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저 ·푸른숲
2002. 03. 31
6,500원
129페이지
8971843330

안도현 시집. 1991년에 나온 시집의 개정 증보판.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 싸움이 하늘이 나에게 준 고마운 직업이라고 믿고 있던, 말하자면 내 생의 가장 뜨거운 시절을 아득바득 기어가던 시절'로 회고되는, 해직교사 시절 낸 시집으로 일곱 편의 시가 새로 추가된 개정판이다.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 듯이/이 세상에 태어나서/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그대는 나의 세상을/나는 그대의 세상을/함께 짊어지고/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 <사랑한다는 것> 전문.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으며,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같은해 전북 이리중학교에 국어교사로 부임하였으며, 이듬해 첫 번째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출간하였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지 5년만에 복직되었으며, 1996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하였고, 1997년 전업작가가 되었다. 2004년 이후에는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전임강사로 재직중이다.

안도현 시인은 맑은 시심을 바탕으로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해온 시인이다. 그의 시는 보편성을 지닌 쉬운 시어로 본원성을 환기하는 맑은 서정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곤궁한 삶의 현장의 비애를 담아냈던 시인은 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직접적인 현실 묘사에 한발 거리를 두면서 자연과 소박한 삶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시인 권혁웅은 안도현의 시에서 삶과 사랑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밝히면서 “성근 것, 비어 있는 것, 그늘을 드리운 것, 나란히 선 것 들이 모두 사랑의 아이콘”이며 이것들은 “넓은 것, 휑하니 뚫린 것, 쭉쭉 뻗어 있는 것들 사이에 끼어들어 숨구멍을 만들어놓는다”고 평했다. 황동규 시인은 “안도현은 불화 속에서도 화해의 틈새를 찾아낸다”고 말하면서 “적막에 간절한 모습을 주고 산불이 쓸고 간 폐허의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에서 숲의 원구조를 찾는 것”이 바로 화해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1981년「낙동강」으로 등단한 후, 가혹한 시대의 현실과 민중적 정서를 그린 초기시부터 낭만적 정서와 유려한 시의 질감을 보여준 안도현 시인은『그리운 여우』이후, 소담스러운 언어 미학과 삶의 소박한 풍경들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선보여 왔다. 언제나 작은 것에 대한 각별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던 안도현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라는 시집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한 섬세한 발견의 기쁨과 그것을 통한 삶의 깨달음을 시인 특유의 생뚱맞고도 능청스러운 입담을 통하여 질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이란 본질적으로 낭만주의자의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은연중에 역설하면서, 낡은 배를 산으로 데려가기 위해 20년 간 끙끙대며 시를 써왔고, 배를 뭍에 올리자 배도 바다도 모두 환해졌으며, 배를 밀고 국도와 보리밭으로 갈 때 그를 비웃는 사람들에게 "귓구멍이 뻥 뚫리도록 뱃고동을 울려주"겠다는 말을 통해 자신의 시가 퇴행이나 도피와는 다른, 무한한 꿈의 과정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어』는 시인 안도현의 섬세한 시적 감수성이 산문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품이다.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시인은 깊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 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의 <연어>는 숨지기 직전 산란과 수정을 마치는 연어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운명이 시적이고 따뜻한 문체 속에 들어있다.

또다른 저서로는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관계』『사진첩』『짜장면』『증기기관차 미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사람』이 있다. 2002년 『만복이는 풀잎이다』를 시작으로 그림동화책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도 내놓고 있다.

최근 집필한 『가슴으로도 쓰고, 손 끝으로도 써라』는 ‘좋은 시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좋은 시는 어떻게 쓰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시작법 책인 동시에 오랜 세월 시마詩魔와 동숙해온 시인 자신의 시적 사유의 고갱이들이 담겨 있다. ‘좋은 시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비법이 수능시험 답안지처럼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 무엇인지'를 말하기 보다는 '시적인 것'을 탐색하는데 주력한다는 자신의 이야기, 상투적인 것을 피하라는 충고,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좋은 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관해 이야기 한다.

개정 증보판 자서

1.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길 / 그대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사랑한다는 것 / 그립다는 것 / 준다는 것 / 가난하다는 것 /
나그네 / 그대에게 가는 길 / 분홍지우개 / 그대를 만나기 전에 / 먼 산 / 철길 / 어둠이 되어

2. 그 별에 셋방을 하나 얻고 싶다
구월이 오면 / 단풍 / 찬밥 / 가을 엽서 / 사내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며 / 그대를 위하여 /
겨울 숲에서 / 겨울 편지 / 눈오는 날 / 그대에게 / 우리가 눈발이라면 / 별 / 사랑은 싸우는 것 /
봄밤 / 너와 나 / 마지막 편지 / 별빛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3.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저물 무렵 / 만두집 / 첫사랑 / 꽃 / 밤기차를 타고 / 기다리는 이에게 / 연애 편지 /
우리는 깃발이 되어간다 / 첫날 이불 / 소나무 / 봄 / 철쭉꽃 / 보리밭 / 연변으로 가는 길 / 이사 / 집

4. 여럿이 손잡고 한꺼번에
봄날, 사랑의 기도 / 사랑을 노래함 / 맨 처음 연밥 한 알 속에 / 광주가 광주인 까닭은 /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 둥근 소리가 들린다 /
결혼이란 / 12월의 마지막 저녁에

해설 - 길 위의 사랑, 길 밖의 사랑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17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