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1그램의 용기
한비야
2015. 02. 24
14,000원
360 / 페이지
9791156755371

1그램의 용기를 보탭니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힘, 해야 할 일을 할 자신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을 분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걸 가로막는 건 불안과 두려움이다. (…)


이 책은 《그건, 사랑이었네》를 쓴 후부터 6년 동안의 이야기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공부하다가 현장 갔다가 산에 갔다가, 또 공부하며 회의하다가 학생들 가르치다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애쓰는 내가 마음에 들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부터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써놓고 보니 《중국견문록》의 열심히 하는 모습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씩씩한 모습과 《그건, 사랑이었네》의 다정한 모습이 섞여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1장 ‘소소한 일상’에서는 자잘한 일상생활과 단상에서 건져 올린 내 생각과 삶의 원칙을 보여주려 했다. 2장 ‘단단한 생각’에서는 내가 힘들지만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있나를 얘기했다. 3장 ‘각별한 현장’에서는 1년 중 절반을 보내는 구호 현장의 큰 그림과 세밀화,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고 4장 ‘씩씩한 발걸음’에서는 나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되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


나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친절과 위로, 내가 두 손으로 정성껏 전해주고 싶었던 사랑 그리고 인생의 고비에서 많은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작은 용기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용광로처럼 살을 태울 만큼 뜨겁고 한여름 한낮의 태양처럼 눈부시게 강렬한 책이 아니라 아침 햇살처럼 맑고 따사로운, 그래서 기분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가능성과 두려움이 50 대 50으로 팽팽할 때, 하고 싶은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이 대등하게 줄다리기할 때, 내 책에서 딱 1그램의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 1그램의 용기, 기꺼이 보태드리고 싶다.


_서문에서

이 책은 작은 용기가 가져오는 엄청난 힘과
국제구호 전문가로서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1장 ‘소소한 일상’, 2장 ‘단단한 생각’

“자, 용기를 가지고 한 발짝만!”
망설이는 마음에 보내는 ‘아침 햇살 같은’ 용기


‘용기 있는 사람’ 하면 많은 이들이 대나무처럼 곧은 성품, 될 때까지 하는 지치지 않는 노력,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처럼 강인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자신은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한비야는 용기란 강한 사람, 특별한 사람, 성공한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힘’, ‘해야 할 일을 할 자신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을 분별력’을 가지고 있다. 도전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싶어 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 그 자리에서 멈추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보느냐의 차이는, 어느 쪽으로 1그램을 보태느냐에 달려 있다.
그 용기로 한 걸음 내디딜 때 문이 열리고, 길이 생기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한편, 용기라는 단어 뒤에는 다양한 동사가 붙는다. 용기를 낸다, 용기를 준다, 용기를 얻다, 용기가 솟다,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생기다……. 한비야가 생각하는 용기는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보태는’ 것이다.

‘용기를 보태다’라는 말에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옆에서 아주 약간의 용기만 보태주어도 시도하는 쪽으로 마음이 확 기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꺼이 미움 받겠다는 용기,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받을 용기를 내겠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비야의 용기는 그런 냉소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용기와 다르다. 나와 주변 사람들을 북돋워주는 용기, 긍정과 격려와 응원을 서로 주고받는 용기, 상대방의 자존심과 감정을 지켜주고 그 사람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한 발짝 내딛게 ‘도와주는’ 용기가 한비야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용기이다.

1톤쯤 되는 부담스러운 용기가 아닌 딱 1그램의 작은 용기만으로 충분하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상태이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1그램의 용기만 더해지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3장 ‘각별한 현장’, 4장 ‘씩씩한 발걸음’

