골손님 먹깨비김구 선생님은 네 어머니 콩나물국이 얼마나 맛있는데? 임금님 수라상하고도 안 바꾼다.”(47)며 치켜세운답니다.

마음속까지 따뜻한 온기로 채워 주는 이런 장면은 정정화 선생의 회고록 장강 일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탄생했어요.

상하이 조선 사람 천 명 중 절반은 직업이 독립운동가”(41)라는 실감 나는 말속에 숨은 그 시절의 열기는 사실 교과서 속에 요약된 한 줄의 서술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요. 이 책은 총과 칼을 들고 싸우던 독립운동가들의 영웅적 행적 너머를 보며, 그 시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던 이들의 다양한 사람살이와 마음의 무늬까지 비추고 있어요.

빛나는 기지와 투지로 밀정을 쫓는 경무국장, 따뜻한 밥을 짓고 독립 자금을 구하기 위해 어두운 국경의 강을 건너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던 여성 운동가, 나라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다는 마음을 모아 인성 학교를 세우고 학생을 길러 낸 선생님, 비록 장막을 달아 만든 간이 교실일지라도 그 속에서 열심히 배우고 꿈을 기른 학생들의 모습까지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럽게 되살리지요.

일제 강점기 나라와 가족을 잃은 과거를 딛고, 임시 정부와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열어젖힌 옥림이의 성장담은 결코 쉽게 포기할 줄 몰랐던 그 시절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줄 거예요

지은이 : 신은경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산과 개울에서 놀며 신나게 보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 상을 타면서 작가의 꿈을 이뤘습니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덕분에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과 동화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동화 도깨비 배달부 우 서방》 《의적 검은별이 떴다!》 《나도 몰래 체인지!》 《불귀신 잡는 날》 《와처》 《조선 소녀 탐정록시리즈 등 여러 책을 펴냈어요.

 

그린이 : 국민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도, 어른도 꼭 같은 마음으로 고민을 해결하며 세상을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스무 살 무렵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꿈꾸지요. 그린 책으로 이웃집 통구》 《담임 선생님은 AI》 《강남 사장님》 《13일의 단톡방》 《열세 살의 덩크 슛》 《이상한 초대장시리즈 등이 있어요.

 

감수 :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활동하는 교과 연구 모임이에요. 어린이 역사, 경제, 사회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하며, 아이들과 박물관 체험 활동을 해 왔어요. 지금은 초등 교과 과정 및 교과서를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대안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추천의 말 4 / 작가의 말 6 / 쇠당나귀, 달리다! 11 / 여기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 22 / 독립은 빨간 구두처럼 33 / 김구 선생님의 구구단 수업 44 / 상화 오빠의 꿈 54 / 프랑스 공원의 일본인 64 / 특별한 임무 74 / 쪼그라드는 용기 84 / 언젠가 그날이 오면 96 / 임시 정부의 꼬마 신부제대로 읽기 108


“우리 아버지는요. 뭐든지 아버지 혼자 정하면 끝이었어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준 적도 없고요. 나는 그게 언제나 서운했어요. 그런데 오빠도 아버지하고 똑같아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만 몰랐어!”
서러움이 북받쳐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미안해, 옥림아. 미리 말하면 오는 동안 내내 불안해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언제 어디서 검문당할지 모르잖아. 그렇지만 약속할게. 앞으로 네 일을 내 맘대로 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이야.”
오빠가 쩔쩔매며 열심히 설명했다. 목소리와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손에 쥔 베개에 눈이 미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칼자국을 따라 실밥이 너덜너덜했다.
괜찮아, 괜찮다고. 베개야 말끔하게 기우면 되지. 이미 이곳에 왔고 앞으로가 중요했다. 어떡하든 힘을 내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31~32쪽 

문득 김구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우람한 덩치만큼이나 먹성도 좋았다. 배 속에 먹깨비라도 사는지 고봉밥을 퍼 주어도 금세 뚝딱이었다. 칫! 도깨비는 방망이라도 있지, 맨날 공짜로 먹기만 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속마음을 숨기며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너무 아까웠다. 상하이에 올 때 가져왔던 돈뭉치와 패물들도 생각났다. 평생 구경도 못 할 큰돈이었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독립에는 정말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았다. 다들 거지꼴을 겨우 면한 걸 보면.
“옥림아, 상하이에 조선 사람이 얼마나 사는 줄 알아?”
“아니요.”
“작년까지만 해도 오백 명 정도였어. 그러다 올해 임시 정부가 세워지면서 각지에서 독립운동에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왔지. 그 바람에 지금은 두 배로 늘어났고. 이게 뭘 뜻하는지 아니?”
“아니요.”
나는 같은 대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알아듣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상하이 조선 사람 천 명 중 절반은 직업이 독립운동가라는 뜻이야. 임시 정부 살림이 빠듯하니 찾아오는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재울 여유도 없고.” -40~41쪽

“혹시 집안 형편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 인성 학교는 수업료가 없어도 다닐 수 있어. 재정이 부족해서 선생님들 급료도 못 드리는데, 다들 얼마나 열심이신지 몰라. 정말 좋은 선생님들이셔.”
“인성 학교에 다니면 독립군이 돼야 하잖아요! 저는 독립운동에 관심 없어요.”
나는 냅다 질러 버렸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한테는 차마 할 수 없던 말이었다. 인성 학교는 임시 정부 밑에 있는 학교였다. 졸업하면 당연히 독립운동을 해야 할 게 아닌가? 아무 이유 없이 공짜로 가르쳐 주지는 않을 테니까.
“옥림아, 인성 학교에 다닌다고 독립군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야. 세상 어디에도 군인만 필요한 나라는 없단다. (중략) 독립된 대한에는 화가도 필요하고, 과학자도 필요하고, 선생님, 의사, 건축가도 필요한걸. 그래서 너희가 대한민국의 미래인 거란다. 지금처럼 국민의 열에 여덟이 글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독립을 이루더라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할 거야. 나는 어린 사람한테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51~52쪽 
 
“어머니, 저, 할 수 있어요.”
어머니 눈을 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입 밖으로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을 두 눈에 간절하게 담았다. 
어머니, 제발 지금 제 편을 들어주세요. 안 그러면 큰일 나요.
어머니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한 번 힘주어 잡았다가 놓았다. 다행히도 마음이 통한 것 같았다. 
“옥림이 말대로 어른보다는 아이가 의심을 덜 받을 거예요. 옥림이한테 시키는 것도 생각해 봐 주세요.”-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