국제구호 전문가 한비야
‘아프리카’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키다


《1그램의 용기》가 여덟 권의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여행가 한비야, NGO 활동가 한비야가 아닌 ‘국제구호 전문가’ 한비야가 들려주는 아프리카의 숨겨진 가치와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진실, 국제구호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벌이는 수많은 갈등과 다툼, 모순 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을 가장 사랑하는 그녀가, 현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할 나이에, 현장을 뒤로하고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 스쿨’에서 인도적 지원학을 공부한 것도 ‘인도적 지원에 쏟아붓는 그 많은 돈과 에너지는 왜 개발협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가’와 ‘어떻게 하면 두 분야를 연계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한비야는 〈기아체험 24시간〉에 몇 만 원을 후원하고 아프리카 아이들과 1대 1 결연을 맺는 방법도 충분히 가치 있지만, 개인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는 현장과 UN을 오가며 일하는 동안 국제구호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절감하고, 아프리카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의 힘을 체험하고,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던 프랑스 군대가 지금까지도 그 나라에 주둔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가난과 질병처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자원을 둘러싸고 벌이는 열강들의 탐욕을 고발하고, 국제구호 활동과 자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바로잡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한비야가 현재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세계시민학교를 통한 세계시민 교육’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면서도 가끔은 그 커피콩을 따야 끼니를 이을 수 있는 케냐 여자아이를 생각하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선행을 한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심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은 당연히 도움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임을 알게 하는 것이 한비야의 목표다.

이를 위해 한비야는 올해부터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다. 논문 주제는 〈재난 대비를 중심으로 한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의 연계점〉. UN 자문위원 경력 덕분에 좀 더 쉬워진 UN 진출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외국 대학과 얘기가 오가던 정규 강의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3년간 보류해야 한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제구호 전문가로서 현장과 정책을 잇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한 발 내딛기로 한 것이다.

한비야

지구촌(global village)가 아니라 지구집(global h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다른나라의 다른 민족들도 진정한 한 공동체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오지탐험가에서 NGO의 긴급구호 팀장으로, 이제는 학생으로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의 멘토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의여자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대학입시에서 떨어지고 클래식 다방 DJ, 번역 등의 경험을 쌓으며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었다. 그러다 6년 뒤 특별장학생으로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홍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 홍보회사 버슨 마스텔라 한국 지사에서 3년간 근무, 타고난 능력으로 고속 승진의 길을 밟을 수 있었으나 15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약속한 '세계일주'의 꿈을 접지 못해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여행길에 오른다.

7년. 세계 오지 마을을 다니며 겪은 여행 경험을 책으로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4권)과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어다니며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등이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 저자로 단숨에 급부상한다.

그녀는 오지를 다닐 때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육로로만 다닌다, 한곳에서 적어도 일주일 이상 민박을, 한 나라에서는 적어도 한달 이상 있는다, 그리고 생활은 현지인들과 똑같이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손님일까 생각하던 눈빛이 어느새 친근하게 바뀌면서 곧 친구가 되어버린단다.

그렇게 정말 '바람'처럼 지구를 걸어다니던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2002년 3월을 기점으로 국제난민운동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비극의 땅'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딛게 된 이유도 첫 시작은 육로 이동의 원칙을 지키려던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전쟁의 한가운데 있던 아프가니스탄, 그 곳에서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여자 아이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건넨 '귀한' 빵을 한입 덥석 베어 물어 난민촌 아이들의 친구로 거듭나던 순간, 그녀는 그간의 오지 여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발견해 내었다.

저자는 말한다 "한순간 어쩔까 망설였다. 이 빵을 이 아이가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좋은 건지, 내가 먹어 내가 이 아이들의 친구라는 걸 알리는 것이 좋은 건지. 찰나의 망설임 끝에 나는 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같이 있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마그마처럼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왔다. 그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여행이 끝나면 난민기구에서 일하리라고. 특히 아이들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쓰겠다고. 돌아보면 국제홍보를 전공한 것도, 7년 간 세계를 돌아다닌 것도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 과정, 이 일을 잘하기 위해 운명적으로 거쳐야 했던 과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한비야,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푸른숲, 2006)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면서 전세계 구호현장에서 전문 구호 활동가로 일했으며,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중 한 명, 대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론을 갖춘 구호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2009년 8월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 및 국제법 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에 진학해 인도적 지원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가 받은 광고료와 인세로 자신의 문제와 고통뿐 아니라 지구촌의 어려움까지 대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의식 배양을 위해 '세계시민학교 지도밖 행군단'을 구성하였다.

세계 여행 전에는 난민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었고, 처음엔 그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던 그들인데 아프리카 여행을 끝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어린 소녀와의 만남은 인생을 결정짓게 되는 커다란 사건으로 꼽힌다.

저자는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들국화예요. 늦깎이, 그래요. 사실 사람들마다 생애 최고의 시절이 각각 다르잖아요. 어떤 이는 10대, 어떤 사람은 20대에 맞이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안 왔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국화라는 거죠. 가을에 피는 한 송이 들국화." 전쟁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나, 만에 하나라도 죽는 장소를 택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히고 있다.

저서로는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그건, 사랑이었네』 등이 있다.

  

들어가는 글 _5

1장 소소한 일상
밀크커피, 24일, 보름달…_15
다 합해서 1만 6,500원 _25
그래, 나 길치다 _29
낙타는 사막에, 호랑이는 숲에 _35
다 내 거야! _40
백두대간, 1천 킬로미터를 걷다 _47
가다가 중지해도 간 만큼 이익이다 _62
할까 말까 할 때는 _69

2장 단단한 생각

보스턴, 뜨겁게 몰두했던 순간들 _75
내 학위 공동 수여자들 _92
여러분은 제 첫 학생이자 첫사랑입니다 _107
검색 대신 사색을 _113
길 위의 기도 _119
악플에 대처하는 법 _129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_139
나이 들수록 잘할 수 있는 일 _146
그때 그 일, 미안했어요 _153
몽땅 다 쓰고 가다 _157

3장 각별한 현장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 _165
서아프리카로 들어가는 키워드 4 _175
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는다 _184
남수단 파견 일지 _191
서아프리카 리포트 _216
현장, 그 괴로운 천국 _236
그럼, 3일을 더 굶길까요? _243
현장에 답이 있다 _254
중국과 아프리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나 _262
필리핀의 마욘화산 이야기 _276

4장 씩씩한 발걸음

쑥쑥 커가는 세계시민학교 _285
구호 활동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_294
특강의 괴로움과 즐거움 _301
산에서 만나는 놈, 사람, 분 _311
나의 백락, 오재식 회장님 _319
우리에게 이런 교황님이! _329
바람의 딸, 그리고 빛의 딸 _338
나의 기도는 이러하게 하소서 _346

나가는 글 _356

   

1장 소소한 일상

오늘도 북한산을 오르며 생각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라고. 백 번 맞는 말 아닌가? 사랑, 우정, 의리, 신뢰 등은 천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다. 그 대신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눈만 돌리면 마주치는 자연도 마찬가지다. 돈이 들진 않지만 순응하고 감사하며 누리면 그 아름다운 것들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된다. 내가 하늘도, 북한산도 만날 다 내 거야라고 우기지만 사실 그것을 누리고 마음껏 즐기는 모든 이의 것이기도 하다. 세상 참 공평하다. _45~46p

 

2장 단단한 생각

   어쩌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잠재력이 풍부할지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해보지도 않고 자기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 경험상 해보는 데까지가 자기 한계다. 이제 내 영어 글쓰기의 한계는 여덟 시간에 열 페이지다. 이 한계의 지평을 계속 넓히고 싶다. 그러려면 아무리 두렵고 고통스러워도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_87p.

   

3장 각별한 현장

어깨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주민들 반응이 저런데, 끼니를 비스킷으로 때우고 모기와 온갖 벌레에 뜯겨가며 땡볕 아래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먹으면서 일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속상하고 야속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새삼 이 일을 시작할 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죽을힘을 다해 도와주면서도 욕먹는 걸 잘 견뎌야 구호 일을 계속할 수 있다.’

구호 현장의 백전노장인 우리 회장과 지역 총책임자는 언성 한번 안 높이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난 아직 멀었나 보다. _198p.


4장 씩씩한 발걸음   

나와 같은 구호 활동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자기가 되고 싶은 직업인 구호 팀장 앞에 형용사를 바꿔보라고. 대형 재난의 현장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구호 팀장, 남 돕는 게 일이라서 늘 칭찬을 받는 구호 팀장,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유명한 구호 팀장, 베스트셀러 작가도 될 수 있는 구호 팀장이 아니라 가난한 구호 팀장, 죽을힘을 다해도 오해를 받고 욕을 먹는 구호 팀장, 뜨거운 자갈밭에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굴러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호 팀장……. 이런 구호 팀장일지라도 그 일을 하고 싶다면 그건 너의 길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라고. 그 마음 변치 말고 가라고.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고. _300p.